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알림]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로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테마토크 편집국장이신 유진모 편집국장이 함께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유진모 국장님이 미디어파인에 게재해하실 칼럼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연예계 소식을 다양한 시각에서 재미있게 풀어나가실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열화 같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유진모의 테마토크] 1일 오후 ‘신서유기’ 제작발표회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된다는 소식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신서유기’와 이수근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도박 파문 이후 본격적으로 컴백하는 이수근의 활동에 눈길을 쏠리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나영석 PD부터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까지 한때 KBS2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들이 뭉쳤다는 점이 더욱 매력 있게 비쳤을 것이다.

▲ 사진=tvN 방송화면 캡쳐

‘신서유기’는 케이블TV tvN의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tvNgo가 내보내는 첫 번째 컨텐츠로 오는 4일 네이버 PC와 모바일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된다. 즉 지상파 방송,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등 TV 모니터가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방송되는 첫 블록버스터급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목대로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삼장법사가 등장하는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예능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시청자는 재미없으면 뒤로 돌릴 수도 있고, 아예 다른 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방송사의 편성을 무시하고 시청자가 입맛대로 즐기는 컨텐츠다.

얼마전 윤종신이 이끄는 대규모 연예기획사 미스틱9은 아프리카TV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해 방송하겠다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고, 이미 대중이 동영상을 즐기는 플랫폼은 TV 수상기에 국한되지 않고 넓게 열려있다. 지상파 방송사냐, 케이블TV냐 구분하는 것은 이제 촌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넘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은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각종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물론 컴퓨터로 즐겨 온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서유기’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냥 방송 컨텐츠의 시각에서 보면 나영석과 ‘1박2일’의 주역들의 재회다. 나 PD는 한때 KBS 예능국의 최고 효자였다. 그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경쟁에서 전통적으로 열세를 보여온 MBC는 물론 SBS에도 뒤지며 굴욕을 겪던 자신의 회사를 ‘1박2일’로 조금 과장해 기사회생시켰다.

▲ 사진=tvN 방송화면 캡쳐

그리고 그는 보란 듯이 꽤 많은 이적료를 받고 tvN으로 자리를 옮겨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했다.

그동안 ‘1박2일’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나 PD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유호진 PD를 필두로 한 젊은 연출자들의 노력에 의해 안정된 궤도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KBS로선 나 PD를 잃은 건 무척 뼈아픈 일이고, tvN의 입장에선 엄청난 이득을 보는 스카웃을 한 셈이다.

이번 ‘신서유기’의 블록버스터급 캐스팅의 배경은 누가 뭐래도 나 PD의 검증된 실력과 인맥이다. 게다가 ‘1박2일’의 전성기의 멤버들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어느 플랫폼이건 상관없다. 어차피 시골 오지의 노인들이야 ‘1박2일’조차 모를 테니 tvNgo 입장에선 다른 인터넷 방송이나 모바일 방송과 확실히 차별화된 역대 최고급 연출자와 출연진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동일 플랫폼에서의 돌풍을 자신할 수 있다.

그건 곧 시청자들이 이용하는 시청 플랫폼이 TV 수상기에서 인터넷으로, 또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건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첨단 디지털 시대를 향해 달리는 현재와 미래의 당연한 수순이다.

종합일간지를 발행하는 신문사들은 한결같이 신문판매 및 광고유치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광고와 독자가 TV쪽으로 몰려갔다 인터넷으로 옮겨간 지도 꽤 오래됐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대형 포털사이트와 기사제휴를 맺은 인터넷 매체만 1000개일 정도로 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게 일상화된 것이다.

그런데 한때 지하철과 버스를 주름잡던 무가지가 어느새 사라지고 이제 그 대중교통 안에서 거의 모든 이용객들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게임을 하건, SNS에 접속하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건, 기사를 보건, 동영상을 시청하건 제각각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모두 종이를 버리고, 접근성이 제한되고 휴대가 불편한 노트북마저 외면한 채, 스마트폰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곧 대다수의 대중이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 컨텐츠나 언론의 기사를 접하는 날이 도래한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다. 이미 올해 들어 인터넷 매체의 독자 유입률에서 모바일이 컴퓨터를 앞선 게 그 증거다.

더 넓게 분석, 예상하자면 향후 영화 및 방송 컨텐츠의 생산 배급 등의 방식과 패러다임이 많이 변화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이렇게 드라마나 연예 컨텐츠의 제작과 배급 방식이 바뀜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쉬워지고 그로 인해 곧 거대 자본의 지상파 방송사가 쥐락펴락하던 오래 전의 방송사의 ‘갑질’은 거의 완화될 것이며 그건 곧 무분별한 제작의 난립으로 컨텐츠의 양적 팽창과 동시에 질적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한데 결론적으로 대중에게 검증받은 연출자(기획자)나 제작사, 그리고 대형 연예기획사에게 제작과 배급의 헤게모니가 넘어간다는 결론이다.

이는 영화계도 바꿀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많고도 질적으로 뛰어난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대중은 이제 어설픈 영화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최소한 ‘암살’이나 ‘베테랑’ 정도 되는 완성도와 재미를 갖춘 블록버스터라야 볼 생각이 들 터이니 영화제작편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그 속에서 웬만한 멜로나 다양성영화는 극장에 발을 붙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당연히 외화 역시 블록버스터 아니면 스크린을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며 이에 따라 스크린 수도 줄어들되 침대식 좌석에 스테이크와 와인이 서비스되는 고급 극장의 차별화로 극장의 패러다임이 변해갈 것이다. 그 와중에 뜻있는 영화인들에 의해 소규모의 아트무비 전용 극장도 1~2개쯤 생겨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기존의 연예전문 인터넷 매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금처럼 페이지뷰 ‘사냥’에만 눈이 멀어 심층취재나 날선 비평에는 자그마한 노력도 없이 오로지 자극적인 제목달기와 저급한 베껴 쓰기에 급급한 기사 생산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될 것이다.

현재 포털사이트는 방송편성표를 계속 업데이트해 누리꾼의 TV시청을 돕고 있다. 그러나 ‘신서유기’가 크게 성공할 경우 플랫폼이 더욱 확장될 것이 뻔하므로 보다 더 자세할뿐더러 로컬까지 배려한 편성표로의 변화에 꽤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은 명약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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