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혁명은 진행 중 [김주혁 칼럼]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l승인2019.01.30l수정2019.01.30 17: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서지현 검사가 검찰 상사에 의한 성추행과 부당 인사 피해를 TV를 통해 공개 고발한 지 1월 29일로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성희롱 성폭력이 일상화한 조직 및 사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들의 경각심이 미투를 계기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성차별 수사 규탄집회와 디지털 성폭력 등 근절 실천, 범사회적인 성평등 노력 등도 미투와 무관치 않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와 각급 학교, 사기업 등에 이어 올해 들어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체육계의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가 극단 여성 단원 상습 성추행 혐의로 징역 6년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서 검사 성추행을 덮기 위한 인사 불이익 등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을 각각 선고받고 각계에서 징계와 사퇴가 속출하는 등 많은 가해자와 은폐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대가를 치렀다. 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월 1일 2심 선고를 기다리는 등 처벌에서 비켜선 피고발인들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장의 교육 참석 솔선수범 유인 등 폭력예방교육도 강화됐다. 법과 제도가 일부 정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식과 관행, 법규의 변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문제다.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미투 관련 법 개정안이 산더미 같다. 그러는 사이에 성폭력 사건도 곳곳에서 자주 일어난다. 피해자를 힘들게 하는 2차 피해 관행도 아직 심각한 수준이다. 미투 고발자들이 위로와 공감을 받기는커녕 비난에 시달린다. 조직이 인사 등 불이익을 주거나 동료들이 피해자를 꽃뱀 취급하는 등 따돌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2차 가해행위도 개선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파헤치며 선정적 기사를 양산하는 등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는 거의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29일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서 검사는 “이 사회는 성폭력 가해자·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피해자에게는 괴롭고 우울하고 죽을 듯한 고통 속의 모습을 강요한다.”면서 “피해자들은 손가락질하는 공동체 때문에 고통 받으며 죽어 가는데, 피해자야말로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지현 검사의 손편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피해자는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에 피해자다움이란 전형적인 틀은 없다. 안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 재판부는 고소인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어떻게 다음날 도지사의 일정을 챙길 수 있느냐, 서로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라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으면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성폭력에서 피해자 보호의 최대 목표는 피해자가 원한다면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피해 신고를 나중에 하더라도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이상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유도의 신유용 선수처럼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력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알 수도 있다. 알았어도 2차 피해를 감당하기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발하기까지는 50년의 세월이 걸렸다. 형법의 성폭력 관련 조항을 담은 제32장의 제목은 ‘강간과 추행의 죄’다. ‘정조에 관한 죄’였던 것이 1995년 개정됐다. 그러나 아직도 구시대적인 정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폭력을 당하면 정조를 빼앗겨서 창피하고 숨겨야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로서 성범죄자를 당당하게 신고해야 한다. 왜 짧은 치마 입고, 술 먹고, 밤늦게 다녔느냐는 식의 질문을 더 이상 피해자에게 던져서는 안 된다. 동의를 받았냐고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을 남용할 수 없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성폭력을 당하면 2차 피해 걱정 없이 당당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신고하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확실히 이뤄지리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피해자를 내 가족처럼 여겨서 그들을 힘들게 하는 말이나 행동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계속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분리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없는지 성희롱 고충상담원이 장기간 모니터링 해야 한다. 2차 가해자도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

조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이다. 직원들이 성희롱 성폭력을 당할까봐 불안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리더와 관리자로서 자격이 없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myhappyhome7@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28, 10층 1016호(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전무이사 : 이창석   |  편집인·편집국장 : 김영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19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