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위원의 오늘보다 나은 세상]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 여성이 스포츠경기 여자부에서 뛴다면 공정할까?
서구에서 남성 성기를 지닌 비수술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 사우나에 입장시켜야 할까?
미국에서 비수술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도 여성 사우나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반발을 사는 가운데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자부 경기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여자 수영 선수 16명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여성부 대회 출전을 허용해 여성 선수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비수술 성전환을 한 리아 토머스가 여자 수영대회에서 우승한 기록과 타이틀을 무효화하고 올해부터는 출전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과거 남자대회에서 400위권의 성적을 낸 토머스는 지난 2022년 미국대학선수권 여자 자유형 500야드(487.2m)에 출전해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를 제치고 우승했다. NCAA는 당시 토머스가 수술을 받지는 않았으나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를 19년부터 1년 이상 받았다며 그의 여성부 대회 출전을 허용했다. 토머스와 같은 대학의 수영 선수였던 폴라 스캔런은 지난해 말 미국 하원에 출석해 "남성 생식기가 달린 토머스 앞에서 1주일에 18번씩 옷을 벗어야 했다"며 "여자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학교측은 우리가 남자 앞에서 옷 벗는 데 익숙해지도록 상담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JTBC 화면 캡처
JTBC 화면 캡처

이에 국제수영연맹은 22년 6월 트랜스 젠더 선수 출전 규정을 변경, 12세 또는 태너발달단계 2단계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경우에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토머스는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반발하며 출전 자격 회복을 위한 소송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기했다.

이에 앞서 월드럭비는 20년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했다.

국제사이클연맹(UCI)도 23년 남성으로 사춘기를 겪은 후 성전환한 선수들의 여자부 출전을 금지하는 한편 기존 남자부를 '남자·오픈부'로 바꾸기로 했다. 사춘기 이후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남자들과 경쟁하라는 것이다. UCI는 종전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기준치인 혈액 1ℓ당 2.5n㏖/L(나노몰) 이하로 2년간 관리하면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출전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을 2년간 기준치 이하로 억제하더라도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덕에 얻은 신체상 이점이 완전히 무력화되는지 과학적으로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 규정 변경 이유다. 2019년 세계 사이클선수권대회 여자 35~39세부에서 트랜스젠더 레이첼 매키넌이 우승한 바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23년 3월 여자 세계랭킹 대회에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다.

남성 골퍼로 활동하다가 21년 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헤일리 데이비슨이 24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니투어 NXXT 클래식에서 우승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미국 NXXT 여자골프 프로 투어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생물학적 여성만 출전이 가능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은 23년 성전환 선수 규정을 변경, 트랜스젠더 여성은 혈청 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5 nmol/L 미만(만 12세 이전 또는 태너발달단계 2단계 이전에 성전환했다면 최근 12개월 간, 사춘기 이후 성전환은 24개월 간)으로 유지해야 여자 싱글 종목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최근 열린 공립대 여자부 경기에서는 양팀에서 트랜스젠더 선수 5명이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온타리오주 대학체육협회에 등록된 트랜스젠더 선수는 총6명이며 이 중 5명은 외과적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고등학교 여자농구 경기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속한 팀과 맞붙은 상대팀에서 부상자가 속출해 결국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주 낫소카운티는 지난 2월 카운티 내 여학생 스포츠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을 금지했다. 블루스 블레이크맨 카운티 행정관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 생물학적 여성보다 뼈대와 근육량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미국 헌법 아래서 보호받는 여성과 소녀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주는 낫소카운티의 행정명령은 성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뉴욕주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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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전환 선수의 경기 참가를 일절 불허하다가 2004년 5월 성전환 수술 시행, 바뀐 성별의 법적 인정, 최소 2년의 호르몬 치료 등의 조건을 달아 조건부 허용했다. 15년 다시 성전환 선수의 운동 경기 참가에 관한 규칙을 개정,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라도 최소 1년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nmol/L(리터당 나노몰) 이하임을 증명하면 출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전환 수술 시행 조건은 삭제했다. 21년 11월 발표한 권고안에서는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 기준도 없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경기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호르몬 수치 대신 성전환이 실제 경기력 우위로 이어졌다는 경험적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게 IOC의 입장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으로 각종 경기 단체가 이를 참고해 자체 규정을 만든다.

이에 대해 토미 룬드베리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을 비롯한 스포츠 생리학 연구자 26명은 남성 호르몬 수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구체적인 경기력 격차를 살펴봐야 한다는 IOC의 성전환 선수 '포용 지침' 권고안을 비판하는 공동 연구를 최근 스칸디나비안 스포츠 의·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성으로서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데 따른 각종 신체적 이점은 여성으로 바꾼 이후에도 호르몬 요법을 받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여성 경기에 성전환 선수를 포함하는 조치는 공정성, 혹은 (여성 선수들의) 안전과 공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문은 "IOC의 (성전환 선수의 생물학적) '우위 추정 금지' 원칙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며 "여성 스포츠에 공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IOC는 권고안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국내에서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가 지난해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여자부 경륜 등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낸 바 있다. 그는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별로 구분해 경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한 여성 전용 스파는 지난 2020년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회원 가입 신청을 거절했다. 남성 성기를 지닌 트랜스젠더 여성은 다른 여성 고객과 직원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당사자는 워싱턴주 인권위원회에 민원을 냈고, 인권위는 차별금지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스파측은 인권위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시애틀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림퍼스 스파 이명운 대표는 "여성 전용은 생물학적 성별을 뜻하는 것이며, 이는 고객의 안전과 법적 보호, 그리고 복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옷을 벗고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여자들만 있는 사우나에 남성의 성기를 가진 트랜스젠더 고객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다른 이용객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전에도 남성 성기를 노출한 이용자 때문에 굴욕감, 트라우마를 호소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대다수 고객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올림퍼스 스파는 법원 판결의 부당성에 맞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연방 항소 등 대법원까지 법적 대응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 화면 캡처
SBS 화면 캡처

지난 21년에도 LA한인타운 W스파 여탕에 남성 성기를 지닌 트랜스젠더가 버젓이 출입하는 사례가 발생해 여성 고객들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여성 고객이 “왜 여탕에서 남성이 벌거벗고 다니도록 허용하느냐”고 항의하자 직원은 고객이 여성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배상금(최소 4천달러)을 물지 않으려면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 5명이 경찰에 신고했고 문제의 인물은 공공장소 음란노출죄로 기소됐다. 스파 앞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스파 여탕 출입 문제를 두고 격렬한 찬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은 존중돼야 하나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주혁 미디어파인 논설위원
김주혁 미디어파인 논설위원

[김주혁 미디어파인 논설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통합교육 전문강사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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