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주로 남학생이고 여학생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당연시하지 말고 고민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페미니즘 소모임을 한다는 사실이 위와 같은 내용의 한 교사 인터뷰와 함께 최근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부 남성들의 인신공격적인 댓글과 민원 등 여성혐오 공격이 이어져 안타깝다.

배우 엠마 왓슨은 유엔 여성(UN Women)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양성평등에 남성도 적극 동참하자는 HeForShe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녀는 2014년 UN본부에서 관련 연설을 하면서 “제 여자 친구들은 너무나 좋아했던 운동을 15살이 되면서 하나 둘 그만두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엠마 왓슨 유엔 HeForShe 연설 화면 캡처

스포츠는 오랜 세월 동안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활성화하고 여성 운동선수가 등장한 것은 20세기에 와서야 가능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태권도 국가대표 김소희 선수가 운동선수로 살아오며 숱하게 들어온 말들이 있다. “여잔데 무슨 태권도야.” “여자니까 행동 조심하고 다녀라.” 그런 말에 굴하지 않았던 김 선수는 즐겁고 재미있어서 태권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생리대 브랜드 위스퍼가 펼치는 ‘#여자답게’ 캠페인 광고에서 그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제 인생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여자다움인 것 같아요.”

▲ 위스퍼 여자답게 캠페인 광고 김소희편 화면 캡처

우리나라가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자축구의 불모지에 가까운 나라에서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등록된 여자 축구 선수가 독일 26만 여명, 프랑스 8만 여명, 일본 3만 여명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2000명도 안 된다. 여자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싶어도 부모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듣기 때문에 그만두기 쉽다. “여자애가 무슨 축구니?”라는 질문에는 축구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깔려 있다. 여자 어린이에게 권유되는 스포츠는 피겨스케이팅, 발레, 체조, 수영 등 성별 고정관념을 해치지 않는 종목에 한정된다.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체육 관련기관과 학교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 참여를 늘리고,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게 한다. 핀란드 등 유럽 스포츠 선진국은 학교 밖 스포츠 프로그램을 기준 이상 이수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진급, 진학을 안 시킨다. 우리도 여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목을 통해 흥미를 불러일으킬 방과후활동,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품질레 음람보 응쿠카(Phumzile Mlambo-Ngcuka) 유엔여성 사무총장은 “스포츠의 힘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는 여아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큰 뜻을 품게 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남자 아이가 발레를 배우겠다고 하면 “그런 건 여자애나 하는 거야. 남자는 축구나 권투 같은 걸 하는 거야.”라는 지적을 받기가 쉽다. 성 역할 고정관념 탓이다.

물론 이제 서서히 달라지고는 있다. 과거 학교에서 남학생은 기술을, 여학생은 가정을 배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남녀학생이 모두 기술과 가정을 배운다. 남학생이 바느질과 요리 등을 해 보고, 여학생도 공구 작업 등을 경험한다.

▲ KBS2 TV 드라마 ‘굿 닥터’ 화면 캡처

직업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금녀, 금남의 영역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남자 간호사와 여자 군인이 각각 1만 명을 넘어섰다. 항공기 조종사, 중장비 기사, 용접공, 선원, 버스 및 택시 기사 등 여성이 진출하지 않은 직업은 거의 없다. 어린이집 교사, 보건 교사, 야쿠르트 배달원, 여성 속옷 디자이너 등 과거 여성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에서 일하는 남성들도 많다. 유명 요리사 중에는 남성들도 많다.

운동과 취미, 직업의 세계에서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사라져서 남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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