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코로나 창궐로 지난 2020년 한해는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더욱이 제 2의 인생의 시기인 노년기를 맞이하신 분들께는 심리적인 상처로 말한다면 제일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노년기에 건강한 적응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삶이 만족스러웠고 계속해서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새로운 활동으로 자신의 삶을 재조직함으로써 활동을 왕성히 유지하고 그로 인한 새로운 경험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왕성한 사회활동을 통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으로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사회활동의 부족 그에 따르는 운동부족, 심신기능의 저하와 은퇴 생활에서 무력감 및 역할 상실감 등으로 소외감이나 고독감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럼 넋을 놓고 언제인지도 모르는 방역이 풀릴 시기만 기다려야 할까? 필자는 이런 가운데서도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방역의 범위안에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대화를 통한 가족과 이웃, 친구와 지인 간 긴밀한 유대관계의 지속이 필요하다. 이때 노년기에 흔한 난청으로 대화에 장애가 있다면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의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50세의 평균 키, 체중도 비슷한 두 사람이 양복점에 방문했다고 생각해보자. 체격은 비슷하지만 두 사람의 맞춤 양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팔 길이와 어깨선, 가슴 및 허리 둘레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맞는 보청기를 찾는 것도 맞춤 양복을 해서 입는 과정과 유사하다.

몸 치수를 재는 것은 각종 청각 검사를 하는 것과 같다. 가봉을 통해 보정하는 과정은 보청기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복 장인들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수십 차례 가봉 과정을 걸쳐 최적의 맞춤 양복을 만든다. 그 기간 고객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청기는 예민한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조절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난청 환자의 남아 있는 청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일상에서 잘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오랜 조절 과정 속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의 끊임없는 상담과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보청기의 효과를 확인하는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더불어 본인이 매일 접하는 소리 환경을 반영해 청취 전략을 고안하고 교육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즉 청력검사와 처방을 한 전문의와 보청기 조절을 담당하는 청각사, 그리고 소리 환경을 분석하고 청취 전략을 교육하는 상담사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또 환자 개개인도 착용한 보청기가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론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처음 보청기를 착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착용 전보다 소리가 커진 것 말고는 대화가 선명하게 잘 들리는지, 잡음이 잘 들리지 않는지 등 효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때 착용자가 보청기 효과를 가늠하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해 보자.

먼저 글을 소리 내서 읽거나 아는 시를 낭송하면서 본인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때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울림이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조용하지 않은 여러 장소에서 말소리를 들어본다. 이때 동시에 보청기의 여러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소리를 비교해 본다.

그 다음 전화기 소리를 먼저 확인해 본 후, 교회나 성당, 강연장에서 마이크나 TV 소리를 들어보고, 음질을 높이기 위한 부가적 부품들의 필요 유무도 확인해 본다.

내게 맞는 나의 보청기는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난청의 진행을 막으며 오늘날 코로나 방역 시대에 노년기의 건강한 적응자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물건이다. 이렇게 소중한 보청기를 선택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게 딱 맞는 양복’을 평생 즐겨 입듯이 ‘내 귀에 끼는 보청기’도 그래야만 한다.(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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