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보통이들에게 [최민정 칼럼]

최민정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20.07.24l수정2020.07.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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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최민정의 태평가] 보통이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을 축하한다며 친척 어른들이 주신 용돈으로 머리도 하고, 어색한 솜씨로 화장도 해봤지만,  '신입생 환영회'를 명목으로 모인 자리에서 옆에 앉은 예쁜 동기가 자신의 몫까지 환영을 받았다. 보통이는 조금 슬퍼졌다. 그래도 보통이는 동기들과 무리지어 놀러 다니고, 어설픈 연애도 하며 어영부영 일학년을 보냈다.

진득하니 도서관에 앉아 공부도 해봤지만 악착같이 성적을 내는 동기들을 앞지르기엔 무리였고, 전공이 나와 맞지 않나 생각도 해봤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겁이 났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입대다, 휴학이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멀어져가더니 이제는 먼저 연락하기가 망설여질 때쯤, 그렇게 보통이는 취업을 바라볼 나이가 되었다.

방학이 방학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선풍기를 틀어놓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실컷 보고 싶지만, 자격증이다 인턴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위를 보니, 보통이도 괜히 초조해져 얼떨결에 토익학원을 등록했다. 매일 학원에 치여 살다 모처럼 맞은 휴일, 보통이는 늦잠이나 실컷 자려고 했지만, 방 밖에서 들리는 엄마의 통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엄마 친구 딸이 대기업에 붙었나 보다. 특별한 약속도 없었던 보통이는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쩜 엄마 친구 아들, 딸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승승장구하는지 늘 의문이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다들 바빠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 학교 끝나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다 커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낯설다. 토익은 만점에 가깝고 자격증도 세 개나 된다던 친구는 이번에도 서류전형에서 떨어졌고, 다른 친구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좋겠다. 보통이는 친구에게 열등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 못나 보였다. 예전에는 만나기만 해도 즐거운 이들이었는데, 이제는 친구를 만나도 마음이 무겁다.

보통이는 숙취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토익학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영어가 모국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숨이 막혀 오는 이유가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인지, 현실이 답답해서인지 모르겠다. 방학이 끝나가는 어느 아침이었다.

딱히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또 개강을 맞았다. 언젠가 부터 방학도 거대한 과제처럼 느껴졌다. 보통이는 이렇게 밋밋한 생활이 지속되는 게 자신의 못난 얼굴 때문인 거 같아,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지만, 사람들은 인기 많은 동기 주위에만 모였다. 남자 선후배 몇몇이 자신을 성형괴물이라 칭하며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 보통이는 여자 화장실 맨 끝 칸에서 한 시간 내내 울었다. 성형이 보통이를 괴물로 만든 걸까, 사람을 괴물이라 부르는 괴물을 만든 걸까.

보통이가 세 번째 면접에서 떨어진 날이었다. 신입 사원을 뽑는 면접에서 왜들 그렇게 경력을 찾아대는지, 치킨을 뜯으며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을 오직 그 기업만을 위해 달려온 패기 넘치는 대학생으로 포장하려니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이제는 울고 싶지도, 울 힘도 없다. 그냥 오돌뼈에 주먹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200명이 넘는 메신저 친구목록에서 불러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보통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이대로 쭉 자고 싶었다.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보통이는 이 글을 쓰는 나를 비롯한 이 땅의 많은 20대들이다. 지금도 수많은 보통이들이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설렘으로 가득 차올라도 한참 모자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회 경험도 없는 내가 감히 충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 옆에서 같이 뛰는 보통이로서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말이다. 이미 이룰 대로 이룬 어른이 '아프면서 성장하는 거다', '뭘 그런걸 갖고 그러냐' 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나. 청춘, 말 그대로 만물이 푸르른 봄, 무엇을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3월이든 4월이든 어쨌든 우리는 봄이지 않은가. 'viva청춘'의 가사처럼 여러분의 젊은 날이, 청춘이, 반짝이길 바랄뿐이다. 당신이 가는 그 길이 맞으니, 믿음을 멈추지 말길.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곧 시작될 것이니.

최민정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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