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자를, 보험수익자는 보험금을 수령할 자를 의미합니다. 덧붙여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 발생의 객체가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피보험자에게 교통사고, 상해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같지만, 산재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고용주,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는 근로자가 됩니다. 이러한 계약은 민법의 제3자를 위한 계약과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민법 제539조(제삼자를 위한 계약)

① 계약에 의하여 당사자 일방이 제삼자에게 이행할 것을 약정한 때에는 그 제삼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 제삼자의 권리는 그 제삼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계약의 이익을 받을 의사를 표시한 때에 생긴다.

제541조(제삼자의 권리의 확정)

제539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삼자의 권리가 생긴 후에는 당사자는 이를 변경 또는 소멸시키지 못한다.

민법 제539조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이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를 하는 경우(이른바 삼각관계에서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급부를 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이 제3자에게 급부를 한 것(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04992 판결)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과업자 A와 판매상 B가 A가 제조하는 과자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B가 그 대금을, A에게 원재료를 공급하는 C에게 지불함으로써 A에 대한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이 되는 경우, A, B 및 C 간의 거래를 제3자를 위한계약이라고 합니다.

최근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낸 계약무효확인소송(2016다255125)에서 수익자로서 받은 보험금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와 A의 가족들은 2010년 2월부터 1년간 간병보험 등 보장내용이 유사한 47개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A는 2010년 4월 허리뼈 염좌 등으로 15일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4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수차례 입원치료를 받으며 KB손해보험으로부터 총 1,037만원의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KB손해보험은 “A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하기 위한 보험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면서 보험계약 무효와 이미 지급한 1,037만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에서 원소승소 판결을 했고, 2심도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일종이므로, 계약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제3자를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아, “보험계약자가 A의 배우자에서 A로 변경된 일부 보험의 경우 이중 A가 계약자가 아닌 수익자로서 받은 보험금 222만원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며 1,037만원에서 222만원을 뺀 815만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전제한 후, “보험계약자가 그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보험계약자가 타인의 생활상의 부양이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보험자와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해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한 경우, 보험자의 보험수익자에 대한 급부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자 자신의 고유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급부 반환을 구할 수 있고, 이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전제한 후, “보험사는 A가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받은 222만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의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달라서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2심 법원은 민법 제539조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보아,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간의 계약이 무효가 되었을 때에도 보험회사가 제3자인 보험수익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에게 한 급부는 보험자 자신의 고유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지 제3자에게 이행할 것을 약정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보험회사의 보험수익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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