근대 음악의 산실 '홍난파 가옥' [백남우 칼럼]

백남우 tbsTV 영상콘텐츠부장l승인2020.06.04l수정2020.06.04 07:5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홍난파 가옥]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1924년 학교 글짓기 시간 15살의 어린 학생이 고목나무 아래 꽃 피고 새 울던 시골집이 그리워 쓴 시 한편... 어린 학생이었던 이원수의 시에 후일 홍난파가 곡을 붙여 방송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이후 한 세기 가까이 남녀노소, 도시와 농어촌, 국경을 넘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한 소절쯤은 불렀던 민족 동요 ‘고향의 봄’이 탄생하게 되었다.

창가와 일본 노래가 범람하던 1920년대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 조선인의 음악적 정서를 함양할 민족의 노래가 절실했다. ‘반달’(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윤극영 작사 작곡 1924)을 시작으로 동요 시대가 열렸고 한국인들의 향수와 동심을 담은 수많은 동요를 작곡했던 작곡가 중에 홍난파(본명: 영후, 1898~1941)가 있었다.

한국창작동요를 상징하면서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아 온 ‘고향의 봄’, ‘퐁당퐁당’, ‘낮에 나온 반달’ 등을 비롯한 많은 가곡과 동요 백곡 집을 남긴 홍난파는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린 독주회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로 1936년에는 경성방송관현악단을 창설하여 지휘한 방송음악의 선구자이다. 홍난파는 동요를 100곡 이상이나 작곡하였고, 가곡의 효시인 <봉선화>를 비롯한 가곡들과 바이올린, 관현악곡 등을 작곡하였다. 전문 음악연구기관인 연악회(硏樂會)를 창설하여 음악을 지도하였으며, 일본과 미국 유학 후 경성보육학교, 이화여자전문학교 등에서 음악을 가르친 교육자이다.

1942년 전 일본 신인음악회에 고운 한복 차림으로 나타나 심금을 울리며 화제를 모았던 한국인 성악가 김천애(성악가. 1919~1995). 그녀가 부른 곡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 ‘봉선화’(김형준 작사/홍난파 작곡 1926)였다.

“울 밑에선 봉선화야/네 모양이 처량하다/길고 긴 날 여름철에/아름답게 꽃 필 적에~”

‘봉선화’의 원곡은 1920년 홍난파가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작곡했던 ‘애수(哀愁)’. 5년 뒤 애잔한 노랫말이 붙고 성악가 김천애가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거국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이후 시인 이은상과 빚어낸 홍난파의 주옥같은 가곡들...

봄처녀/장안사/성불사의 밤/금강에 살으리랏다/옛 동산에 올라

하지만 우리 근대음악의 개척자였던 홍난파의 삶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의 마지막 6년이 간직되어 있는 장소 홍난파 가옥(종로구 송월1길 홍파동 소재).
1930년 독일인 선교사가 지은 서양식 벽돌집으로 토지 304㎡에 연면적은 지상, 지하 각 1층 121㎡ 규모로 1935~1941년까지 홍난파가 거주했고 2004년 등록문화재 제90호로 지정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홍난파는 이 집에서 지내면서 그의 대표작 가운데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가옥은 1930년대 서양식 주택의 특성이 잘 보존되어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수양동우회 사건(1936년 이광수, 주요한 등이 결성한 흥사단 계열의 계몽단체. 1937~1938년 일제에 의해 주요 지식인들이 검거되면서 해체) 등 1930년대 후반 일제의 탄압은 본격화됐고 당시 많은 지식인들처럼 홍난파 역시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내선일체를 획책하며 신동아 질서 건설에 매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한 사실과 <지나사변과 음악>·<희망의 아침> 등 친일 성향의 글과 작품을 발표한 사실이 최근에 밝혀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식민시대 민족의 현실을 담지 못한 그의 음악은 좌절과 한스러움만 남긴 채 1941년 경성요양원(지금의 삼육병원)에서 유언으로 “내가 죽거든 꼭 연미복으로 입혀서 화장(火葬)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울 밑에 선 한 떨기 봉선화처럼 꿋꿋하게 쓰러지지 않았던 우리 민족...
그리고 그의 음악은 기상의 원천이었다.

     <홍난파 가옥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66641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백남우 tbsTV 영상콘텐츠부장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23길 47, 6층 601-609호 (당주동, 미도파광화문빌딩)  |  대표전화 : 070-8286-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대표이사 : 이창석   |  주필 : 김주혁  |  편집국장 : 김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22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