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안용갑의 와인이야기] 포도를 깨끗이 씻어서 와인을 만든다고 써진 책도 있지만, 세계 어디서나 포도를 씻어서 와인을 담그지는 않는다. 포도를 씻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포도를 씻으면 더러워진 물이 상처 난 포도에 접촉하여 더욱 부패하게 만드는 잡균 오명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둘째, 포도란 포도 알이 붙어있는 형상이라서 세척 후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포도즙에 물과 섞여서 당도 등 여러 성분이 희석되는 수가 있다.

또 포도를 씻을 때 포도 알이 떨어져 나가 손실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포도를 물로 씻으면 여러 가지 곤란한 점이 많아진다.

그러면 포도에 묻어 있는 농약이나 이물질은 어떻게 될까? 농약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균을 죽이는 살균제와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로 나눌 수 있다. 살균제는 농도가 낮아 별 문제가 안 되고, 살충제는 생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양이 줄어든다.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살충제의 양이 2분의1로 줄어드는 시간은 4~20일 정도 된다. 포도를 수확하기 전에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며 외국에서는 잔류농약 검사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스트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발효과정에서 농약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또 발효한 이스트라는 미생물이 생육하는 기간이라서 만약 농약이 너무 많이 있으면 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발효가 진행됐다는 것은 미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고 번식했다는 증거가 되므로 그 정도라면 사람에게도 해롭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즉 이스트의 생육이 안전의 지표가 된다. 또 발효가 다 끝나면 여과하기 전에 와인을 맑게 만드는 젤라틴이나 벤토나이트와 같은 첨가물을 넣어 침전시키고 여과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농약이 사라지니까 농약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

참고로 농약은 물로 씻어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종류에 따라 2분의1 정도 남는다. 하지만 발효식품은 발효 도중에 농약이 점차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모든 발효식품은 가장 안전한 식품이 된다.

멸치젓이나 새우젓을 담글 때 언뜻 보기에는 비위생적으로 보이고 메주도 곰팡이가 슬어 더럽게 보이지만, 미생물이 살아서 활동했다는 것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옛날부터 가장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발효식품이 된 것이다.

▲ 안용갑 힐링포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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