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통상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는 중에 상대방이 계약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을 제대로 잘 지켜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이행의 최고’라고 합니다. 여기서 최고란 법적인 용어로 ‘독촉’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행의 최고’가 필요한 이유는 민법상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계약위반사항에 대해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을 최고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계약을 해제할 경우 위 최고 절차가 계약해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행의 최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하는 경우, 그 계약해제 통보는 적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고, 계약해제 통보 전에 반드시 ‘상당한 기간을 정한 다음 이행의 최고’를 해야만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집주인이 약속한 근저당권 감액 등기를 하루 늦게 했더라도 임차인은 곧바로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행의 최’고가 없었기 때문에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류씨는 2012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를 곽씨로부터 보증금 1억 1,000만 원에 임차하기로 하고 계약금 1,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당시 곽씨의 아파트에는 한도액이 1억 9,000여만 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는데 곽씨는 보증금 잔금 지급일인 같은 해 12월 27일까지 근저당 한도액을 5000여만 원 줄이기로 류씨와 특약했습니다. 하지만 약속 당일까지 그대로였고, 이를 확인한 류씨는 그 자리에서 곽씨에게 근저당권 감액 변경 등기 불이행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곽씨는 이튿날 곧바로 근저당권 설정 한도액을 1억 4,000여만 원으로 줄여 이를 등기한 다음 "의무를 이행했다"며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류씨는 소송을 내게 됩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곽씨가 특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이상 임대차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임차인 류모씨가 집주인 곽모씨를 상대로 "곽씨 잘못으로 임대차 계약이 해제됐으니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임대차보증금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38913)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며, "류씨가 한 해제 통고는 특약사항으로 정한 근저당권 감액 등기 채무의 이행 지체를 이유로 한 것인데, 그 전제요건인 이행의 최고가 이루어진 바 없어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아가 류씨의 해제 통고는 이행의 최고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곽씨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라고 보기에 충분한 그 다음날 곧바로 특약상의 채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류씨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중 특히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최고하고 상대방이 그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임대차계약도 쌍방이 대가적 채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이어서 매매와 마찬가지로 약정했던 잔금기간과 감액등기, 근저당권 말소 등 일정한 불이행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계약해지의 효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이전 서류나 잔금 준비 등 이행의 제공을 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통상적으로 2주 정도의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의 최고를 하고, 그 기간까지 이행이 없어야 비로소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나중에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이행의 최고를 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구두나 이메일 등으로 이행을 최고한 경우에 상대방이 이를 부인한다면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행의 최고 사실을 사후에 제대로 입증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야만 나중에 있을 분란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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