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16년 만에 재결합한 젝스키스의 신곡 ‘세 단어’가 가온차트 10월 월간 디지털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누션이나 터보의 재결합이 한시적 돌풍이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젝스키스의 이름값의 배경은 뭣일까?

MBC ‘무한도전-토토가’가 일으킨 ‘응답하라 1990’ 열풍은 1990년대 가요계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인기가수 및 그들의 히트곡에 대한 향수와 재조명의 바람을 몰고 왔다. 이에 힘입어 젝스키스는 팬들의 강력한 요청에 부응해 재결합했고 심상치 않은 성과를 일궈냈다. 현재 각종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요 레퍼터리는 1990년대가 중심이다.

물론 이재진의 매제인 양현석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의 힘이 강력한 뒷받침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 단어’는 이 회사 소속 타블로가 작사 작곡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양현석의 아낌없는 지원이 전부였다고 보는 데도 무리는 없지 않다.

▲ 사진=젝스키스 '뮤직비디오' 캡처 화면

HOT는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해 2001년 해체했다. 젝스키스는 1997년 ‘학원별곡’으로 데뷔해 2000년 해체했다. 항상 불꽃 튀는 라이벌이었지만 왠지 젝스키스가 HOT보다 반 걸음 뒤진 듯 보인 이유는 데뷔가 늦었기 때문이다.

HOT의 SM엔터테인먼트는 계속 승승장구하며 YG가 부각되기 전까지 국내 정상의 연예기획사로 굳게 자리매김했지만 젝스키스의 대성기획은 잠시 주춤했다가 DSP로 바뀐 뒤에도 SM의 행보에 한참 뒤진 배경도 클 것이다.

그렇다고 젝스키스가 HOT보다 ‘한 수 아래’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 배경은 바로 ‘커플’이다. HOT는 해체 후 강타 문희준 토니안 등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긴 했지만 정작 그들의 히트곡 중 그 어느 것 하나 스테디셀러로 남은 게 없다.

▲ 사진=젝스키스 '뮤직비디오' 캡처 화면

이에 비해 젝스키스는 ‘커플’이 꾸준히 애창 혹은 애청됐다. 김장훈 등 다수에 의해 리메이크돼 다시 히트되는가 하면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서 자주 애창곡으로 등장할 정도로 1990년대 댄스그룹의 히트곡을 대표하는 히트곡으로 남았다. ‘세 단어’가 공개되던 지난달 7일 멜론에서 24위에 올랐다.

젝스키스는 ‘세 단어’에서 보듯 빅뱅과는 다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소속사 혹은 프로듀서가 주도해 만든 음악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전성기를 지났으니 예전에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에서 보여줬던 힘찬 역동의 춤도 매번 추기 쉽지 않다.

그런데 해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커플’로 여러 사람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존재했고, 그걸 발판으로 당당하게 재결합해 지누션이나 터보와 달리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학원별곡’이나 ‘폼생폼사’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고 ‘커플’만 집중 조명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드싱어 강성훈은 2년 전 컴백을 알릴 때 ‘커플’을 리메이크했다.​

‘커플’은 1980년대 헤비메틀의 전성기 때 활동한 밴드 아발란쉬의 리드싱어 마경식이 작사 작곡했다. 헤비메틀 뮤지션들은 나름대로 선후배의 계통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마경식은 김종서의 후배, 서태지의 선배다.

시나위 부활 백두산을 선두로 해 수많은 헤비메틀 밴드가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제도권 진입에 실패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김종서는 솔로로, 서태지는 힙합으로 각각 변신해 성공했다.

아발란쉬는 1988년 대도레코드에서 기획한 헤비메틀 옴니버스 앨범 ‘Friday afternoon’에 크로아티아 등과 함께 참여하며 정식 데뷔한 4인조 밴드로 국내 슬래쉬메틀의 선구자격이었다.

팀 해체 후 마경식은 1994년 전곡을 작사 작곡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시나위 드러머 출신 김민기와 공동 프로듀싱해 솔로 데뷔앨범을 내놓지만 소속사의 재정난으로 제대로 홍보도 못 해본 채 앨범을 가슴 속에 묻는다. 이 앨범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록 재즈 블루스 등을 혼합한 수준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았고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마니아들 사이에선 지금도 컬렉션 목록 상위권의 희귀음반으로 회자된다.

▲ 사진=젝스키스 '뮤직비디오' 캡처 화면

마경식은 그 후 작곡가로 방향을 수정해 대성기획의 젝스키스와 핑클 등의 앨범에서 맹활약하는가 하면 최초의 한일합동밴드 Y2K의 ‘Bad’ ‘Hidden’ 등을 써주며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세 단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학원별곡’이나 ‘폼생폼사’ 같은 90년대식 댄스곡이었거나 현재의 아이돌그룹의 K팝댄스곡이었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없지 않다. 랩이 들어있긴 하지만 형식은 록비트의 발라드다. 한마디로 방향이 다르다는 의미다.

‘커플’은 젝스키스의 3.5집에 수록됐다. 그 전까지 발표한 1~3집의 댄스뮤직 방향과는 차별화한다는 의미였고, ‘커플’은 이런 기획의도를 잘 반영한 수준을 뛰어넘어 아예 젝스키스의 대표곡이 됐다.

마경식의 음악적 뿌리는 헤비메틀, 즉 록이지만 지금까지 록은 물론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한 잡식형태를 보이고 있다. 핑클의 ‘서랍속의 동화’와 윙크의 ‘얼쑤’가 그의 대표곡 리스트에 포함된 점이 꽤 이채롭다.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김광규가 모델인 모 음료 CF에서 부른 ‘야관문 송’ 역시 마경식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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