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 이기흥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 인터뷰] 올 체육계의 최대 화두는 통합체육회 문제다. 즉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하며 지방체육회와 경기단체는 어떻게 통합이 되고 통합체육회 수장은 누가 되느냐가 바로 관심의 초점. 양 측은 저마다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精) 행보로 서로 통합체육회의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대한체육회 측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부회장 겸 대한수영연맹회장을 만나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잘되어 가십니까?”라는 약간 생뚱맞은 질문에 이 위원장은 “잘 될 겁니다. 이제 곧 마무리 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이기흥 대한체육회 통합주진위원장

대한체육회는 통합 지지 … 방식과 시기에서 차이
- 먼저 대한체육회의 통합체육회에 대한 기본 방향부터 말씀해 주시죠.

▲ 일부에서 대한체육회가 겉으로는 찬성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통합에 반대해 갖가지 잡음을 일으키는 것처럼 소문이 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다만 통합하는 방식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위원장이 달변가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필자와는 지금까지 각종 행사 때 얼굴을 마주치면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정도 친분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꼭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중복된 내용은 두 번 이야기하지 않았다. 앞뒤 논리도 정연해 뚜렷한 소신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 방식에 대한 차이라면?

▲ 정확하게 말하면 방식과 시기의 차이입니다. 2014년 11월 6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4명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합의문을 작성했습니다. 이 합의문에 양 단체 통합은 2017년 2워 이전으로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2일 국회법사위와 3월3일 국회본회의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2월 이전에 통합체육회를 발족시키도록 1년 앞당겨졌습니다. 처음 합의했던 대로 2017년 2월에 통합을 하자는 것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추진을 하자는 뜻입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을 시간적으로 배열하면 통합체육회 명칭 확정(2015년 12월)-통합체육회장 선출(2016년 2월)-통합체육회 출범(2016년 3월)-경기단체 및 지역체육회 통합 후 통합체육회 회원 가입(2016년 9월)으로 하향식으로 되어 있으나 대한체육회는 이와 반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시한을 내년 2월과 3월로 되어 있는 통합체육회 출범과 통합체육회장 선거를 2017년 2월까지로 1년 늦추자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안이다.

- 가능할까요?

▲ 내년이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만약 내년 초에 통합체육회가 발족이 된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앞으로 매번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회장 선거뿐만 아니라 각 경기단체 회장 선거까지 함께 치러야 합니다. 대표선수들의 훈련에 모든 열과 정성을 올림픽에 쏟아도 전 세계와 경쟁하려면 힘든데 갖가지 선거로 어수선해진다면 선배 체육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놓은 체육 강국이 한순간에 허물어 질 수 있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정부가 통합체육회 출범을 내년 2월로 고집하는 것은 국민생활체육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게 됨에 따라 이를 고려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엘리트체육보다는 생활체육에 더 비중을 두는 반증이나 마찬가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 내년 2월에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리우올림픽에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 그렇습니다. 통합체육회는 IOC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통합체육회에는 KOC(대한올림픽위원회)가 없습니다. 또 한 개의 경기단체에는 1 단체가 소속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경기단체들이 통합을 하지 않았고 가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체육회에는 경기단체들이 없습니다. 당연히 태극기를 들고 갈수가 없습니다. IOC의 국가별 창구는 올림픽위원회로 단일화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KOC가 IOC에 대한 독점적 교섭권과 대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이는 대한체육회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가는 것이므로 KOC 또한 통합체육회에 포함되므로 올림픽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슬쩍 반론을 폈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대답은 단호했다. 각 나라 NOC 정관 일부를 개정해도 IOC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하물며 통합체육회 정관을 IOC 승인도 없이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주장. 특히 IOC의 승인도 받지 않은 국민생활체육회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회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정관을 승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추진위원회 활동 상황 일부러 외부에 안 알려
- 통합체육회 출범과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아직 의견 통일을 하지 못해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 그건 통합추진위원회 초반에 잠시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통합추진위원회 전체 회의보다 소위원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소위원회 활동 상황에 대해서는 일체 언론보도를 하지 않고 있어 외부에서 그렇게 느낄 뿐입니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때가 되면 그 활동했던 내용들을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어디나 세작(細作-간첩)은 있습니다. 그래서 통합추진위원회의 활동을 가능하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는 이 위원장은 단 몇 명이 참여하는 소위원회에서 통합체육회의 정관 초안 작업, 통합체육회의 조직과 운영, 엘리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 연계방안, 외국의 사례 수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통합추진위원들의 명단만을 두고 보면 국민생활체육회가 오히려 대한체육회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도 짜여 있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 (웃음) 통합추진위원회는 이름만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보다는 허상이 많습니다. 어떤 결론이 날지도 잘못 포장되고 알려진 부분이 많습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결과를 두고 보시죠.

이 위원장은 때로 언성을 높이며 강한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때론 의미심장하게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특히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가 언론 홍보를 통해 대국민설득에서 대한체육회를 압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 대한체육회 주장대로 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이 또다시 개정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 통합체육회 출범에 직접 서명을 한 안민석 의원을 비롯해 설훈 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박주선 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한선교 의원 등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나 왜 대한체육회의 방안이 순리이고 적절한지를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들은 국회의원들은 모두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법 개정에 긍정적이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데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 안민석 의원 등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 모습을 녹화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는 안민석 의원이 “문체부가 통합체육회 출범은 체육인들의 자율에 맡긴다고 약속을 하고 왜 압력을 행사하느냐”고 추궁하는 장면과 문체부 관계자들이 대한체육회 측 인사 47명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 체육인들의 자발적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당연합니다. 두 단체의 체육인들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쉬운 것부터 먼저 논의해 합의하고 점차 어려운 부분을 논의하면서 서로 양보와 타협을 이룬다면 완전한 통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체육인들끼리 반목과 질시가 생기게 돼 통합이 되더라도 상당기간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1991년 정부가 보증한 각서대로 이행하면 문제없어
- 국민생활체육회 측은 정부에 적극 협조적인데 견주어 대한체육회는 비협조적인 탓이 아닐까요?

▲ 잘 알고 있다시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태생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무엇보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가 출범할 당시 전국시도지부를 모두 결성하면 대한체육회의 특별가맹단체로 가입하기로 각서를 썼고 이를 정부가 보증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당초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이제 와서 1대1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의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 무교동의 체육회관 등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고 100년이나 되는 역사성까지 갖추고 있는 반면 변변히 내 세울 것조차 없는 국민생활체육회가 1대1 통합을 하자는 것 자체부터가 어불성설이지만 대한체육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6월 27일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통합준비위원회에 대한체육회 측 위원은 파견하지 않았는데.

▲ 우리는 체육인 스스로 통합작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습니다. 소위 3-3-3-2(대한체육회 3명-국민생활체육회 3명-국회 3명-문체부 2명)로 불리는 문체부의 통합준비위원회 위원 구성은 사실상 체육인들은 배제한 채 정부와 국민생활체육회 주도로 통합을 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수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7-7-1(대한체육회 7명- 국민생활체육회 7명-문체부 1명)로 하는 통합준비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공언한대로 체육인들의 자율에 의한 통합체육회 출범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훨씬 합리적이라고 믿습니다.

이 위원장은 대한체육회의 주장대로 자연스럽게 상향식 통합을 이루게 되면 통합경기단체장들이 임시의장을 선출해 정관작업과 회장 선거 관리를 하게 돼 체육인 자율권이 보장됨과 동시에 순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통합준비위원회가 존재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부와 날을 세우면서까지 통합체육회에서 대한체육회가 남기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

▲ 대한체육회 역사성과 정통성입니다. 엘리트체육을 총괄해 온 대한체육회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왔고 당연히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한체육회라는 명칭과 광역단체장이 지역체육회장을 맡는 지금의 제도, 100년 역사의 전국체전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어린 태릉선수촌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지켜내야 합니다. 이건 우리 체육인들의 소명입니다.

- 차기 회장 1순위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 그냥 소문일 뿐입니다. 내가 지나치게 강하게 나오고 있으니까 일부에서 통합체육회장 자리를 노린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관심이 없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그리고 경기단체장으로 다섯 분의 대한체육회장을 측근에서 봐 왔습니다. 대한체육회장이란 자리는 당선이 돼 취임하기까지 1개월만 영광스런 자리일 뿐입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자리는 그자체로서 영광스럽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봉사하는 자리로서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으면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자리이나 대한체육회장 자리나 통합체육회장 자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 이 위원장은 다시 “잘 될 겁니다. 곧 마무리가 됩니다”는 말로 거의 한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 후기]
이 위원장은 문체부의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이 4-4-2-1(대한체육회 4명, 국민생활체육회 4명, 국회 2명, 문체부 1명)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정관 제정 등 주요 사항은 재적위원 3분의 2이상 출석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의결을 하기로 당정협의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귀띔하면서 사실상 통합체육회 출범에는 대한체육회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7월 22일 대한체육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통합체육회 출범을 2017년 2월로 1년 늦추는 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 3월 3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는 내년 2월까지 통합체육회 출범을 규정하고 있어 상충된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의 결의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시 국민체육진흥법이 재개정되어야한다. 이 부문에 대해서 문대성 이사(새누리당 의원)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상정하는데 여야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고 밝혀 이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했다.

또 이날 총회에서는 통합체육회 출범과 관련해 통합추진위원회에 만장일치로 전권을 위임함으로써 이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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