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와 미성년자 성착취 처벌 강화 [김주혁 칼럼]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l승인2020.05.02l수정2020.05.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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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 관련법이 4월 29,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미성년자 성착취 예방을 위한 법 개정도 함께 이뤄졌다. 이 같은 법 개정은 각계에서 요구해온 조치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나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앞으로는 젠더폭력을 방지하는 법 개정이 시대 변화에 따라 적시에 이뤄지길 기대한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제는 등장인물이 아동이든 성인이든 관계없이 불법 성적(性的) 촬영물 등을 갖고 있거나 보기만 해도 처벌된다. 법률개정안은 공포되고 6개월 후부터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대부분 정부로 이송돼 공포되는 즉시 시행된다. 성행위나 화장실 탈의실 장면 등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이고, 촬영은 동의했거나 스스로 촬영했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된 것은 불법 성적 촬영물이다. 혹시라도 이런 불법 성적 촬영물을 갖고 있다면 조만간 법이 공포되기 전에 폐기해야 하고, 법 공포 이후에는 소지뿐 아니라 구입하거나 봐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적발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불법 성적 촬영이나 성적 촬영물 불법 유포에 대한 처벌은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영상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성적 촬영물 불법 유포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됐다. 불법 성적 촬영, 성적 촬영물 불법 유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성적 촬영물 불법 유포,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불법 제작 및 유포 행위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 형량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지인이나 유명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불법 유포하는 허위영상물 제작이나 유포행위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지난달 법 개정이 이뤄져 6월25일부터 시행된다.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죄도 신설됐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같은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상습행위는 형량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취업이나 문화상품권 등을 미끼로 신체 노출 사진을 요구한 뒤 이 사진을 가족 등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착취물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등의 공소시효도 폐지됐다. 특수강도강간 등 일정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신설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카메라 등 촬영죄 및 허위영상물 등 반포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제작·배포죄 등 온라인으로 성적 영상물을 거래·유포하는 범행에 대해 개연성이 있는 경우 범죄수익 등으로 추정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범죄수익을 보다 원활하게 환수하기 위해 범죄수익에 관한 입증책임을 완화한 것이다. 범죄수익을 모두 환수하기 때문에 돈을 벌 목적으로 이 같은 범죄를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개정된 형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 기준을 만 13세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높였다. 서로 좋아서 했더라도 즉,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행위를 할 경우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이 의제 강간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13세 중1에서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16세 고1까지로 보호 범위를 넓혔다. 다만 피해 미성년자가 13세 이상에서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19세 이상인 경우만 처벌하도록 했다. 13~16세가 19세 미만과 서로 동의해서 성행위를 한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동의 없는 성행위는 성폭력으로 처벌받는다. 강간·유사강간 등의 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예비·음모한 자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와 관련해 보호처분을 받아야 하는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을 없애고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통일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19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 고3 이하)는 성을 팔아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한 셈이다. 현행법에서는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들이 처벌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같은 유형의 보호처분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을 빌미로 성 매수자나 알선자들이 해당 아동·청소년을 협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에 따라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들이 보호처분 걱정 없이 성매수자나 성매수 알선자를 신고할 수 있게 돼 성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와 함께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됐다. 신상 등록정보의 공개·고지 대상이 기존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성폭력범죄 외에도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유포․소지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자에 대해서도 신상정보 공개·고지의 명령 선고가 가능하게 됐다.

이제는 불법 성적 촬영물은 종류에 관계없이 보기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고,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 또는 유포하거나,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면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성착취 피해자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누구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명칭부터 ‘몰카’나 ‘야동’이란 가벼운 이름 대신 ‘불법 성적 촬영물’이라고 부르는 변화가 필요하다.

법원도 서둘러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해 처벌을 강화하기 바란다.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성적 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과 피해자 보호 의무를 부여, 불법 게시물을 신속하게 삭제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도 이번에 처리되지 않았지만 21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기 바란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 젠더폭력 예방을 위한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가 이 땅에서 사라지고 피해자의 한숨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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