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정동근의 명리학 산책] 이혼을 넘어서 졸혼이 유행하는 세상이다. 불행 중 다행이란 표현이 어색하지만 탤런트 백일섭 씨가 우리사회에 전파시킨 졸혼 때문인지 이혼율은 다소 주춤거린다는 통계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이혼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 안에는 이혼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자녀의 복리문제다. 부모들이 헤어짐에 따라 졸지에 형제자매와 생이별을 해야 하고 홀부모 아래서 자라야 한다. 심한 경우는 부모들이 모두 사라지고 조부모와 살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을 가장 힘들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계부(새아버지)를 맞으면서 성(姓)을 바꿔야 하는 경우다. 동양에서 이름 석자는 한 사람을 규정하는 절대적 가치다.

서양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여성의 성이 남편 성으로 바뀌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각자의 이름을 고유하게 인정한다. 그만큼 이름 석자 속에는 한 사람의 운명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성을 바꾼다는 것은 부계 질서를 깨트리는 행위다. 그래서 이를 규정하는 민법도 헌법재판소를 수차례 들락거리면서(?) 논란을 거듭했다.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성주의는 통상적인 부모와 자녀 사이를 상정한 것이므로 정상적인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부모의 자녀의 성 변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

입법권자는 왜 이런 제한을 뒀을까. 그것은 바로 이름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기호인데 이를 함부로 쉽게 바꿀 경우 사회 전체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입양, 재혼 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성을 바꿀 수는 있다. 그것은 바로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한다고 민법에 명시해 놨다.

자녀 성을 함부로 바꾸면 안 되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부모 이혼으로 엄마 성으로 변경했는데 부모가 다시 재결합을 한 경우 다시 아빠 성으로 환원해야 할 상황이 있다. 또 엄마에 의해 계부 또는 엄마 성으로 성변경이 된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본래 아빠 성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혼한 엄마가 자녀 성을 자기 성으로 변경했다가 재혼할 경우 계부 성으로 변경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다가 이혼을 하면 다시 엄마 성으로 되돌릴 경우 이 자녀는 4번에 걸친 성 변경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같은 민법적 이유 이외에도 사주명리와 성명학 측면에서도 재혼가정 자녀 성을 함부로 바꾸는 것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이유는 자녀 성은 바꾼다고 조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조상끼리 파벌 싸움하는 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원 조상은 후손 지키려고 하고 새아빠 조상은 원치 않은 후손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파벌 싸움이 심할 경우 자녀가 공부를 안 하고 겉 돌면서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자녀 성을 바꾸는 순간 본관은 물론 조상도 바뀌어서 살고 있는 집에도 악영향을 줌으로써 집터가 잘못 작동해 팔자가 뒤틀릴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성을 바꾼 부모 마음은 자녀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자칫 아이 미래를 망친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성이 다르다고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거란 걱정은 핑계일 뿐이다.

자녀에게는 무엇보다 넘치는 자정(慈情)으로 사랑을 많이 줘야 하고 대화로써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자녀를 진정 위한다면 이런 상황을 당당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 엄마는 새 남편을 얻는 것도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자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은 영험하고 맑기 때문에 사물과 현상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아이가 싫어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으로 먼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로 점집을 찾는 것 보단 아이 마음을 열려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부모 책임이다.
 
새아버지는 더욱 경건하고 자애어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새 부인의 전 남편 아이를 자식으로 품었으면 그 아버지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은 계부로서 자녀와 그 친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선한 명리가 가정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혼, 재혼을 하면서 자녀 성을 바꾸는 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먼저 새 가정의 구성원에 대한 서로간의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

▲ 정동근 승원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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