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28년 만에 최고치인 66.2%의 투표율로 15일 치러져 국회 300석의 주인공을 가려낸 가운데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1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구 당선자 총153명 중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163명 중 20명, 미래통합당 84명 중 8명, 정의당 1명 중 1명, 무소속 5명 중 0명 등 총29명이다. 비례대표 당선자 총 47명 가운데 여성은 미래한국당 19명 중 10명, 더불어시민당 17명 중 10명, 정의당 5명 중 4명, 국민의당 3명 중 2명, 열린민주당 3명 중 2명 등 총28명. 전체 300명 중 여성이 57명 19%로 역대 최고기록(20대 지역구 26 비례 25 등 총51명 17%)을 갈아치웠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미미하나마 꾸준히 증가추세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양성평등의 임계치인 30%에도 미달하면서 국제적으로 하위권인 가운데 증가 속도가 너무 더딘 것은 문제다. 주민등록인구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데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수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제의원연맹(IPU) 190개 회원국 중 한국은 2020년 3월 현재 125위(295명 중 51명 17.29%)다. 이번 선거 결과대로 21대 19%로 늘어나더라도 18.68%인 토고를 밀어내고 118위로 7계단 올라갈 뿐이다. IPU 평균 여성의원 비율 25%에 비해 6%포인트 낮은 수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여성의원 평균비율 28.8%(2017년 기준)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르완다 61.25% 멕시코 48.2% 스웨덴 46.99% 등 상위권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낮은 이유는 우선 후보 지명 단계에서부터 여성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1대 지역구 후보 21개 정당 1118명 중 여성은 213명으로 19.1%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35개 정당 312명 중 172명(55.1%)을 합해도 총 1430명 중 385명으로 26.9%다. 더불어민주당 32명, 미래통합당 26명(이상 지역구), 민생당 16명(지역구 4, 비례 12), 미래한국당 21명, 더불어시민당 17명(이상 비례), 정의당 34명(16+18), 국민의당 13명, 열린민주당 9명(이상 비례), 무소속 12명(지역구) 등이다. 20대 여성후보 지역구 100명 10.9%와 비례대표 75명 등 총 175명에 비하면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역구 총수의 30%를 여성후보로 추천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를 2005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의무화돼 있으나, 지역구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장 선거의 여성 후보 추천은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번번히 지역구 국회의원 여성 후보가 미미한 실정이다. 세계 190개국 중 98개국에서 여성할당제가 적용되고 있다. 여성의원 비율은 여성할당제를 법률로 실시하는 나라들에서 크게 늘어났다. 지역구 여성후보 30% 공천할당제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1970년부터 여성의 정치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했으나 한자리 수인 여성 의원 비율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급기야는 헌법을 개정해 “법률은 남녀가 선거직과 그 지위는 물론 직업적·사회적 직책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어 2000년 ‘선거직에서의 남녀 간 평등한 접근을 이루기 위한 법’(일명 남녀동수법)을 제정해 이 법률을 적용 받는 모든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남성과 동수로 추천하도록 했다. 여성할당 비율을 지키지 않는 정당은 정당보조금 국고 지원액이 삭감되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접수시키지 못한다. 덕택에 1997년 선거 당시 10.9%에 불과했던 하원의 여성의원 비율은 2017년 총선에서 39.6%로 높아졌다.

21대 국회의 임기는 5월30일 시작된다. 그러나 n번방 박사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 제개정 등 시급한 현안은 그 전에라도 20대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넘어오는 안건을 상원 행세를 하며 깔아뭉개서는 곤란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을 비롯해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의원들이 법사위에도 대거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에 특정 성별이 70%를 넘지 못하도록 처벌조항과 함께 의무화하는 양성평등 할당제 법 개정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여성과 남성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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