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화면 캡처

[유진모의 테마토크] 브라더스포(The Brothers Four)는 1957년 미국 시애틀에서 밥 플릭(Bob Flick), 존 페인(John Paine), 마크 피어슨(Mark Pearson), 테리 로버(Terry Lauber) 등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타 밴조 만돌린 업라이트베이스 등 기타 유사악기만을 연주했다. 1960년 두 번째 EP(싱글, 싱글앨범은 잘못된 용어)에서 ‘Greenfields’가 차트 2위에 오를 정도로 크게 히트되며 급부상해 그해 데뷔앨범 ‘Brothers Four’를 낸 뒤 한동안 눈부신 활약을 보인 팝/포크/컨트리 쿼텟이다.

이들의 활약은 비틀즈를 필두로 한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더불어 토종 포크스타 밥 딜런 등에 이내 가려지긴 했지만 꽤 오랫동안 꾸준하게 활동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Seven daffodils’는 양희은이 ‘일곱송이 수선화’로 번안해 불렀고, ‘Sloop John B’는 송창식이 ‘그리운 고향’으로 번안해 히트시켰을 정도로 1970년대 국내 포크가수들에겐 그야말로 교과서와 같은 뮤지션이었다.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알라모’의 주제곡 ‘The Green leaves of summer’도 크게 히트됐고, 브라더스포 뿐만 아니라 패티 페이지, 해리 벨라폰테, 에디 피셔 등 수많은 가수가 부른 ‘Try to remember’는 홍콩에서 리밍(여명)이 주연한 영화 ‘유리의 성’에 삽입돼 후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 유튜브 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ay2IYNPpwyU (The Brothers Four-Green Fields)

킹스톤트리오와 함께 1960년대 미국의 자존심 포크의 전도사로 활약했다. 브라더스포 하면 떠오르는 곡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그린 3종 세트’인 ‘Green sleeves’ ‘Greenfields’ ‘The Green leaves of summer’다. ‘Green sleeves’는 팝과 미국의 역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곡이다. 잉글랜드의 민요로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부터 영국에서 널리 애창된 후 전 세계로 널리 퍼졌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극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에서 이 곡을 사용했는가 하면 현대음악 작곡가 랄프 본 윌리엄스는 이 멜로디를 차용해 ‘그린 슬리브스에 의한 환상곡’을 만들기도 했다.

브라더스포가 취입해 크게 히트된 후 올리비아 뉴턴 존도 취입했으며 특히 만토바니 악단의 연주가 무척 아름답다는 평가를 들었다. 기타 초보자들에겐 ‘로망스’보다 더 먼저 배우는 교과서다. 브라더스포는 이 곡을 원형에 가깝게 4분의 3박자의 리듬에 느린 템포의 왈츠로 취입했지만 후에 케니지는 재즈로 편곡해 4분의 5박자로 바꿨다. 두 곡을 비교해가며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메인 멜로디는 2분이 채 안 될 정도로 짧지만 그 서글픈 정서를 담은 발라드 특유의 서정성과 비장미는 처음 4소절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건 잦은 반음계의 활용 때문이다. ‘Greenfields’는 그야말로 브라더스포를 대표하는 명곡으로서 블루스와 록의 급물살 속에서 미국의 자존심인 포크와 컨트리의 계보를 굳건하게 지켜준 자존심에 다름없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원래 포크 그룹 이지 라이더스 멤버 테리 길키슨, 리처드 데어, 프랭크 밀러 등이 만들어 1956년 발표했지만 빛을 못 봤고, 4년 뒤 브라더스포에 의해 훌륭하게 부활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더불어 빌리 본 악단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로저 윌리엄스의 피아노 솔로 연주 등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당시 킹스턴 트리오의 ‘Tom Dooley’와 함께 포크 부활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로 잔잔하게 펼쳐지는 매우 간결한 편곡이다. 더구나 기타 스트로킹마저 뮤팅으로 잔 여운을 없애지만 멜로디 자체가 워낙 뛰어난 애수를 띠고 있어 멤버들의 목소리만으로도 완성도가 뛰어나다. 하모니라야 코러스(후렴구)에서 허밍이 조금 들어갔을 뿐 이렇게 절제의 미덕에 의한 공간의 활용이 훌륭한 팝송은 드물다. 아픈 실연의 상처를 드넓은 미국의 자연환경이 햇빛에 메말라가는 것으로 표현한 가사도 다분히 시적인 구성이다.

‘The Green leaves of summer’는 폴 프란시스 웹스터 작사, 디미트리 티옴킨 작곡으로 텍사스 독립의 역사를 장식하는 비장한 얘기로 지금도 사람들이 전하고 있는 1836년 3월 알라모 요새에서의 텍사스 의용군의 분전과 최후를 그린 영화 ‘알라모’(1960)의 주제가다. ‘Greenfields’와 마찬가지로 간결한 편곡 아래 목가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로 불렀다. 일각에선 미국 소울/가스펠의 대모인 마할리아 잭슨이 영가 스타일로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이렇듯 브라더스포는 오리지널리티도 떨어지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얼마 전까지 활동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스테디셀러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그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소외됐거나 절망한 사람들이 미지의 땅에 모여 만든 미국이란 나라의 개척 당시의 애환과 자연을 개척해나간 프런티어(?) 정신 등에 대한 향수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와 그런 음악을 고수해온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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