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적 매수인 역할을 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이행의 최고의 유효성

박병규 변호사l승인2016.02.18l수정2016.02.18 18:4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부동산 경기의 악화로 인해 이미 체결한 부동산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매매계약 해제는 계약이 성립한 후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 등의 사유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더 이상 부동산매매계약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게 되어 상대방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그 계약을 해제하여 부동산매매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부동산매매계약 해제의 경우 부동산의 매매계약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매매계약 해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매매계약 시에 매도인과 매매교섭을 해 온 사실혼 배우자에게 매도인이 이행최고를 했다면, 이것은 유효할까요?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매수인의 사실혼 배우자에게 이행 최고를 한 경우 그 배우자가 평소 매도인과 교섭해왔다면 실질적 당사자와 다름없으므로 이행최고는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자친구 을과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2014년 4월 병 부부로부터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를 6억 4,500만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6,450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계약서상 매수인은 갑으로 표기하고 '양당사자가 계약사항을 불이행할 경우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해 서면으로 최고하고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갑과 을은 약속한 날짜에 중도금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병 부부는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급기일을 연장해 줬지만 그것마저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을은 병 부부에게 한번만 더 날짜를 연장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번에도 지키지 못하면 계약파기 등 병 부부 말에 따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병 부부는 갑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갖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갑은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당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계약서상 당사자에게 이행을 최고해야 하는데 병 부부가 곧바로 내용증명을 통해 해제 의사표시를 통지했다"며, "적법하게 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 부부가 빌라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이행불능 상태가 됐기 때문에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은 갑이 병 부부를 상대로 "7,45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단5296835)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 부부가 해제권을 행사할 당시 원고인 갑은 사실혼 관계인 을과 신혼집을 마련하려 했고, 을이 계약 체결부터 내내 병 부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중도금 지급기한을 연장받는 등 교섭했다"며, "사실혼 관계에서도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는데, 을은 빌라 매매계약에 있어 실질적 당사자나 다름없어 계약상 매수인인 갑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병 부부가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행을 최고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계약 취지에 비춰볼 때 문자메시지를 통한 이행최고를 서면에 의한 이행최고와 동일시 할 수 있고, 갑 측이 여러 차례 중도금 지급기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로 약속한 날짜까지는 계약을 이행하고 불이행시 해제를 감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에 병 부부가 서면으로 이행최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병 부부에게 해제권이 발생했다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실혼이란, 사실상 혼인의사를 가지고 동거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나 법률상의 방식, 즉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서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말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에 준한 특별한 관계”이며, 법률상 혼인에 준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에서도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므로 위 사건에서 사실혼 배우자인 을이 빌라 매매계약에 있어 실질적 매수인 역할을 하였다면 계약상 매수인인 갑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병 부부가 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행을 최고한 것은 적법합니다. 계약상 매수인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병 부부에게는 적법한 계약의 해제권이 발생하였고 병 부부의 계약해제 의사표시에 따라서 본 사건의 계약해제는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겠습니다.

사안의 판례는 계약의 해제와 사실혼의 문제, 나아가 일상가사 대리권의 세가지 법적 잣대를 동원하여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판결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일반인들은 계약에 있어서 그 해제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단천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변호사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28, 10층 1016호(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대표이사 : 이창석   |  주필 : 김주혁  |  편집국장 : 김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21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