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란 이유로 피살 불안 [김주혁 칼럼]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l승인2020.10.30l수정2020.11.1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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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추격자>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젊은 출장마사지 여성들을 유인해 잔인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범과 출장안마소(보도방)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의 숨 가쁜 추격전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2003년 9월 부유층 노인 부부를 시작으로 2004년 7월까지 보도방과 출장마사지 여성 11명 등 모두 21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연쇄 살인범 유영철을 소재로 했다.

전직 형사 엄중호(김윤석)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출장마사지 여성들이 일을 나갔다가 잇따라 실종되자 신경을 곤두세운다. 몸이 아프다는데도 억지로 나오게 한 미진(서영희)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번호에 엄중호의 시선이 꽂힌다. 실종된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와 일치한다. 미진에게 전화하지만 이미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녀를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마주친 지영민(하정우)의 옷에 묻은 피를 보고 그가 범인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영민은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담담하게 털어 놓는다. 그러자 경찰서가 발칵 뒤집힌다. 그러나 영민을 잡아둘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경찰은 우왕좌왕하며 공을 세우기 위해 증거를 찾기에만 혈안이 된 가운데 엄중호가 미진을 찾아 나선다. 미진은 범인에 의해 손발이 묶인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탈출하지만 동네 슈퍼에 숨어 있다가 우연히 범인에게 발견돼 결국 비참하게 살해된다.

▲ 영화 <추격자> 스틸 이미지

살해동기를 묻자 범인은 없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동기 없이 여성 등 약자를 골라서 살해한다는 것은 더 끔찍한 일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영철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피해자들의 사체를 토막 내 암매장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러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혼에 따른 여성혐오, 부자 증오, 세상에 대한 복수심 등이 살해 동기로 추정된다.

최근 강남역 부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30대 남성이 무고한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과 다른 점도 있지만 ‘묻지마 살인’이란 점에서는 유사하다. 식칼을 품고 1시간 동안 잠복까지 한 끝에 저지른 범행이라서 충격을 더해준다.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보복하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여성 단체들은 여성혐오 범죄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부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에 의한 돌출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여성혐오든 돌출행동이든 간에 남성이 아닌 여성만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불안하다는 점이다.

▲ 영화 <추격자> 스틸 이미지

정부는 1일 법질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여성 대상 강력범죄와 동기 없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CCTV 확충 ▲신축 건물의 남·여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 대상 범위 확대 ▲여성 상대 범죄자에 대해 법정 최고형 구형 ▲여성 대상 강력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 강화 ▲중증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조기 정신증이 처음 발병하는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기반 조기 발굴 체계 마련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조치, 행정입원 요청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을 겪고 있는 수형자와 소년원생 등에 대한 전문 치료 시스템 마련 등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일 긴급성명을 통해 이 대책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혹은 증오범죄(hate crime)’이자 ‘여성 살해 범죄(femicide)’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처벌 강화’ 중심의 근시안적 대책만을 남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무분별하고 반인권적인 대책을 내놓아 국가기관이 나서서 사회적 소수자를 사회적으로 격리, 배제 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초·중·고 ‘정규 과목’으로 젠더·인권 교육 실시 등을 촉구했다.

어릴 때부터 인권을, 특히 이성을 존중하도록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등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이성혐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남녀가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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