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의 파르마콘]
건강한 고령자의 급속한 증가, 세대간 일자리 경쟁이 시작되나?

한국의 노인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총인구의 10.3%에 이르고 있으며, 2026년에는 20.8%이상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이미 고령사회의 문턱까지 숨 가쁘게 와있는 한국, 건강한 고령자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고령자의 대부분이 제대로 된 노후대책 없이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비극의 시작일지 모른다. 현재 건강한 노인의 상당수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일자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노인의 41% 이상이 ‘취업을 원하나 일자리가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건강한 노인의 급속한 증가, 그러나 더 급한 청년층의 실업률이 10%에 달하는 현실에서 원만한 조화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결국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비극적인 ‘세대 간의 일자리 경쟁’이 시작될지 모른다.

▲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고령자 일자리대책과 현실적인 문제점은?
현행 고령자 일자리 지원제도는 크게 3가지다. 먼저 199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령자고용촉진법」(2008년 이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들 수 있다. 관련법에 의해 ‘고령자 우선고용직종’과 기업의 ‘기준 고용율’을 고시하고, 일정기업에 고령자 채용을 촉구하고 장려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현재 고령자 우선고용직종으로 경비원, 경영컨설턴트, 자재관리원 등 공공분야 47종, 민간분야 83종을 고시하고 있다. 또 다른 제도는 2007년에 시행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다.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할 경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하고, 인증된 기업에 경영지원, 우선구매, 조세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지원에 의한 숲 생태 해설, 문화재보호 등 한시적인 일자리 사업이 있다.

이러한 대책은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효과적일까? 「고령자고용촉진법」 상의 고령자는 55세이다. 이는 증가하는 건강한 65세이상의 문제와는 대상연령에서 거리가 있다. 또한 고시된 ‘고령자 우선고용직종’도 경비원, 청소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청년층과 〮경쟁이 제법이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도 자립・시장형은 드물고 대부분 정부지원에 의지하고 있다. 재정지원 사업은 한시적이며 제한적(참여일수, 금액 등)으로 실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 무엇보다 기본적인 문제점은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 기존의 일자리 시장에 특정한 계층의 Job Share를 지원하는데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창출이 아닌 특정층의 고용지원은 상대적인 계층의 고용기회를 뺏는 것으로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져 온다.

또 다른 현실의 문제로 고령자의 노동력과 특수성에 비추어 최저임금, 휴일•야간 가산수당(50%), 경영상 해고제한 등 노동관계 규제에서 완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실제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들은 높은 보수를 원하지 않는다. 고령자와 청년층의 노동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수당,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령의 획일적인 적용은 오히려 고령자 노동력에 맞는 창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 일자리 대책의 방향과 전제조건은?
건강한 고령자의 폭발적인 증가, 더 심각한 청년층이 공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령자 일자리 대책은 어떻게 하여야 하나? 난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현행 대책과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기존 일자리를 놓고 채용을 지원하는 방법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고령사회의 고령자 일자리 대책의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제시해 본다.

첫째, 고령자 일자리 대책은 청년층과의 경쟁성이 없는 분야에 집중하여야 한다. 둘째, 기존 일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이여야 한다. 셋째, 고령자의 노동력에 적합한 분야이어야 하며, 고령자 노동력의 강도와 집중력의 차이에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노동관계법령상의 규제(휴일가산수당, 경영상 해고, 최저임금 등)의 일부 완화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칭) 고령자 친화적 기업’ 제도를 검토해 보자
이러한 전제조건 하에 고령자 일자리대책의 하나로 ‘(가칭) 고령자 친화적 기업 지정제도’를 검토해 보자. 고령자 노동에 적합하고, 청년층과 일자리 대체성이 낮으며,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선정하여, 고령자를 주된 근로자로 운영하는 기업을 ‘고령자 친화적 기업’으로 지정하고, 지정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노동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적용하고, 기존의 ‘사회적 기업’ 지원과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고령자에 적합한 기업을 창업・육성해 보자는 것이다.

우선 ‘(가칭)고령자 친화적 기업’ 창업이 가능한 분야로 ‘재활용 자원의 수집・선별・자원화 등 자원재활용 분야’, ‘한계농지를 이용한 한약재 제배・가공분야’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자원재활용은 종이, 유리병, 캔, 플라스틱, 고철 등 일부 유가성 있는 폐기물은 제법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전기・전자제품은 지자체・생산자단체 등을 통해 일부 수거되고 있으나 대부분 가정・회사에 방치되어 재활용률은 15%이하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활용과 관련된 규제완화, 정부지원(부지알선 등)으로 재활용률을 높이고 그 만큼 고령자 친화적 기업을 창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면 어떠한가? 또한 인력부족, 수입악화 등으로 점점 증가하는 한계농지를 활용한 고령자 일자리 창업은 어떠한가. 수입약재의 비율은 55%가 넘는다.

전문․중독우려가 없는 한약재의 생산・가공에 대한 생산자 규제를 완화하여 한계농지를 활용한 고령자 친화적 기업도 검토해 보자. 수입대체 비율을 높이면서 그 만큼 창업을 확대해 보면 어떠한가? 어쨌든 건강한 노인의 폭발적인 증가가 비극적인 세대간의 일자리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게 새로운 시장의 파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현)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저서 규제의 파르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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