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개혁과 변화의 중심에 선 체육계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l승인2015.01.06l수정2015.0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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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의 스포츠 엿보기] 이제 타율보다 자율적인 개혁이 필요할 때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체육계 4대 악 척결’이 정점을 지나 막바지로 향하는 느낌이다. 체육계와 체육인들을 마치 ‘악의 축’이라도 되듯 요란법석을 떨더니 겨우 몇 건 실적만 내세우고 슬그머니 꼬리를 만 형국이다.
체육계 정화 작업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과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 체제 출범과 맞물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개혁이 시발점이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유증도 한몫을 했다. 비선 의혹의 도화선이 된 공주 승마 사건과 승부조작으로 태권도 선수 아버지가 자살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일부 종목에서 성희롱 사실까지 드러났다.

▲ 대한체육회 이사회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음

당연히 전면적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2013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담당자들이 합동으로 벌인 2,099개 전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감사였다. 특별감사를 통해 비리의혹이 있는 10개 단체는 수사의뢰하고 관련자 1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단체와 관련자들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조용히 숨죽이던 체육계 이곳저곳에서 ‘감사 공화국’이란 볼멘소리가 나오고 특정단체를 도태시키기 위한 표적 감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현수 파문은 다시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잇달아 따내자 안현수의 귀화 배경을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 비리를 언급했고 체육계 개혁은 새 정부 과제로 떠올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일파만파로 커지고 말았다.

이처럼 사태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자 급기야 지난해 2월 문화체육부에 ‘4대악 신고센터’가 생겼고 6월에는 검경과 국세청까지 합세한 ‘4대악 합동수사반’까지 출범했다.

‘체육계 4대 악’은 잘 알려져 있듯이 ‘승부조작, 입시비리, (성)폭력, 조직의 사유화’를 일컫는다.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고 난 뒤 역대 정부에서 특정 분야를 지정해 합동수사반까지 출범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졸지에 체육인들은 승부나 조작하고 입시비리를 저지르며 여자 선수들을 성폭력과 희롱을 일삼는 파렴치범으로, 그리고 체육단체들은 특정 인맥에 좌지우지되는 비리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결과 또한 헛발질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일요일인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경찰청과 합동으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에 제보된 총 269건의 각종 비리 가운데 종결된 118건에 대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국가대표 지도자 등이 모두 36억 원 규모의 횡령, 자금세탁 등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검찰에 2건을 송치했고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것이 2건이었으며 감사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한 것이 25건, 나머지 89건은 단순종결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를 위해 체육계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합동수사반의 10개월 동안 실적이라기엔 너무 초라하다. 전국 경찰청에 스포츠비리 전담 수사반이 설치되고 남은 151건에 대해 조사를 마치면 지금보다 많은 비리가 드러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거창하게 시작한 것에 비하면 잔챙이 몇 건 정도 더 건지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체육 개혁 대책 쏟아져 … 체육계 재편 의도로 의심받아
이런 가운데 4대악 척결과 체육계 개혁을 위한 갖가지 대책들도 쏟아졌다.

경기단체 임원의 임기제한, 특정학교나 인맥의 임원 취임 제한, 상임 심판제 운영, 대한체육회장 선거제도 개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전국체전 종목 축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임원의 임기제한과 특정학교 인원 제한 등은 이미 대한체육회와 각 가맹경기단체 정관 개정으로 2017년에 선출될 새 집행부부터 적용된다. 상임심판제도 골격이 잡혔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현재 56개 정 가맹단체와 2명의 IOC 위원, 선수위원장으로 구성된 59명의 선거인단을 2~3천명 선으로 늘이는 방안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두 단체 수장들이 2017년 2월까지 통합한다는 MOU를 지난해 초 맺었다. 전국체전 종목은 2019년 제100회 서울전국체전부터 올림픽종목 28개 종목에 개최시도 지정 5개 종목, 대한체육회 지정 5개 종목 등 모두 38개 종목만 치르기로 결정됐다.

문제는 이런 개선안들이 체육인들의 자율적인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었느냐와 우리나라 체육 현실에 맞느냐는 점이다.

물론 모든 개선안은 겉으로 보기에 대한체육회가 중심이 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체육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했느냐 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것 같다. 대한체육회나 경기단체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위세를 앞세워 체육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손쉽게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이미 항간에는 정부가 마련한 시나리오대로 체육계를 재편하기 위해 의도적 개혁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체육인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안겼다. 일제의 압제에도 굴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온 체육인들의 정신에, 그리고 세계에 유례없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스포츠를 세계 강국으로 올려놓은 체육인들의 피나는 노력을 폄훼해서 과연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정부에서 규정들을 다시 바꾸면 된다”는 체육계 인사들의 비야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나 체육인들도 결코 이 사태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한체육회가 명색이 체육인들의 구심체이면서도 과연 구심체로서 역할을 했는지 곰곰이 반성해야 한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대한체육회는 쓴 소리 한번 내뱉지 못했다. 그저 눈치 보기에 바빴다. 보신주의로 일관했다. 대한체육회장을 ‘체육 대통령’으로 부르지만 과연 이 말을 그대로 인정할 체육인들이 누가 있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체육은 그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직과 승복이 최고 덕목이다. 스포츠가 정직하지 못하고 결과에 승복을 하지 못할 때 그 파문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지난해 소치겨울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러시아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을 때 그 파문이 전 세계를 휩쓴 전례를 보지 않았던가? 체육인들 모두가 스스로 정직과 승복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국민들의 따가운 질타는 물론이고 아예 외면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든 탑도 무너진다.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세우기는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체육도 지금 무너지려는 공든 탑과 비슷하다. 더 이상 주변에서 흔들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대로 무너지게 두느냐, 아니면 힘든 시기마다 굳건히 헤쳐 온 체육인들의 저력을 살려 다시 반석위에 올려놓느냐는 체육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전 서울신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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