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음식문화큰잔치, 옛 명성 빨리 되찾길 [유성호 칼럼]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ll승인2018.10.15l수정2018.10.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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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 광대무변한 음식의 세계
음식의 세계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하다. 개개인의 손맛과 기술, 레시피가 다르기 때문에 창조할 수 있는 음식은 개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지구상에 선보이고 있는 음식을 세는 것은 바닷가 모래알 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사라진 음식은 얼마일 것이며 앞으로 창조될 음식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저 광대무변다고 표현할 수밖에. 때문에 음식과 관련해 함부로 명함을 내미는 것은 일종의 교만이다.

모처럼 음식관련 축제에 다녀왔다. 지난 12~14일 전남 강진에서 열린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둘러봤다. 올해로 25회째니 청년기에 접어든 축제다. 과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육성축제에도 선정될 만큼 유망한 축제였으나 장소가 순천, 담양에 이어 강진으로 자주 바뀌다 보니 연속성에 문제가 생겨 지지부진한 상태가 됐다. 강진서 두 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를 통해 심기일전해보겠단 의지가 충만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 제25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전남 강진에서 지난 12~14일까지 2박3일간 열렸다.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옛 명성을 되찾아 강진청자축제마냥 큰 축제로 커나길 바란다.

◇전남지역 22개 시군 특산품 요리 전시
특히 22개 시도 전시음식관은 몇 해 전 담양에서 봤던 것이나 이번 것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여서 식상했다. 음식의 세계는 광대무변하다고 글을 시작한 이유다. 정해진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스스로 한계를 갖는 형국이다. 타 지역 특산품과의 융합, 조화, 크로스오버 등을 통해 새로운 남도 음식을 창조하게끔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이들 22개 시군이 출품한 음식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이 있다. △음식고유의 특성 살리기(조리 숙련도)/식재료 특성에 맞는 조리법 사용/향토, 산업화, 개발 음식으로서 적정성과 합리성(10점) △조리기능, 원재료, 첨가물 등 적정성/주재료와 부재료를 포함한 다양한 식재료의 조화(10점) △맛과 향, 외관 및 질감(10점), 작품의 담음새 및 포장의 전체적인 조화(조리그릇, 코디, 음식담기 등)(10점) △독창성(작품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창출)(20점), △요리의 스토리텔링(10점), △대중의 소비촉진 가능 여부/소비자의 만족도 및 판매 가능성/현대식 트렌드에 맞는 조리법 및 메뉴인가/재료 선택의 보편성(실제응용 및 활용 가능성)/지역 농·특산물 재료 활용도(식재료의 특성 살리기)/포장 등(20점), △전시음식 대한 설명 (스토리텔링 포함)/평가위원의 질문에 대한 설명 적정성(10점) 등이다.

20점이란 굵직한 점수가 주어진 음식 독창성, 대중소비 촉진가능 여부 등 항목을 놓고 보면 눈에 띄는 것이 그다지 없다.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남도음식의 화려함과 물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혼례, 폐백, 이바지 음식류가 등장해 산업화, 대중화 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 그럼에도 역시 남도음식은 다양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농수축산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로컬푸드, 슬로우푸드의 진수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 전남도 22개 시군에서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들고 나와 경연을 벌였다. 농수축산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로컬푸드, 슬로우푸드의 진수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압도적 화려함의 극치, 남도 명인 음식
임화자, 송인숙, 이순자, 천수봉 씨 등 남도 음식명인 9인의 부스가 따로 차려졌다. 전남과 교류 20주년 기념 중국 저장성에서도 부스 하나를 채웠다. 명인들 솜씨는 역시 명인답게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다. 명인들 작품 역시 폐백, 이바지 음식이 많다. 고흥군 대서면 출신 송인숙 명인이 전시한 어물새김은 입체감을 한껏 살려 우리 조리 기술의 백미를 확실히 보여줬다. 어물새김은 전복·문어·오징어 등을 오려서 모양을 내 보통 혼례, 회갑 등의 잔칫상이나 제상에 장식으로 올린다. 평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큰상 장식으로 사용했다가 나중에 술안주로 먹는다.

고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문어는 빗살처럼 어여 썰어서 꽃도 만들고 난간도 만든다. 꽃과 난간은 큰 어물접시의 꼭대기에 놓나니 술안주에 맛은 별로 칭찬할 것이 없나니라. ······전복은 무엇을 하든지 아니 좋은 것이 없고 큰 어물접시에 봉(鳳)을 삭여 꼭대기에 얹나니라.’고 문어와 전복의 어물새김이 기록돼 있다.

▲ 전라도에서 지정한 남도명인 9인과 도와 교류 20주년 된 중국 저장성 팀의 부스가 따로 차려졌다. 명인들의 작품은 남도음식의 압도적 화려함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남도음식문화포럼 후속조치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부대행사로 남도음식의 산업화와 방향을 찾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남도음식 개발과 관리 방안, 남도음식 상품화 및 마케팅’을 주제로 진행했다, 도는 음식분야 교수 등 학계 전문가, 도 및 시군 공무원, 도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고 홍보했다.

보도자료를 옮겨 보자면, 문동식 전라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인사말에서 “남도음식이 세계적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으로 거듭나도록 새로운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최용석 서원대 교수는 “남도 지방만의 특산재료로 남도 사람들만의 고유 생활양식에 따른 조리법, 차별적 기술로 남도음식의 메뉴를 개발하고 사회 환경적 변화에 걸맞은 남도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기 남부대 교수는 “남도에서 생산된 식자재로 남도음식의 브랜드 및 캐릭터를 개발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화와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디에도 현장 마케터, 음식개발자와 식당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없다. 참석은 했지만 목소리를 못 냈다면 그것도 문제다. 생산자가 자신의 철학을 전달하지 않고 어찌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길 바랄 수 있겠는가. 반대로 생산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무슨 음식 마케팅을 할 수 있겠는가. 모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필요하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이 실행되어져 남도 음식문화가 산업화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한식 세계화에 일조하길 바란다. 또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강진청자축제마냥 큰 축제로 커나가 옛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문화 향유공동체 ‘문화지평’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현장 평가위원
지자체 근현대문화유산‧미래유산 보존 자문위원
한국약선요리협회 전문위원
대중음식평론가(‘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연재 중)
前 뉴시스 의학전문기자, 월간경제지 편집장
前 외식경영신문 대표이사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l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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