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 성유리(36)는 프로 골퍼 안성현(36)과 결혼했고, 배우 조동혁(40)은 GS칼텍스 소속 프로배구 선수 한송이(34)와 열애중이다. 연애와 결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결정에 달렸지만 전혀 다른 직업인 연예스타와 스포츠스타의 결합이라 대중의 흥미가 배가되기 십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축구선수 허정무와 개그우먼 출신 방송인 최미나, 농구선수 이충희와 탤런트 최란이 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스타일수록 일이 바쁘다보니 타 업계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기 마련. 동종업계의 파트너는 이해와 조력 면에선 유리하지만 동선이 뻔하게 노출되다보니 얽매인 듯한 단점도 있다. 그런 연유로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 걸까?

연예가 정신적인 측면의 예술적 기능이라면 스포츠는 육체적인 기술의 향연이란 측면이 강하다. 물론 스포츠에서도 전략 등 연예로 따지면 매니지먼트가 굉장히 중요하다. ‘골프는 멘틀 경기’라고 흔하게 말하는데 공을 다루는 경기치고 멘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UFC의 대표악동인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가 상대방 선수를 도발하는 것은 캐릭터일 수도 있지만 결국 흥분시키거나 혼란스럽게 만들어 멘틀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보곤 한다.

▲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스틸 이미지

아무리 그래도 일단 스포츠는 기본 체력이 절대적이고 그만큼의 테크닉이 제일 중요하다. 연예인에게도 체력은 간과할 수 없는 충족의 조건이긴 하지만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고 김영애는 췌장암 투병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도 촬영장을 지켰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도어즈의 짐 모리슨 등 숱한 뮤지션들은 마약과 술 등 방탕한 생활로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음악성은 절정을 이뤄 주옥같은 명곡들을 남기고 요절했다.

예전엔 공부 못 하고 힘만 센 젊은이가 하는 게 운동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프로스포츠는 2가지 모두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외모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그건 그만큼 현대의 프로스포츠가 철저하게 과학화, 엔터테인먼트화돼있다는 증거다. 단체경기에서 웬만한 스타 몇 명 영입하느니 명석한 감독 한 명을 사령탑에 앉히는 게 훨씬 나은 결과를 초래하는 게 그렇다.

스포츠스타는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무조건 우월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다. LPGA에 진출한 박인비 전인지 유소연 등 숱한 한국낭자스타들은 웬만한 한류스타보다 더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골프실력만큼 머리도 훌륭하단 얘기다.

연예스타는 가창력이나 음악성 혹은 연기력 등에서 월등한 사람이다. 끼는 필요하긴 하지만 필수조건은 예능인에게만 적용된다. 음악성은 타고나는 사례가 많다. 최근 미국 버클리음대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신중현은 특별한 교육도 안 받았지만 남다른 실력으로 젊은 시절 척박한 한국 록과 소울의 환경을 개척해낸, 영원한 한국 록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세 아들 대철(기타) 윤철(기타) 석철(드럼)은 모두 한국 대중음악계의 선두에서 맹활약을 펼쳐왔다. 후천적 교육과 노력이 없지 않았겠지만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덕에 남들보다 뛰어난 것은 확실하다.

현재 업계에서 첫손가락 뽑기에 주저함이 없는 ‘연기의 달인’ 송강호는 배고픈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가 데뷔하던 1991년 대다수 연극배우의 경제상황은 매우 열악했었다. 열정과 소신과 장인정신이 아니면 하기 힘든 직업이었다.

더불어 그에겐 타고난 소질도 있었던 듯하다. 데뷔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에서 보여준 연기력에서 가능성이 보였기에 이듬해 ‘초록물고기’ ‘나쁜 영화’ ‘넘버 3’(1997) 등에 연거푸 캐스팅됐고, 특히 ‘넘버 3’에서 아주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주인공인 한석규와 최민식에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다음해 ‘조용한 가족’에서 당당하게 주조연급으로 발탁된 게 그런 배경이다.

▲ 영화 <넘버 3> 스틸 이미지

대중은 ‘처음’ 보는 그의 연기력에 반했고, 작품 속 캐릭터에 열광했다. 가요 영화 드라마는 대중문화 혹은 대중예술로 분류되지만 문화의 한 축이고 예술성이 전면에 배치되는 것은 확실하다. 문화에서 중요한 건 철학이고, 예술을 만드는 건 영감과 개성이다.

이렇게 다른 듯한 연예와 스포츠지만 ‘기술’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예술의 근원은 기술이라 가르쳐왔다. 회화나 공예만 아니라 가창 연주 연기 연출 등에도 창의력과 더불어 기술이 들어간다. 어쿠스틱 기타의 최고봉 연주라 칭송받는 알 디 메올라, 존 매클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3인의 협연 ‘Mediterranean sundance’는 사람의 손이라 믿을 수 없는 절정의 테크닉을 보여준다. 잉베이 맘스틴의 기타 속주는 바이올린을 능가한다.

이렇게 많이 다르면서 공통분모가 있는 두 영역의 스타는 현대사회에선 ‘우상’이라는 점에서 다시 일치한다. 기존에 두 스타를 철저하게 다르게 봐왔던 대중은 현대에선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건 지난 10일 당선 뒤 첫 외출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 셀피를 찍으려는 대중이 북새통을 이룬 현상과 유사하다. 정치스타 연예스타 스포츠스타는 각자의 영역과 목적에 맞는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의 어젠더를 강하게 앞세우고, 그걸 인기의 근간으로 구축한다.

스타도 사람이므로 미디어를 통해 접하거나 이너서클 모임에서 알게 된 다른 영역의 스타 중에서 나름대로 동경심이나 애정 등을 품는 대상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스타가 다른 연예스타를 보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열렬한 팬이라고 고백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 영화 <마요네즈> 스틸 이미지

그 감정의 근원은 원초적인 애정부터 자기가 절대 해낼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는 데 대한 숭상까지 다양하다. 그러한 조합의 가장 ‘빅 커플’이었던 동시에 가장 비극적으로 끝난 고 최진실-고 조성민 커플이 만나기 전에 그랬다. 결혼을 발표할 당시의 고인 둘은 당시 기자였던 필자에게 “평소 엄청나게 흠모하던 팬이었다”고 서슴없이 애정의 근원을 얘기했다.

오로지 외길만 걸어온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없을 수 없다. 막연한 부러움도 가질 수 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유명 배우가 정상급 가수에게 사인지를 내미는 일이 빈번했다. 인기 종목의 스포츠가 국내에서 프로로 출범함에 따라 대중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직접 즐기려는 욕구와 필요성이 극대화된 현대사회다.

연예인의 심리는 예술적 측면을 제외하면 대중과 다를 바 없다. 그들도 골프 야구 당구 스노보드 등의 스포츠를 취미활동으로 즐긴다. 광적인 스타도 있다. 프로야구 관중석에 앉은 스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각자 열광하는 스포츠스타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서로 처녀-총각이라면 연정을 품을 수 있는 것 역시 당연하다. 자신을 좋아하는 다른 분야의 스타가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장본인이라면 성-안 커플처럼 결혼으로 이어지기 어렵지 않다.

▲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스틸 이미지

가수와 가수, 배우와 배우 등 최소공약수로 가까운 직업의 커플이 맺어질 땐 자신보다 월등한 능력에 대한 공경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배나 스승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다. 전문성의 편차가 벌어진 커플일수록 자신이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장인에 대한 경외심에서 출발할 확률이 높다.

중국 철학에 성선설과 성악설이 공존하고 모순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존재하듯 그들의 맺어짐은 운명일 수도, 적극적 개척일 가능성도 열려있다. 강호동 안재환 서장훈 등 다수의 사례에서 보듯 스포츠스타는 연예스타에 비교하면 ‘덜 연예인’인 건 확실하고, 그래서 연예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경외심을 품기 쉽다.

대중은 가수의 콘서트처럼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찾는다. 드라마나 예능을 보듯 관심있는 스포츠경기 중계에 푹 빠진다. 제작진은 시청률 상승의 목적으로 두 영역의 크로스오버를 즐긴 지 오래됐다. 결국 매스미디어의 힘이 제일 크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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