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막내다. 태어 난지도 이제 2살이 갓 넘었을 뿐이다.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특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나라 3번째 광역자치단체다. 모두 잘 알듯이 특별이라는 명칭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나 광역자치단체가 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행정기관들이 정책적 의도에 따라 이곳으로 이전함에 따라 앞으로 행정수도의 역할을 해야 하는 특별한 도시라는 뜻에서 특별자치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세종시는 이래저래 특별하다.

전국체전 출전 세 번째 만에 성취상 2위 수상

세종특별자치시체육회(이하 세종시체육회)는 2012년 7월 1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행정 중심도시로 탄생한 세종시와 함께 출범했다.

세종시체육회(회장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는 출범한 지 10일째인 7월 10일 대한체육회 제21차 이사회에서 제17번째 지부로 승인받고 불과 3개월만인 10월 11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전에 출전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다. 체육회 조직뿐만 아니라 가맹경기단체조차 틀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표선수들을 선발하고 훈련할 짬이 있을 리 없었다. 출전 선수단을 구성한 것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였다.

당연히 애초부터 성적은 관심 밖이었다. 세종시가 다른 광역시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국체전에 출전한다는 출사표를 전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의미만 부여했을 뿐이다.
이처럼 세종시체육회는 출범 3개월 만에 전국 무대에 공식 데뷔전을 가짐으로써 비록 말석이지만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세종시체육회는 전국체전 출전 첫해인 2012년 대구체전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동메달 각각 2개씩 등 모두 5개 메달로 총점 3,279점, 17위였다. 유일한 국가대표인 테니스의 조민혁(세종시청)이 남자일반부 단식에서 영광스런 세종시체육회 제1호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세종시청 궁도팀과 태권도 여자대학부의 신현선(한국체대)이 은메달을, 홍익대 배구와 우슈쿵푸 남고부에서 박종광이 동메달을 각각 따낸 것이 전부였다.

이듬해인 2013년 제94회 인천체전에서는 금 2, 은 2, 동메달 6개로 순위는 여전히 꼴찌인 17위였지만 총점은 4,049점으로 그 전해보다 800점 가까이 늘었다.
금 6개, 은 5개, 동메달 10개를 따낸 2014년 제95회 제주체전은 세종시체육회로서는 남달랐다. 다른 시도에서 보면 “기껏 그것 가지고 …”로 할 수 있겠지만 2년 만에 메달이 4배로 늘어났다. 메달 종목도 2012년 5개 종목, 2013년도 8개 종목에서 지난해에는 10개 종목이나 됐다. 미약하긴 하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종합 순위는 17위로 똑같았지만 총점은 5,415점에 이르렀다. 체전 참가한 첫해에 견주어 종합 총점이 무려 65%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 덕분에 개최도인 제주도에 이어 성취상 2위를 수상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제주도를 따라 잡아 꼴찌를 벗어나기도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국체전 세 번째 출전 만에 이룬 세종시체육회의 성취상 2위는 조금씩이지만 종목 다변화, 저변 확대와 함께 세종시체육인들에게는 ‘노력한 만큼 수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황무지에 터 닦기 시작한 세종시체육회

세종시체육회는 사실 출범 시작부터 인사와 회계, 횡령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결국은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 조사를 벌였고 지역인사 자녀의 특혜 채용, 일부 체육계 인사의 비리에 이어 직원들의 횡령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이사진의 숫자가 타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턱없이 많은 전형적인 비효율 구조에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세종시체육회는 선수 228명에 임원 199명을 합해 총 427명이 출전했다. 임원이 선수보다 불과 29명 적었다.

이는 바로 세종시체육회를 구성하고 있는 임원진이 부회장 9명을 이사 21명을 포함해 30명이나 됐고 각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까지 포함해 총 60여 명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에 막내 광역자치단체 규모로는 지나치게 살찐 조직으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다 체육회 이사들이 대부분 비경기인 출신으로 체육활동 경력이 거의 없이 상당수 특정 정당 당원이나 사회단체 관계자들로 이루어져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이러한 세종시체육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를 기해 완전히 해소했다.

지난해 8월 1일 경기인 출신의 석원웅씨를 사무처장으로 영입하고 그동안 고수해온 지역인재 선발 원칙 입장을 외부인재 영입으로 전환해 문호를 개방했다. 충남체육회에서 5년 동안 노하우를 쌓은 육상선수 출신 황성연씨를 2년째 공석이던 팀장급으로 채용하는 등 공채를 통해 3명의 직원을 보강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시켰다.

이 덕분에 사무처장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불과한 미니조직이지만 직원들이 대부분 경기인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경기단체와의 유기적인 협조관계는 물론 선수들과 스스럼없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효과를 함께 거두었다. 전국체전 준비, 가맹경기단체 지원, 선수지원 업무 인력·노하우 부족 등 그동안 꼬이고 꼬였던 실타래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효과를 거둔 것.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체육회 임원진도 지난 1월 13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임원진 감축과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대수술을 감행했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홍영섭 정무부시장, 이진석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석원웅 세종시체육회 사무처장 등 4명의 당연직에다 조치원과 신도시, 그리고 면지역 대표까지 아우르고 대학 및 관내 재계대표를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대폭 줄였다.

세종시체육회는 출범 4년차에 접어든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황무지에 주춧돌 몇 개를 세운 셈이다. 앞으로 이 주춧돌 위에 어떤 모습의 건물이 들어설지는 바로 세종시체육회를 앞에서 끌어가고 있는 직원들과 세종시 체육인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 석원웅 사무처장 인터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세종시에서 전국체전을 개최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지난해 8월 1일 세종시체육회 제2대 사무처장으로 취임한 석원웅 처장은 아직은 백지나 다름없는 인적 및 물적 스포츠 인프라를 전국체전을 개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갖추는데 미력이나마 온 정성을 쏟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석 처장은 1983년 충남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서산고북중학교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세종시를 포함한 충남도내 체육교사로 재직하다 잠시 정치 쪽으로 외도를 한 뒤 “체육회 발전을 위해서는 체육행정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이춘희 세종시체육회장(세종시장)의 뜻에 따라 세종시 체육계의 야전사령탑으로 되돌아 온 케이스.
대학시절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한 석 처장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조치원중학교에서 축구부를 창단하는 가하면 천안북중에서는 야구부장을 맡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체육 전문가다.

“세종시체육회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츠에 관한 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것이 세종시체육회의 현실인 만큼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 나갈 계획입니다.”
석 처장은 할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무엇보다 우선은 꿈나무 육성과 팀 창단, 그리고 스포츠 기반 시설 확충에 정성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각 학교들은 교장의 체육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팀 육성 문제가 좌우된다”며 체육교사 시절의 경험을 들려 준 석 처장은 특히 초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꿈나무 육성은 세종시 체육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사활에도 큰 관계가 있다면서 각 학교들과 체육회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석 처장은 올해 개교한 울산광역시의 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를 벤치마킹해 빠른 시간 내에 세종시에도 체육전문학교를 설립하는 방안과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인 연동면 하천부지인 국유지 40만㎡에 전 종목 경기가 가능한 스포츠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조기 착공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비치기도 했다.

끝으로 석 처장은 직원들이 대부분 체육인 출신들로 이루어져 26개 가맹경기단체들뿐만 아니라 체육회 임원, 선수들까지 한 가족처럼 지내고 현장중심의 행정을 통해 일선 지도자,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공감해 먼저 해결해 주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세종시체육회의 장점이자 강점이라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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