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세컨더리 보이콧이 한반도 비핵화에 가지는 함의 [이성우 칼럼]

이성우 정치학박사l승인2017.10.12l수정2017.10.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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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체제안보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불안요인으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용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핵개발은 국내정치적 정당성 확보, 동맹국인 대중국 압박, 경제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 등 다양한 차원에서 유용한 전략적 선택이다. 신형 대국 관계의 설정과 G2 시대를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남중국해에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전략적 장점을 포기할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강경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 핵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한국이 핵개발을 선택하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도입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른 극단에서는 북한 핵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는 조건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선택이 논의되고 있다. 양쪽 모두 극단적인 대안으로 반대 방향에서 대안을 제시하지만 - 공통적인 것은 북한 핵을 사실상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 이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서 현실적인 대안의 고려가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명목상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과 러시아에 있어서는 한반도에서 영향력의 상실과 미국의 위협이라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친미적인 남한이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는 것 보다는 핵을 가진 불한당 북한이 상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의 붕괴에 대해서 북한, 중국, 러시아는 반대하는 것으로, 그리고 한국은 찬성하지만 미국, 일본은 가변적이고 비공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 통일된 하나의 강한 국가가 출현하는 것보다는 분단으로 국력이 분산되어 다루기 쉬운 약한 두 개의 한국이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반도에 주둔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 핵 폐기와 평화협정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남북한이 당사자가 되는 평화협정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는 선호하는 것이 명확하지만 북한은 반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핵 없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핵 폐기와 평화협정은 장기적으로 남북교류협력의 실마리가 되고, 이는 결국 북한 김정은 세습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러한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평화협정의 체결과 북미국교정상화,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군철수 등을 제시해왔다. 북한은 이런 전제조건이 달성된다고 해도 북한 레짐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미국이 들어주지 않을 사항을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국내정치 안정화에 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미군철수와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 평가하고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이나 북미 국교정상화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먼저 보여야한다며, 서로 상충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북한의 적대적 상호의존이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 핵에 대해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북한은 체제생존을 위해 주변국의 애매한 입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핵무기의 소형화와 기술발전 그리고 발사체의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조치를 추구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지금에 와서는 미국은 더 이상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오바마 시기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사실상의 방치를 마무리 하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고 있다. 이제까지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던 중국도 이제는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국의 요구를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한반도에서 북한을 통해서 확보하고 있는 전략적 영향력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기회주의적 현상유지를 최소한의 이익 확보라고 판단해 왔지만 이제는 본토 공격위협에 처한 미국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전례가 없는 압박이다. 이와 보조를 같이하여 중동 등지에 파견되어 북한 외화의 주요 조달통로 역할을 했던 근로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의 미온적 대북압박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정책선회가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 중국에 대한 직접 압박이라는 전례가 없던 길을 간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포기에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례없는 조치가 취해진다는 점에서 북한 핵을 인정하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평화협정’이나 북한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술핵 도입’이 아니라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장기적인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까지는 북한의 비핵화와 붕괴가능성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평가 때문에 대북제재의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략적 인내가 아닌, 전략적 제재의 효과가 시간은 걸리지만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에 핵을 제거한 후에는 전술핵 도입이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 없으며,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이성우 정치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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