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의 명 지휘자 순례(1편)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20.04.01l수정2020.04.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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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클래식 세상만사의 ‘번외편’ 격으로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들을 3회에 걸쳐 일별해 보고자 한다.

▲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7. 7. ~ 1911. 5. 18.)

필자가 기억하기로 국내에 소위 말하는 ‘말러 붐’이 분 것은 90년대의 일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편성 교향곡에서 베토벤의 아성에 (감히) 도전할 만한 작곡가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150년 전에 태어나 100년 전에 죽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7. 7. ~ 1911. 5. 18.)는 오늘날 베토벤보다 더욱 ‘가열차게’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도대체 왜 말러인가? 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애호가를 제외한다면야 (기실) 이 교향곡들 중 어느 하나도 끝까지 감상하는 일이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홉 개의 교향곡과 열 번째의 미완성 교향곡, 그리고 8번과 9번 사이에 있는 교향곡이자 연가곡인 ‘대지의 노래’에는 필설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저마다의 매력이 존재한다.

이 매력에 빠져 인생이 크게 변화한 케이스로 2번 교향곡, ‘부활’만을 지휘하는 길버트 캐플란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캐플란은 그의 나이, 23세 때인 1965년 카네기홀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하는 2번 교향곡을 처음 듣고 번개에 맞은 듯 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부터 언젠가 이 곡을 직접 지휘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캐플란은 지구상에서 2번이 연주되는 곳은 모조리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이 교향곡의 모든 음반과 말러의 친필악보를 구입해 연구하는 한편 전 세계에 흩어진 말러 자료들을 모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월 스트리트의 재정전문가이며 유력 경제전문지의 발행인으로 성공한 그는 정말로 지휘 공부를 시작한다. 줄리아드 졸업생에게 개인레슨을 받는 한편 게오르그 솔티 등 유명한 마에스트로들에게 세계재정에 관한 가십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휘를 사사한 그는 드디어 1982년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생애 첫 말러 부활교향곡 지휘했다.

그의 지휘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엄청난 호응을 받았으며 그가 1987년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음반은 그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음반’에 선정되면서 18만장이 팔려나가 지금까지 나온 말러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또 비엔나 필을 지휘해서 2002년 내놓은 두 번째 음반은 기존 악보의 오류를 400군데 이상 바로잡은 결정판으로 연주해 화제가 되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지휘 요청이 쇄도하며 50여개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는 한국에서도 2005년 성남아트센터의 개막 기념공연에 초청돼 KBS교향악단과 함께 2번을 연주한 바 있다.

일찍이 말러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 같이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곡을 작곡하였고, 교향곡의 작곡에 있어서 길이(분량)와 시야(우주적, 형이상학적인) 모두에 있어서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았다. 또한 말러는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길이에 있어서도 3번 교향곡은 일반적인 교향곡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긴 약 95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며 그의 8번 교향곡은 천 명이 넘는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는 등 교향곡의 구성에 있어서도 말러는 태도는 기존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는 그의 교향곡 일부에 니체와 괴테의 철학, 중세 종교 상징주의와 영성을 표현하는 가사를 사용했고,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 세계 주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기본 레퍼토리가 되었다.

바그너 팬들을 ‘바그네리안’이라 일컫는다면 말러 마니아에게는 엄연히 ‘말러리안’이란 호칭이 있다. 이 소위 말하는 말러리안들에게 어떤 것으로 말러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이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입문용으로 1번, 2번, 그리고 5번을 주로 거론하는데, 2번과 5번에 대한 (입문으로서의) 호불호가 갈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1번 교향곡이 가장 고른 지지를 받는 선택이 아닐까 한다.

물론 말러의 끝 간 데 없는 매력, 그러니까 이성보다는 감성에 집중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설파하는 특유의 분위기에 빠진다면 1번 교향곡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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