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해보세요 [박수룡 칼럼]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l승인2017.10.06l수정2017.10.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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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도 있지만,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는 물론이고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칭찬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한 어머니가 결혼을 몇 개월 앞둔 아들의 우울증이 염려된다면서 상담실을 찾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몇 년째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은 자신이 사업에 적성이 맞지 않는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사업운영에 대해서 의견을 내었지만 아버지에게 몇 차례 가로 막히기도 했던 탓인지, 앞으로 사업을 물려받아도 잘 해낼 자신이 없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고 싶지만, 이제 결혼을 앞두고 시간도 촉박할뿐더러 무엇보다 아버지가 허락해주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나가는 것도 싫어지고, 이런 상태에서 결혼을 해도 되는 것인지, 결혼을 하더라도 매사에 아버지의 뜻에 맞추느라 결혼 생활이 불행하지는 않을지 까지 염려된다고 했다.

많은 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들이 본의 아니게 가정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대중 매체에서 상대적으로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역할만 강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녀들의 성격 형성과 삶의 과정에 어머니 못지 않게 아버지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정작 아버지 본인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들이 아주 많다.

때문에 필자는 아버지를 오시게 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아버지는 가난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많은 고생을 해서 지금의 사업을 이룬, 소위 자수성가 형의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이는 60이 넘었지만 아주 강인한 인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들이 지금 우울증 같은 ‘병 같지도 않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했다. 또 자신의 아내도 젊어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자신이 얼마나 애써서 지금이나마 살게 되었는지를 제일 잘 알면서도 그런 것을 아들에게 잘 교육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부인을 원망하였다. ​그러더니 아들이 직장을 바꾸거나 우울증이 심해져서 자신의 사업을 지켜가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보람이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필자는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편 지금까지 아들을 어떻게 키워왔는지를 물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무책임한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험한 세상에서 아들이 나약하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용인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점을 인정했다.

필자는 아버지에게 아들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머리도 좋지만 인정이 많은 게 자신보다 확실히 나은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려면 그런 인정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필자는 그런 장점에 대해서 아들에게 칭찬한 적이 있는지를 다시 질문했다.

한참 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칭찬을 한 적도 없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 아버지는 필자에게 무엇을 칭찬해야 하는지, 칭찬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어왔다. ​자신이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아버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칭찬의 힘을 알지만, 막상 칭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점이 있다. ​칭찬은 특별한 경우에만 주는 상 같은 것이 아니다. ​칭찬은 사실 일상적인 의사소통 중에서 약간 긍정적인 것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요즘 학교에서 별별 이름으로 상을 만들어 되도록이면 많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가족끼리 주고 받을 수 있는 칭찬의 흔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일찍 일어났네, 잘 잤니?”라거나 “오늘은 너랑 같이 밥을 먹게 돼서 더 맛있는 거 같다.” 또는 “아까 내가 잠깐 실수할뻔했는데 네가 말해줘서 실수를 면했구나.” 아니면 “오늘 수고했다. 일찍 들어가서 쉬거라.”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이런 말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는 자녀들에게는 상상 외로 큰 힘을 준다. 우리는 자신의 작은 수고가 인정을 받는 것을 통해서 더 어려운 일도 감당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은 그 아버지는 이런 정도는 당장 오늘부터 해보겠다고 약속했고, 정말 그렇게 했다. ​그 증거는 몇 차례의 상담 후에 그 아들의 밝아진 표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저를 자랑스러워 하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시키신 줄은 알지만, 아버지께서 한평생 습관을 고치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서 저도 조금 더 노력해보기로 했어요. 사실 아직 사업이 제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해보다가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때 제 선택대로 해도 될 것 같아요.

​약혼자하고도 그러기로 했고요. 아버지도 제가 행복하기를 바라지, 저보다 사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요.”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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