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 축사 [박수룡 칼럼]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l승인2020.07.28l수정2020.07.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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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안녕하십니까? 우선 오늘 이 두 젊은이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신랑과 신부의 부모님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오신 분들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까이서 지켜봐주신 분들이고, 그래서 양가 부모님들 못지않게, 진심으로 이 한 쌍의 행복을 바라는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 모두, 이 두 사람에게 축하하고 당부하실 이야기가 있으실 줄 알지만, 우선은 제가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이 두 사람에게 당부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렇다고, ‘신랑과 신부는 서로를 존경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라’와 같은 틀에 박힌 주례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이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가지게 된 소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신랑과 신부인 제 아들과 며느리는, 따로 떼어놓고 봐도 정말 예쁘지만,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위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도 결혼하려고 할 때, 제 아내를 저렇게 예쁘게 사랑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혼생활은 이제 30년이 좀 지났습니다만, 누구나 결혼을 해서 살다보면, 결혼 당시에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는 정도는 아니고, 이럴 줄 미처 몰랐다 하는 정도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다들 경험하고 계실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저는 분명히 20대의 꽃다운 아가씨와 결혼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지금은 환갑을 바라보는, 할머니에 가까운, 이제는 꼭 예쁘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이미 중년을 지난 여자와 제가 살고 있더란 말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제가 할머니 같은 여자와 살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살다보니 제가 그러고 있더란 다는 말입니다. 사실 바보 같은 말인 줄은 저도 아는데요, 이처럼 분명하게 예고되어 있는 현실도, 결혼 당시에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저에게는 오히려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깨닫게 된 것이 있었는데요, 저는 세월따라 나이가 들어갔는데 만약 제 아내가 지금도 20대의 꽃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면, 그것이 더 좋겠는가? 하는 생각에 미치자, 아니겠구나! 내가 나이가 드는 만큼 아내도 같이 나이를 드는 것이 더 좋은 일이구나! 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처구니 없게도 ‘어쩌다가 내가 할머니와 살게 되었나?’와 같은 황당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지만, 사실은 제 아내가 지금까지 나와 살아주고 있는 것이야말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희 부부가 그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낼 수 있었고, 지금도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누가 잘 하고 못하고가 아니고, 또 제가 잘나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운이 좋게도 착한 아내를 만나게 된 덕분이고, 주위의 많은 분들의 도움 덕택이었고, 그래서 결국 이 모든 것이, 순전히 감사할 일이고, 그래서 큰 은혜로구나!’ 하는, 아주 소중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마땅한 직업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아직 집을 마련할 돈이 없기 때문이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젊을 때 더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도 하지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기성세대로서 대단히 미안하고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래야만 하는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아직은 준비가 많이 부족해보이지만, 자신들의 사랑만을 믿고 같이 살겠다고 결심한 우리 아들과 딸이 대단히 고맙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또 제가 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배우자의 잘못 때문에 자기 삶이 불행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고, 더러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가정생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을 영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특히나 지금처럼 합리적 사고방식이 강조되는 세상에서는, 이 ‘무엇 때문에’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 어쩌면 아주 당연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니, 제가 잘 난 줄 알았던 점이 제게 큰 장애가 되고, 약점으로 알았던 점이 나중에는 은혜가 되는 경우들이 참 많다는 것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키가 10센티미터, 아니면 5센티미터만이라도 더 컸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었는데요, 그 소원대로 제 키가 커졌을 때, 제가 그 커진 키로 무엇을 했을까요? 고작 연애나 좀 더 하지 않았을까요? 또 제 부모님이 좀 더 부자였다면 좋았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요, 만약 그래서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졌다면 그 돈으로 제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거나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는 데에만 썼을까요? 어쩌면 부모님이 가난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이 ‘무엇 때문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그것이 ‘자신이 이미 받은 은혜를 깨닫고 또 감사하는 태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우리 신랑과 신부가 결혼을 하는 것으로 축복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지금은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많은 어려운 일들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그것이 누구 때문이거나 무엇 때문인가?’ 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받아온 은혜도, 꼭 기억하기를 당부합니다.

강조삼아 다시 말씀 드리겠는데요, 어려움을 당할 때 ‘그것이 누구 때문이고 또 무엇 때문인가?’ 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이미, 분에 넘치도록 받고 있는, 은혜도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세상이 주는 그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도 부탁드릴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아들딸의 결혼에 대한 증인이 되셨습니다. 따라서 이 증인이라는 책임과 의무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우선은, 이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혹시라도 어떠한 어려움도 주지 마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양가의 부모님과 일가친척 분들은 각자 지켜 오신 집안의 전통이 있을 줄 압니다만, 이제 새로 시작한 두 사람은, 이제 막 온실에서 들판으로 옮겨 심은 묘목처럼, 지금부터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굳게 설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신랑과 신부의 친구 분들께 당부 드립니다. 지금까지 신랑과 신부의 좋은 친구, 좋은 선후배로 지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 좋은 친구를 오늘 다른 사람에게 떠나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신 만큼, 이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행여나 이후에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속이는 일에는 절대로 거들지 마시고, 혹시라도 이들이 여러분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더라도 “그렇게 어떻게 사니? 나라면 이혼하겠다.” 같은 말씀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여 주십시오.

또 하나 부탁드릴 것은, 세상 살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인데요, 어떤 이유에서건 여러분은 오늘 새 가정을 이룬 이 친구에게 돈을 꿔달라거나 해서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들 중 어느 한 사람이 돈을 꿔달라 하더라도, 돌려받지 않을 생각일 때에만 꿔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점만 잘 지켜주시면, 여러분은 친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사람과 평생의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 이 두 사람이 세상이 주는 어려움이나 자신의 잘못으로 어려운 일을 겪게 되더라도,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은혜를 베풀어주시고, 또 끝까지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끝으로, 오늘 인생에서 새 출발을 하는,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당부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감사에 대한 보답은 다른 것이 아니라, 지금 서로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더 성숙한 사랑으로 자라나도록 잘 키워서, 이 세상이 정말 살아갈 만한 곳이 되게 밝혀주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을 대표하여, 이 두 사람에게 무한한 사랑과 축복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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