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그빌> 포스터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가족남녀M&B(Movie&Books)]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이 선도 대상인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어 물의를 빚고 있다. 직무상 권력을 남용한 것.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다.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실이 5년 만에 드러나 충격을 준다. 여중생들이 맥주를 마신 약점을 이용했다. 그 사실이 학교에 알려져 징계를 받지 않으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범행을 저질렀다. 섬마을 학부모들이 여교사에게 연신 술을 권했다. 마침내 여교사가 취한 순간 학부모들은 돌아가며 성폭행을 했다. 천인공로할 일이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가정 내 아동학대 소식도 연일 언론에 보도된다. 직장 상사나 부모로서 부하직원이나 자녀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반발하기 어려운 등의 약점을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상대방의 약점을 악용할 수 았는 우월적 지위에 선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을까? 영화 ‘도그빌’은 그 단면을 보여준다.

▲ 영화 <도그빌> 스틸 이미지

로키산맥의 한적한 초미니 마을 도그빌. 주민이 10여명에 불과한 이곳에 어느 날 밤 총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그레이스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나타난다. 마을 도덕 선생 역할을 하는 톰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다. 갱단이 들이닥쳐 한 여성의 행방을 묻지만 톰은 모른다며 그녀를 숨겨준다.

톰은 주민회의를 열어 마을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한다. 그 결과 그레이스에게 2주간 머물 기회를 주기로 했다. 주민들이 그녀를 믿을 수 있도록 그 기간에 신뢰를 쌓으라는 것. 그레이스는 집집마다 다니며 열심히 일을 거들고 자녀를 돌봐주고…. 2주가 지나자 마을 사람들은 착한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경찰이 찾아와서 그레이스에 현상금을 내건 포스터를 붙인다. 소박해 보였던 마을 사람들은 점점 추악하게 변한다. 그녀를 숨겨주는 대가로 노동 강도를 높이고 사례비도 주지 않는다. 마침내 남성들은 성관계까지 요구하기에 이른다. 정작 그레이스와 애틋한 관계인 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레이스에게 정기적으로 성적 학대를 가한다. 여성들도 그녀를 학대하기는 마찬가지. 그레이스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무산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개목걸이를 채운다. 동네 이름대로 ‘개 같은 마을’로 전락해 버렸다.

▲ 영화 <도그빌> 스틸 이미지

톰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작 그레이스를 사랑하면서도 유일하게 성관계를 하지 못한 현실이 야속하다. 결국 갱단이 맡긴 명함으로 연락을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출동한 갱단의 두목은 그레이스와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달아났던 인물. 개 같은 마을과 주민들은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도록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각종 조직도 민주화돼야 한다. 우월적 지위에 있더라도 상대방의 점을 악용하지 않는 인권 존중, 폭력 예방 교육과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도그빌’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전 서울신문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