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세운상가] 일제 강점기, 종묘 앞에서 퇴계로까지 1km 넘게 이어졌던 공습대비용 소개공지(疏開空地). 한국전쟁 후엔 무허가 판잣집촌으로, 1960년대까지는 사창가로 전락했던 곳. 개발 시대, 그곳엔 근대 서울의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1967년 11월,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세운상가 A, B 지구 네 개 상가의 준공식이 열렸다. 이듬해인 1968년엔 네 개 지구 여덟 동의 건물이 모두 완공돼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거대한 상가 단지가 형성됐다. ‘세상의 기운이 다 모여라’ 라는 뜻을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타운 세운상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개발 시대, 이른바 불도저로 불리며 서울을 바꿔가던 김현옥 서울시장과 한국 현대 건축의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의 합작품 세운상가. 황량한 도심에 떠오른 8층에 17층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은 새롭고 강렬했다. 유명인과 톱스타들이 입주할 만큼 주상복합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다.

전자 및 게임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는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고 도심 슬럼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6년엔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상가 한 동이 이미 철거됐다.

“사람을 만들어낸다, 인공위성도 쏠 수 있다” 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번성했던 세운상가. 세운상가는 정말 좌초됐을까. 좁은 골목길과 복도가 실핏줄처럼 얽혀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가는 부품 가게와 작업 공장  그리고 이름 없는 식당들. 또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일부 상가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처럼 세운상가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세운상가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68338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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