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에서 관음산까지 포천(抱川) 산정호수를 따라 시간여행 떠나다 [최철호 칼럼]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l승인2020.01.22l수정2020.01.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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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산과 산정호수 그리고 저자가 하나되는 산정일체(山井一體)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24절기 마지막 절기인 대한도 지났다. 동트기 전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백악산과 인왕산 사이 창의문을 나선다. 자하계곡 지나 세검정을 나서니 쌀쌀한 바람이 두빰을 스친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 그래도 어둠 속 새벽바람은 차갑다. 걸음의 속도가 달라진다. 차를 타고 북악터널을 지나니 정릉동이다. 걸었을 때 보였던 한양도성 성곽길이 차를 타니 차창 밖으로 건물들만 수없이 지나간다. 겨울 속 차장 밖 삼각산과 도봉산을 지나 울음산을 향한다.

산 속에 우물 같은 호수, 산정호수 가는 길

▲ 산정호수에서 부소천에 떨어지는 폭포_등룡폭포

어둠을 가르고 1시간을 달려오니 폭포가 보인다. 추위속에 폭포는 얼음으로 바뀌었다. 용이 오르는 등룡폭포다. 하얀 얼음 사이로 계곡물이 반짝거리며 아침을 알린다. 대한 지나 입춘을 향해가니 분주한 찻소리가 산중에 멈춘다. 차를 세우고 부소천 발원지에 놓인 다리를 건너니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인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계단을 올라 거친 숨을 내뱉으니 눈앞이 호수다. 산과 산 사이 아직도 바위에 물이 흐르는 곳에 하얀 얼음이 달려있다. 얼음이 녹아 계곡을 따라 흘러 호수가 되었다. 호수도 얼었다. 산속에 우물 같은 호수, 이곳이 산정호수(山井湖水)이다. 한가운데 얼지 않은 호수 위에 청둥오리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겨울 속 산정호수는 얼음 호수다.

울음산 유래를 따라가니 궁예(弓裔)가 있다

▲ 울음산의 전설_궁예도성과 울음산성의 주인_궁예동상

산정호수를 둘러싼 산들이 제법 높다. 병풍처럼 펼쳐진 12개의 봉우리마다 제각기 사연도 있는 듯하다. 923m 울음산이다. 서울의 상징 삼각산 보다 높은 산세다. 서울을 감싸 안은 삼각산의 봉우리는 서울과 양주의 경계을 이룬다. 울음산 12봉우리를 넘으면 철원이다. 울음산은 포천과 철원의 경계이다. 경기도의 최북쪽과 강원도의 시작을 알리는 산이다. 산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하다. 순수한 한글 이름을 가진 산이다. 왜 울음산일까... 산의 이름은 겨울 지나 참꽃이 피는 봄에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움이 흐르는 눈물처럼 소리나는 산인지, 우물처럼 맑은 눈물이 호수를 아름답게 만든 산인지 더욱 궁금하다.

▲ 명성산 자락 산과 산 바위틈속에 겨울을 알리는 고드름_산정호수

얼음으로 변해버린 산정호수 둘레길을 아무 말없이 느릿느릿 걷는다. 눈 앞에 펼쳐진 산들이 소곤소곤 말을 거는 듯하다. 까악까악 새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린다. 산정호수를 향해 뻗은 소나무 가지 위에 까마귀 식구가 앉아 소리 내어 운다. 새까만 까마귀를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다니 신비롭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호수에서 산을 따라 메아리가 되어 들리는 듯하다. 누구의 울음인가...

귓전을 때리는 듯 까마귀 소리가 더욱 커질 무렵 말을 탄 궁예의 동상이 아침 햇살에 비친다. 1200여 년 전 왕건에 쫓기던 궁예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인다. 한탄강을 사이에 두고 드넓은 철원평야에 궁예도성을 쌓았던 후고구려의 선봉, 태봉국의 왕이 쫓기듯 산을 넘었다. 망국의 슬픔과 삶의 고통에 통곡하자 산도 울고 산새도 억새도 울었다. 주군을 잃은 신하와 주군을 태운 말이 함께 울었다. 그 비통함에 산도 소리 내어 울었다고 전한다. 그리하여 울음산이 되었다. 한자로 표기하니 울음산이 명성산(鳴聲山)이다.

울음산은 병풍같이 펼쳐진 명성산이 되었다

▲ 명성산에서 관음산 자락 산과 산 사이 우물같은 호수_산정호수

명성산은 한강 이북 한탄강과 임진강을 사이에 둔 군사적,지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이었다. 한반도의 배꼽이 되는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치열한 전략적 요충지다. 한탄강의 철원평야를 지키는 길목에 명성산성이 있었다. 궁예도성을 빠져 나온 궁예와 군사들은 명성산에 은거하였다. 이 산의 8부능선과 협곡에 석성을 쌓고 왕건군과 대치하였던 곳이다. 산이 높고 지형은 험하다. 산세가 암봉으로 이어져 급경사가 많은 산성이다. 국내에서 가장 험준하고, 가장 슬픈 사연이 얽힌 산성이다. 명성산성을 올라 정상에 이르면 궁예능선이다. 첩첩산중 속에 철원평야와 궁예도성이 보인다. 암봉과 어우려진 울음산의 성곽이다. 울음산성은 그야말로 하늘과 구름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곳곳에 있는 성벽과 성돌이 궁예의 흔적들이다. 궁예바위도 있다. 전설 속 이야기가 울음산에 성곽길 따라 바위에 물이 흘러 산정호수에 눈물처럼 고여있다.

▲ 울음산 12봉우리에서 물이 모인다_명성산_산정호수

명성산 12봉우리는 암릉과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은 경사가 완만하고,남쪽 삼각봉 분지에는 억새풀이 무성하다. 남서쪽 자락으로 산정호수가 보인다. 산중에 있는 우물 같은 호수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호수다. 1925년 관개용 저수지로 만들어졌다. 한때는 철원 노동당사에서 김일성 별장이 있는 산정호수까지 넘어 와 작전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38선 위쪽에 속해 있는 이곳은 명성산과 산정호수 그리고 등룡폭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절경지다. 화진포 바닷가 작은 언덕의 별장처럼, 아름다운 산정호수에도 별장이 있었다고 전해오나 아쉽지만 이젠 푯말이 없다.

▲ 삿갓 같은 봉우리_물속인가_얼음위인가

명성산 주능선에서 삼각봉까지 하늘 아래 산이 펼쳐져 보는 것만으로 별천지다. 암벽과 능선을 따라 걷고 명성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지만 포근하다. 산과 산에서 흘러 내려온 암벽수는 청정한 물로 산정호수를 이룬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4계절이 아름다운 이곳은 포천과 철원의 1200여 년 전 역사와 문화의 실타래와 같다. 울음산이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명성산으로, 산과 산 속에 우물같은 산정호수는 맑은 수정 같은 보물이 되어 있다. 산정호수 아래 등룡폭포에 쌍무지개가 항상 떠 있기를 기대 해 본다.

▲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저서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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