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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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유언으로써 자기 재산의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주는 것을 유증이라고 하고, 증여자가 사망하여야 효력이 생기는 증여계약을 사인증여라고 합니다.

유증은 유언자 단독의 법률행위인데 반하여, 사인증여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나, 양자는 사망으로 그 효과가 발생하고 유증`증여자의 생전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상속재산으로부터 출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기 때문에, 민법은 사인증여에 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62조(사인증여)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나아가 유증의 경우, 유증자의 최종적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기에, 민법은 유증자는 언제든지 유증의 전부나 일부의 철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108조(유언의 철회) ①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인증여의 경우, 위 유증의 철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수 있을까요?

최근 사인증여에도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준용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언제든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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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내연관계에 있던 B는 A와의 사이에서 아들 C를 출산했습니다.

A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동산과 부동산 등 자신의 자산 가운데 40%를 B와 C에게 넘기는 내용의 각서를 2012년 1월경 작성했고, 2013년 4월경 현재 소유한 토지의 일부분 중 20억 원 정도 금액을 근저당 설정을 통해 C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의 두 번째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A는 2013년 5월경 B에게 채권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준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B를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는 "두 번째 각서의 내용은 사후 재산을 C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는 유언으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에 해당하고, 유증은 효력 발생 전에 유증의사를 철회할 수 있어 2016년 4월 4일자 준비서면 송달로써 C에 대한 유증을 철회한다"고 주장했고,

나아가 "유증이 아니라 사인증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사인증여에 해당하더라도 수증자는 C이므로 B가 (자신에 대한) 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예비적 주장을 하였습니다.

1, 2심 법원은 사인증여의 철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사인증여의 철회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근저당권 말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17다245330).

재판부는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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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아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해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 유증의 철회에 관한 조항이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보아,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이 사건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규정을 사인증여에 준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증과 사인증여는 사망으로 그 효과가 발생하고 유증`증여자의 생전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상속재산으로부터 출연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기에, 유언능력, 유언방식, 승인과 포기, 유언의 철회 등 유언의 단독행위적 성질에 기초하는 것 외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사인증여에 준용할 수 있다고 사료되는 바, 위 판결은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것입니다.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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