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 이재근 회장 인터뷰]

통합계기로 지방체육 위상 강화와 자생 기틀 마련해야

“통합체육회 출범을 계기로 시‧도 체육회의 위상 강화와 지방 체육회가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틈타 지방체육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입니다.”

▲ 이재근 회장

4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경주 The-K호텔에서 열린 ‘2015 전국 시‧도체육회 사무처장 및 운영부장 합동연찬회’를 마치고 나온 이재근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 협의회 회장 겸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의 어조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었다.

이번 연찬회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난 뒤 실질적으로 17개 시‧도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사무처장들과 운영부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연찬회를 주재한 이재근 회장을 만났다.

- 연찬회의 목적은?

체육단체 통합은 체육인들의 자율보다는 정부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문화체육부장관의 훈령으로 통합준비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규정이 제정됨에 따라 통합준비를 위한 기본 절차는 모두 마쳤다고 생각됩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대로, 국민생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대로 나름대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지만 17개 시‧도 체육회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이번 연찬회를 통해 17개 시‧도 체육회가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집약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통합준비 과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통합체육회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 앞으로의 방향 설정은?

시‧도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7개 시‧도 체육회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시‧도 대책위원회를, 이를 뒷받침할 시‧도 실무위원회를 운영(총무)부장들도 구성하고 핵심내용들을 도출해 위원회에 제공할 TF팀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각 위원회는 월 1회씩 시‧도별로 순회하며 개최하고 분야별로 대책 과제들을 검토하고 심의 확정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입니다.

-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논의된 사항은?

이제 시작인만큼 차근차근 논의해 합의된 의견을 도출해야지요. 무엇보다 체육회 통합을 계기로 시‧도 체육회의 위상 강화와 지방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강구를 위해 우선 크게 4차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검토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제1차는 시‧도 체육회 사무처의 기구, 조직 등 제반 분야, 2차는 시‧도 통합경기단체 제반분야, 3차는 시‧군 체육회 사무국의 기구 조직 등 제반 분야, 4차는 종합 검토해 반영해야 할 핵심 내용들을 요약 작성해 대한체육회와 정부에 건의하거나 직접 전달하기로 하고 먼저 1차 단계에 대해 집중 논의를 했습니다.

- 1차 검토 과제는?

크게 10가지 사항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요한 몇 가지를 열거해 보면 △ 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 체육회의 관계 설정 및 법적 지위 △ 시‧도체육회의 성격과 정체성 확립 △ 예산의 안정적인 법적 지원 장치 마련 △ 중앙 체육정책의 심의 의결에 시‧도체육회 참여 기회 확대 △ 통합체육회 사무처의 조직 직제 등 제반 사항 △ 통합체육회장 선출방법 등입니다.

- 시‧도 체육회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예년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국민체육진흥법을 보면 시‧도 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시‧도 지부로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시‧도 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정관, 준칙에 따라 규정과 규약을 만들거나 개정을 하게 돼 중앙과 전국 시‧도 체육회는 상호 연계성과 통일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지방 조례에 의한 간섭과 제한에서 독립성을 유지되고 있으나 시‧도 체육회의 법적 지위는 사실 불투명합니다. 매년 시‧도에서는 ‘민간경상보조금’으로 예산을 편성,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예산 확보와 자율적, 창의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통합체육회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합니다

- 통합체육회에서는 시‧도 체육회를 지부가 아닌 경기단체처럼 회원으로 가입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만약 시‧도 체육회가 통합체육회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시‧도 의회의 사정에 따라 각양각색의 운영으로 지방체육에 대혼란을 가져 올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각 시도들마다 자신들이 유리한 종목만 운영하게 돼 경기단체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고 엘리트체육은 지방의회의 정치논리에 종속돼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시‧도의회에서는 엘리트 선수의 발굴 및 육성은 국가대표 선수 배출과 국위선양이 목표이므로 국비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예산을 생활체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여서 지방 엘리트스포츠의 붕괴조짐마저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도 체육회를 통합체육회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 통합체육회 회장 선출에 대해서는?

현재 대한체육회는 대의원 60명이 회장을 선거하는데 견주어 국민생활체육회는 선거인단이 150명에 이릅니다. 당연히 조정이 이뤄져야 되겠지요. 이 과정에서 시‧도 체육회도 당연직 대의원으로 참여해 의결권과 투표권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의 통합준비위원회에도 시‧도 체육회가 참여해야만 지방체육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통합체육회의 이사회에도 시‧도 체육회의 안배가 이루어져야하며 통합된 시‧도 체육회의 회장은 당연직으로 시‧도지사가 추대되어야만 안정적인 예산지원과 지방체육에 대한 위상과 단체장의 관심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통합체육회 출범으로 시‧도 체육회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시‧도 체육회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에 따른 임원 구성에서부터 인력 감축 또는 직원 승계의 고용 근거와 특히 상이한 직급, 보수, 호봉의 조정 등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또한 시‧군 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클럽수(단체)와 회원이 많은 생활체육에 예산을 잠식당할 경우 엘리트 체육은 쇠퇴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체육회 안에 엘리트체육부, 생활체육부를 두는 한 지붕 두 가족 생활로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지금 우리나라 체육은 통합체육회 출범을 계기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어느 곳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많은 진통과 부작용이 함께 예상되는 과도기나 다름없다”는 이 회장은 “시‧도 체육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정하고 인도함으로써 한국 스포츠의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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