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호 칼럼] 기준금리 1% 시대

문수호 칼럼l승인2015.03.12l수정2015.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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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하했다.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2.00%에서 0.25% 인하해 연 1.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한 것은 사상 처음의 최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마주한 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저성장 저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서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어, 경기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로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씩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는 맥을 추지 못했다. 금리 인하가 3~6개월 후에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인하 효과가 별무 소득이었던 셈이다.

국내 경기를 보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아직 크지만, 수출 증가율은 오히려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출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월 -0.7%, 2월 -3.4%로 감소폭이 커졌다.

소비도 마찬가지로 소매판매는 올해 1월 전년대비 -3.1%로 감소했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상승률은 담배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실질 상승률은 마이너스였다. 그 밖에도 설비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들도 모두 신통치 않다.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을 보자면, 세계 각국은 이미 환율전쟁에 들어갔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근린 궁핍화 정책’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환율을 상승시켜서 자국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행위는 이웃 나라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 총성 없는 전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유로존은 기준금리를 0.05%로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는 화들짝 놀라서 기준금리를 아예 마이너스로 내려버렸다.산유국인 캐나다와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도 자국의 수출 둔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 인도, 호주, 싱가포르, 태국 등도 모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기준금리를 인하, 자국의 환율을 올렸다. 중국도 최근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성장률 저하와 수출 감소 또는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 속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1%대의 기준금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기준금리 1% 시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내외의 경제가 무척 어렵다는 방증이다. 웬만한 쎈 놈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기준금리는 최저 2.00%였다. 그 때보다 정부당국이 현재의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가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지만 여러 여건은 녹녹치 않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가계부채다. 지난해 말 1089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이번 금리인하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가 인하되면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어 빚의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 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면서도 경기활성화를 선택했다. 한은 총재,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 후보 등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한결같다. ‘가계부채는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관리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시스템은 신용화폐 시스템을 말한다. 가계부채 문제로 은행이 망할 지경이 되고, 중앙은행이 구제자금을 지원할 정도가 되어야 시스템 리스크다. 이 정도까지 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미인데, 그 말 속에는 일부 중산 서민층이 부채로 파산하고 자살하는 상황이 속출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다. 마치 산불이 나서 산 몇 개를 태워먹더라도 온 나라로 화재가 번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코멘트.

정부가 금리를 인하해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절박함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금리인하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금융정책 뿐아니라 재정정책도 곁들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1,2차 양적완화 때, 언론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재정정책을 써서 중산서민층의 경제적 안정을 꾀했다. 3차 양적완화 시에는 재정여력이 없어 이 정책을 병행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는 유효수요를 증가시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개인들은 이제 자기 리스크는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 예적금 금리가 줄줄이 인하되면 실질금리는 제로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여유가 있는 가계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경제 환경에서 리스크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물론 수익도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싼 이자에 현혹돼서는 안된다. 내 소득에 견줘 큰 빚을 냈을 때 이자가 싼 것이지 원금까지 싼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는 지금은 더더욱 이자의 무게를 따져 봐야 한다. 잘못 먹으면 독이 든 사과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왜 이렇게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는지 이면을 봐야 한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해서 금리를 내린 것인가. 이제부터 자신의 위험은 자신이 관리해야 되는 정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수호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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