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2018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새로 구성된 미국의 상하양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새해의 국정전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여야의 협력을 요청하는 의회연설이 있었다. 연설은 2차 대전 참전용사를 소개하면서 자유를 수호한 미국이 짊어져야할 국제적 책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경제적으로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는 시간이 연설 초반의 절반을 차지하였는데, 무역적자 해소, 고용증진, 재정상황 개선 등을 언급하였다. 트럼프의 핵심적인 주장은 국제무역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미국의 이익을 다시 찾아오고, 이를 통해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강화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질서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과정에 미국의 중산층을 보호함으로써 트럼프가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r America Great Again)”라는 가치를 실현했다고 하는 선언이었다.

연두교서가 계속되는 동안 두 가지 인상적인 모습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온전한 이해와 이를 미국의 정치지도자들과 공유하려는 여유가 드러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흰색 정장을 입은 민주당 소속 초선의 여성하원의원이 모여 앉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력, 경제력, 중산층의 증가, 실업의 감소와 같은 자신의 치적을 소리 높여 말할 때 이 여성의원들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여성의원들의 항의의 목소리와 몸짓을 제지해야할 만큼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업을 포함한 여성의 기회를 확대를 언급할 때는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들도 전원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이들이 앉으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당신들을 그러면 안되지 않나요”라고 하더니 “아직 앉지 마시라”고 내가 기립박수를 받아야할 게 더 있다고 농담을 했다. 그리고는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여성 하원의원이 하원에 진출했다고 말을 하자 이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U.S.A를 연호하였다. 미국 민주주의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가장 극단적인 단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념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민주당 여성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여성의원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들은 국정 의제의 상당부분에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대통령이 지지하는 한에는 우리가 서로 이념적 대척점에 있더라도 나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당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이유로 당신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당신이 지지하는 정책 중에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있다면 내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당신들의 지지를 얻어 내겠다”는 선언이다.

둘째는 트럼프가 바라보는 국제질서이다. 미국에 대한 적대세력에 대한 위협을 다루는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정상국가 및 우방국가와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바로잡는데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관계를 해결하는데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국력(opportunity)과 정책을 추진하는 의지(willingness)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수단이 아닌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ISIS가 잠식했던 이라크와 시리아의 영토를 거의 100%가까이 탈환했고, 이란과의 잘못된 핵협상을 바로잡았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냈고 2월 28일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이러한 원칙이 관철되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한 USMCA, 중국과 지적재산권 도용을 포함한 대미 무역적자의 개선,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철학은 미국의 정치가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초당적 협력(bipartisanship)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대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설치할 장벽에 대해서도 콘크리트가 아닌 디자인이 멋진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는 설명이나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한 정책적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 자신만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고, 핵실험도 15개월째 중단된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북관계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제시하지만 비핵화를 추진하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단계적 보상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여전히 CVID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서로 상반된 입장을 고수해 왔던 것이다.

이번 2월 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인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힘은 보여주었으니 이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얻어서 한반도 비핵화의 전환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고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평화협정 체결이나 미북수교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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