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마카로니(macaroni)의 사전적 정의는 밀가루를 반죽해 속이 비게 만들어 말린 이탈리아식 국수를 지칭한다. 마카로니는 스파게티를 만드는 강력분과 세몰리나, 물을 넣고 끈기 있도록 치대어 만들며, 가운데 구멍을 뚫어 말려 상품화한 파스타의 종류이다. 마카로니는 기계로 만드는 파스타의 일종으로 스파게티보다는 그 모양이 상당히 짧고 속이 비어 있으며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기계로 만들지만 대개는 공산품으로 생산돼 유통된다. 대표적인 숏 파스타로 짧은 대롱 모양이며, 매끈한 표면에 한 방향으로 굽은 것도 있다. 영어권 나라에서 마카로니는 튜브처럼 말아지거나 짧은 모양의 파스타를 지칭하며 미국은 엘보우 마카로니라 한다. 파스타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는 비유럽에서는 펜네나 푸실리 등 다른 숏 파스타도 그냥 마카로니로 부른다.

마카로니 요리는 보일드 마카로니와 베이크트 마카로니로 나눈다. 영국과 미국은 체더 치즈와 소스를 함께 요리한다. 캐나다에서는 음식 재료로 널리 이용되며, 홍콩은 서양 요리와 접목해 주재료로 사용한다. 어떤 곳에서는 물을 끓이면서 마카로니를 넣어 끓인 다음 소시지나 버섯을 넣고 수프를 끓여 마지막에 타 파스타를 넣어 요리한다. 치즈를 뿌리고 데워 채소와 함께 마카로니 샐러드로 먹기도 하며 그라탕이나 리소토를 만들기도 한다. 면이 짧아 부재료로도 많이 쓰이며, 단순히 토핑하는 경우도 많다. 치즈와 버터 외에 토마토, 고기류, 버섯, 어패류 등을 섞은 요리 등에 이용된다. 어떤 종류의 요리든 반드시 끓는 물에 15∼20분간 삶아 물기를 빼고 타 재료와 섞거나 다른 요리과정이 필요하다.

마카로니의 역사를 보면, 처음 만든 곳은 중국이다. 1270년경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서 처음 이 음식 맛을 보고 귀국길에 가지고 온다. 귀국해서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에게 이 음식을 증정했고, 맛을 본 교황은 감탄했다고 한다. 이후 로마 유대인들이 금식 기간에 삷은 마카로니에 카초 치즈를 얹어 먹었으며, 평소에 고기와 치즈로 채운 토르텔리와 마카로니를 먹었다고 한다. 14~15세기에 파스타는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상류층만 먹는 음식이었다. 16세기 마카로니는 일반 대중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로마식과 시칠리아식 마카로니가 있었다. 시칠리아식은 밀가루와 달걀 흰자에 장미수와 물을 섞어 반죽해 이를 철사에 감아 만든다. 이 마카로니는 햇빛에 말리는데 2~3년이 소요됐다. 16세기 후반 사전에서는 마카로니를 "육수에 끓여서 버터와 치즈, 향료로 간을 낸 파스타"로 정의한다. 18세기 마카로니는 이탈리아 국민 요리가 되며 일반 대중부터 상류 귀족까지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고 이후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요리의 주 재료이자 보조 재료인 ‘마카로니(macaroni)’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Macaroni’는 이탈리아어 ‘maccherone’의 복수형 ‘maccheroni’를 영어에서 차용하면서 최종 ‘macaroni’가 됐다. 이 ‘maccherone’의 어원에는 정설로 보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makar(blessed)’에서 유래한 ‘makarios’가 ‘makares(blessed dead)’를 거쳐 고대 그리스어 ‘makaria/ macaria(보리 수프)’가 됐다. 보리 스프는 제사용 음식이다. 이 ‘makaria/macaria’가 이탈리아어 ‘maccherone’으로 변형되어 정착했고 복수형이 ‘maccheroni’다. 또 다른 설은 John Dickie의 설로 2007년 책 ‘Delizia! The Epic History of Italians and their Food’에서 ‘macaroni’는 이전 변형 ‘maccheroni’처럼 ‘maccre(빻다, 두드리다)’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언어학자 G. Alessio는 마카로니가 두가지 어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makar(blessed)’와 ‘aiōnios(eternally)’가 합쳐진 중세 그리스어 ‘makarōneia(장례 음식, 만가)’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어 ‘makaria’로 후에 -one(접미사)’이 합성되었다. 또 다른 설들로는 어떤 이들은 파스타를 만드는 재료인 밀로 만드는 과정을 묘사한 ‘ammaccare’가 어원이라 보고, 혹은 라틴어 ‘macerare’가 그 어원이라 주장한다. 타 주장은 마르코 폴로가 귀국해서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에게 마카로니를 증정했는데 맛을 본 교황이 "마, 카로니(와, 맛있다)”라 해서 이름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마카로니가 등장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마카로니 치즈 조리법으로 1390년 영어에 ‘makerouns’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란에서는 모든 종류의 파스타를 ‘makaroni‘라 한다.

영화 용어 ‘마카로니 웨스턴’은 미국에서 만든 서부극이 아닌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만든 것으로 이탈리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1964)’가 대표적이다. 영화를 본 서구 평론가들은 총격전 끝에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파스타 요리의 토마토 케첩에 빗대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이란 냉소적인 이름을 붙였다. 이게 일본으로 건너오며 일본인에 생소한 스파게티 대신 같은 면류인 마카로니로 표현이 바뀌며 우리에게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굳어졌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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