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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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를 무상으로 주는 것이 증여이고, 나아가 이에 대하여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부양하기로 한 경우, 이를 부담부증여라고 합니다.

민법 제554조(증여의 의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

제561조(부담부증여)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절의 규정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있는데, 부담부증여의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될까요? 나아가 부담을 이행한 경우에도 위 규정을 원용할 수 있을까요?

최근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부담부증여 계약도 부담 없는 증여 계약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해제할 수 있지만, 수증자가 부담 이행을 완료한 후라면 해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B마을회에 2016년 7월 마을회관 부지 부분을 증여하고, B마을회는 이에 따라 그 부근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A의 숙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담을 이행하기로 하는 부담부증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위 증여계약은 계약서로 작성되지 않았고, 아직 A가 증여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B마을회는 A의 숙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부담을 이행했습니다.

이후 A는 본소로 B마을회에 토지사용대차계약 해지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토지 인도 및 건물 철거를 청구했고, B마을회는 이에 대해 부담부증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반소로 토지에 관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했습니다. A는 부담부증여라 하더라도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서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1, 2심 법원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여, 피고의 반소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가 B마을회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인도(본소), 소유권이전등기(반소) 소송에서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반소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확정였습니다(2021다299976 및 2021다29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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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561조는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절의 규정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해, 부담부증여에도 민법 제554조부터 제562조까지 증여에 관한 일반 조항들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의 채무불이행이나 각 당사자의 사정변경이 없고 오히려 수증자가 증여자의 증여 의사를 신뢰하여 계약 본지에 따른 부담 이행을 완료한 상태임에도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따른 특수한 철회를 통해 손쉽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게 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민법 제555조에서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 있는데, 부담부증여의 경우 부담 없는 증여와 달리 증여자의 재산의 수여뿐 아니라 수증자의 부담 이행까지 의사표시의 내용이 되므로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거나 증여 의사가 불분명할 가능성이 많지 않고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첫째, 부담부증여에도 민법 제555조가 적용된다는 점, 즉 구두로 한 증여는 일반적 해제사유 없이도 당사자가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는 점,

둘째, 부담부증여에 민법 제555조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먼저 이행된 경우에는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를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부담부증여계약의 경우도 증여에 관한 민법 제555조 해제조항은 적용되지만, 부담의 이행이 완료된 이후에는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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