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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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이상원의 청춘이야기] 앞선 글에서는 세대차이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다루어 보았다면 지금부터는 조금 더 세부적인 분야로 접근하려 한다. 이번 글에서 다룰 내용은 ‘어휘력’에 대한 부분이다. 어휘력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보통 성인이라면 혹은 특정 나이대라면 대부분은 알고 있을만한 단어들이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 학교에 ( )’ 라는 문장에서 대부분의 성인은 갔다, 등교했다, 출석했다 등의 단어를 괄호안에 넣을 것이다. 반면 많았다, 예쁘다 등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제가 되는 것은 흔히 ‘상식적인 어휘력’의 경계선에 있다고 일컬어지는 말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상식적인 어휘력’ 수준이 심각하게 낮아졌다는 것이 이 문제의 요지이다. 이에 대해 예시를 본 후 각자의 입장에서 어느정도 대변해보겠다.

이런 갈등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가장 대표적인 예시를 보자. 2021년 10월, 한글날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어 총 ‘3일’이 연휴로 지정되었다. 언론에서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하여 ‘사흘’이 연휴로 지정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4일 쉬는 줄 알았는데 왜 3일밖에 쉬지 않냐”, “3일 쉰다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사흘이라고 어렵게 표기하냐” 라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이런 댓글에 대한 가지각색의 반응이 이어졌는데 크게 두 가지였다. “사흘도 모르면 도대체 어휘력이 얼마나 낮은거냐” 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있는가하면 “사흘이라는 단어 모를수도 있지 잘난척하지 말아라” 반응도 있었다. 위의 예시와 비슷하게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에서 “왜 사과를 하는데 심심하게 하냐”, “사과가 장난이냐” 등의 반응을 보인 것도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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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런 젊은 세대의 어휘력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부터 살펴보자. 비판하는 측의 주장은 간단하다. 논란이 되는 단어들이 어떻게 ‘상식’이라는 반열에 올라올 수 있냐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사흘’, ‘심심한 사과’ 등은 사회생활이나 적어도 간단한 독서만 해도 심심찮게 나오는 내용이다. 하물며 중고등 교과서에서도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 조차 모른다는 것은 현 세대의 어휘력이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SNS,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 쉬운 단어, 익숙한 단어만을 써서 정보전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다가 단어를 검색하면 즉시 뜻을 알려주는 인터넷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이런 어휘력의 문제보다 젊은 세대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단어의 뜻이나 정보를 알려줘도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쓰냐” 등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기성 세대를 바라보는 것으로 이야기해보자. 기존 글의 논지처럼 기성세대가 고지식하다는 등의 고리타분한 내용을 적고자 하지 않는다.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상식’의 기준이 어디냐는 것이다. ‘명일’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가? 명일은 ‘내일’을 뜻하는 다른 말이다. 이게 ‘상식’일까? 굉장히 애매한 질문이다. 이쯤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이다. 누군가는 이 단어들이 상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식이 아니라고 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어휘력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위에 ‘사흘’ 혹은 ‘심심한 사과’의 예시와 주체만 달라졌지 매우 비슷한 전개임을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쓰이는 단어와 상식적인 수준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게 마땅한 것이고 이를 기성세대들이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줄임말, 신조어 등을 모르는 점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요즘 1020세대들이 쓰는 신조어들, 예컨대 뇌절, 잼민이, 플렉스 등과 같은 단어들을 기성세대들이 보면 “그런 말을 굳이 왜쓰냐” 라고 한다. 앞 문단에서 서술했던 내용에서 주체와 객체만 바뀐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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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건 단지 어휘력 문제이지 세대 문제로 볼 게 아니다’ 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특히 젊은 20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SNS나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어휘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필자도 유튜브를 상당히 많이 보는 2030세대지만 논란이 되는 어휘 중 모르는 단어는 한 개도 없다. 게다가 1020세대들은 어휘력이 어려운 한자어들을 기준으로 삼기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지 단순히 언어에 접하는 비율은 기존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즉 전편에서 다뤘듯이 이런 문제를 세대 갈등 문제로 탈바꿈시키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간단한 숫자 덧셈 예컨대 42+21과 같은 쉬운 문제도 계산기로 계산한다고 한다. 그들은 교육을 받을 때부터 계산기를 활용했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가 과연 그들을 간단한 덧셈 조차 못하는 멍청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오일러는 337의 6제곱까지 암산으로 계산했다. 그렇다면 오일러는 기껏해야 두 자리수의 곱셈정도만 암산하는 우리들을 보고 왜 이런 것조차 못하냐고 비판할 자격이 생기는 것일까? 단순하게 결론내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상원 청춘칼럼니스트
이상원 청춘칼럼니스트

[이상원 청춘칼럼니스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과(휴학 중)
미디어파인 청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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