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아니다 판례 변경 [박병규 변호사 칼럼 ]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20.07.03l수정2020.07.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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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부동산의 이중매매란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둘 이상의 매수인에게 이중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부동산의 이중저당이란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어기고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경우 형사상 배임죄가 문제되는데,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연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 358조 참조).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의 경우 매도인이나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고 보아 배임죄로 처벌하여 왔습니다.

특히 이중매매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이중매매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2017도4027)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어기고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이른바 '이중저당'을 했더라도 이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즉 채무자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A는 2016년 6월 14일 B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A는 B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았고, 2016년 12월 15일 이 아파트를 채권최고액 12억원에 C사에 4순위 근저당권을 경료해줬습니다.

이 일로 A는 12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B에게는 12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로 기소되었습니다.

1,2심 법원은 A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변호인 법무법인 클라스 윤성원 대표변호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19도14340).

상고심에서는 A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관계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의무이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고 판단하여,

"채무자가 저당권설정의무를 위반해 담보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형·민유숙·김선수·이동원 대법관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데 있다.

채무자의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이 부동산 이중저당에서도 배임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보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있습니다.

반면 이중저당의 경우는, 이 번 판례 변경을 통하여 채무자의 근저당 설정 의무는 계약에 따른 자신의 사무일뿐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민사적 거래에 형사적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최근 경향과 궤를 같이하는 판결로,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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