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조’, 톰 하디의 광기 어린 명불허전 연기력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0.10.14l수정2020.10.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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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알폰소 가브리엘 카포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악랄한 마피아 두목으로 악명이 높다. 마피아 영화로는 알 파치노가 ‘대부’, ‘칼리토’, ‘스카페이스’ 등을 통해 영원히 기록될 명연기를 남겼는데 ‘스카페이스’(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1983)의 주인공 토니는 제목과 달리 알 카포네가 아닌 가공인물이다.

카포네는 1029년 ‘성 밸런타인데이의 대학살’ 등의 숱한 무자비한 악행 뒤 1932년 투옥됐다, 1939년 석방 후 마이애미의 저택에서 FBI와 경찰의 감시 하에 살다 매독, 심장질환, 정신착란 등으로 1947년 사망했다. ‘폰조’(조쉬 트랭크 감독)는 그 사망 전 1년을 누아르가 아닌 판타지 스릴러로 그린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48살의 알은 모든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파티를 연다. 그런 그를 멀리서 경찰이 감시하고 있다. 그와 메이와의 사이엔 아들 주니어가 있는데 그도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 클리블랜드로부터 알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채 20살이 안 된 알의 혼외 아들 토니다.

형 랄피와 주니어는 알을 위해 그 집에 남겠다고 제안하는 한편 통장 잔고가 말라 가니 집안의 미술품과 가구 등을 팔아야 한다고 설득한다. 알폰소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신체마저 48살이 무색할 만큼 망가져 그들과 대화할 때는 오줌을 지린다. 밤에 잘 땐 침대에 용변까지 싸며 죽음을 향한다.

메이는 주치의 칼록을 부르는데 알은 그마저도 몰라본다. 알은 전성기 시절 1000만 달러를 어딘가에 은닉했다. FBI도, 그의 주변 사람들도 그 소재를 알아내 일확천금을 얻겠다고 달려든다. 하지만 정작 알은 어디에 감췄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게 연기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가 알의 유일한 친구인 조니에게 전화를 걸고 조니는 한달음에 달려와 알을 달래준다. 둘은 낚시를 즐기는데 알은 자신이 낚은 물고기를 악어가 탈취하자 화를 못 참고 총으로 사살한다. 조니는 그의 광기가 머지않아 그를 죽음으로 데려갈 것을 알아챈다. 칼록은 메이에게 알의 금연을 당부한다.

FBI의 알 담당요원 크로퍼드는 그가 죽기 전에 만나보고 싶다고 상부에 제안해 변호사 동석으로 그와의 첫 인터뷰를 한다. 크로퍼드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돈의 행방을 파악하려 하지만 알은 또 용변을 지려 인터뷰를 끝내게 만든다. 그는 후계자인 심복 지노조차 자신을 노린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먼저 타이틀롤을 맡은 톰 하디의 연기력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값어치는 엄청나다. 이미 ‘다크나이트 라이즈’,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을 통해 그의 연기 솜씨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라 은근히 알에 대한 연민이 생길 정도.

하디가 만든 캐릭터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매우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알은 이탈리아 이민자 부모로부터 뉴욕 빈민가에서 1899년 태어났다. 소년 시절 이미 교사를 폭행해 퇴학당하는 등 깡패 기질을 보였고, 1920년대 금주법 시대에 도박, 매춘, 밀주 사업 등 불법으로 밤의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그는 가족을 끔찍이 아꼈고, 실업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차려주고, 여성과 아이 등 사회적 약자들을 후원해 주는 홍길동 같은 선행도 베풀었다. 이런 아이러니컬한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하디는 대머리를 만들고 얼굴에 흉터를 만들고(스카페이스) 60살은 됐을 법한 노인으로 분장을 했다.

특히 돋보이는 건 목소리 연기. 이탈리아 이민자의 악센트에 쉰 듯한 톤으로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프레이즈의 끝에 서슬 퍼런 한기가 느껴지게 만드는 목소리는 엄청난 노력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하디는 이중적인 삶을 살아온 알의 내면의 소용돌이와 그의 외화의 혼란에 집중한 듯하다.

알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 FBI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도 같고 자체적인 욕심인 것도 같은 랄피, 칼록, 그리고 토니까지도. 심지어 심복 지노가 자신을 배신했고, 조니를 죽였다고 착각하고 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잔인했던 알은 정작 노쇠해 죽을 날이 다가오자 타인의 포악성에 겁을 먹는다.

트랭크 감독의 전작이 ‘판타스틱 4’(2015)라는 게 놀랍다. 그토록 어이없는 작품을 찍었던 그는 아마 그동안 절치부심한 듯하다.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데 미뤄 이번 작품은 작정한 변화의 터닝포인트다. 알에게 프로이트가 엿보인다. 프로이트의 4가지 연구 방법 중 첫째는 정신적 영역의 결정론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얘기로 마르크스가 그 원인을 사회와 경제로 봤다면 프로이트는 개인적, 심리적, 생물적으로 봤다. 둘째는 전(前)의식, 의식, 무의식이다. 셋째는 본능(충동)과 의지(무의식적 본능적 힘)다. 넷째는 개개인의 발달적 성격이다. 후성규칙(유전)과 경험이 인격을 형성한다는.

하디는 알이 마이파가 된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석한 듯하다. 집이 가난했으니 알은 공부를 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가족과 함께 시카고에 온 1923년은 이미 금주법이 발효된 때였고, 6년 뒤엔 대공황까지 닥쳐온다. 이른바 돈도 ‘빽’도 없는 알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그의 심리가 사회와 가족, 전의식과 무의식, 욕심과 양심, 본성과 현실 인식이 내내 갈등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FBI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재보다 잿밥에 눈독들이고 심지어 가족마저 알을 돈으로만 본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론은 저마다 다르지만 자본주의가 욕심을 부추기는 건 맞다. 14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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