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법 [박수룡 칼럼]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l승인2020.05.13l수정2020.05.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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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아직은 그리 흔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사람의 성격 유형을 ‘판단형’과 ‘인식형’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판단형’의 사람은 매사에 신중하여 계획적이고 정리정돈을 잘하며 대체로 빈틈이 없습니다. 반면에 ‘인식형’의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임기응변의 대응이 빠르고 자신이나 타인의 실수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편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판단형’의 사람은 여행을 가기 전에 출발과 도착은 물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인식형’의 사람은 그런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거북하게 여기며,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즐기다가 돌아오는 여행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사실 ‘판단형’이건 ‘인식형’이건, 그 자체로는 옳거나 그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저 ‘그 사람이 살아가기에 편안해 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적잖은 충돌과 갈등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런 문제는 직장과 같은 상하관계에서는 물론 가족처럼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나서, 때로는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 심각해진 모녀 갈등관계를 상담하러 온 부부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의 부부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냉담해진 상태였습니다.

부인이 말한 남편의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남편은 ‘가족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퇴근길에 누가 술자리에 가자고 하면 그를 따라가곤 했습니다. 집에 갈 생각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잠깐 있다가 연락해야지 하다가 잊거나, 조금만 있다 갈 거라고 했지만 술자리에서 말이 길어지거나 새사람이 오면 바로 일어날 수 없어서 조금 더 있다가 예정했던 시간을 훨씬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귀가 얇아서 쉽게 꿔주고 잊어버리는지 받을 생각도 않고, 알던 사람이 보험 가입을 부탁하면 비슷한 게 있는 데도 또다시 들고, 주식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남의 이야기만 듣고 샀다가 손해만 본 액수도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부인은 그런 남편이 믿을 수 없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남편의 용돈 관리는 물론 사소한 데까지 일일이 잔소리를 하게 되었고, 오랜 부부 싸움 끝에 지금은 서로 냉담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딸은 아빠를 닮은 성격이었습니다. 부인은 딸이 아빠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딸이 어릴 적에는 성적도 괜찮아서 부인이 곁에 붙어서 공부시키거나, 또 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전시회나 방학 캠프에 보내곤 했습니다. 가끔 딸이 불만을 말하기도 했지만, 부인은 “네가 대학만 가면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엄마도 손 떼고 싶다"라며 지내왔습니다.

마침내 딸이 대학에 들어가서 부인도 ‘손을 떼고 지켜보기만 했는데’, 딸은 대학 가기 전의 귀한 시간을 빈둥대며 허송하며, 수강신청도 미리 알아보지도 않은 채 아직 마감일이 남았다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엄마가 나서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대학 입학 후에는 거의 매일 강의시간에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준비해서 뛰쳐나가곤 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매일 똑 같은 잔소리와 채근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와 딸의 싸움은 갈수록 심해져갔지만 아빠는 아무런 관심도 도움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인은 그런 남편이 모녀의 다툼으로 자신이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딸의 반항이 갈수록 거칠어져 어쩔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상담실을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부인은 ‘판단형’, 그리고 남편과 딸은 ‘인식형’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부인이 지적하는 내용들 자체에는 별 잘못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성격 유형의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추어 살기를 강요한 부분은 잘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들에게 가족 각자의 성격 유형 및 그 특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즉, 각 사람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식은 옳거나 그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오히려 함께 불행해질 수도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각 사람은 서로 다를 뿐 반드시 누군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와 다른 성격 유형의 가족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도와주는 관계가 되어야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부인에게는 자신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남편과 딸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딸에게는 엄마가 딸을 못마땅해서가 아니라 염려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임을 확인하여 주었는데, 딸도 엄마의 말이 틀리지는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자신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에 남편과 딸에게는, 부인이나 엄마의 상대적으로 좁은 삶의 틀에 활력을 넣어줄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우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짧지 않은 노력 끝에 이들은 ‘옳게’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자연에는 여러 다른 모습이 있어서 아름답듯이, 사람들도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으로 인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 실천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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