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유상무, 박유천, 이주노, 이진욱부터 프로야구 kt위즈에서 퇴출된 김상현까지 유명스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성추문 혐의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대중은 대체로 “평소 점잖은 이미지였는데 실망”이라는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연예계는 더러운 곳”이라는 극단의 표현으로 싸잡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연예계를 잘 모르거나 극한 환상을 품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허탈감의 발로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연예인 관련이란 것만 제외하면 숱하게 접수되는 신고와 다름없는 사건 사고인데 대중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평소 좋아했거나 좋은 사람으로 여겼던 연예인의 의외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TV 극장 언론 등 대중매체는 스타를 만들기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가까운 곳에서 접하기 힘든 유명인을 대중매체를 통해서야 볼 수 있는 게 반복되다보면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이라는 환상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연예인은 정치인만큼이나 이미지가 인기 유지에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그것을 상술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중은 그렇게 만들어진 연예인의 모습을 그 사람의 본래의 인성으로 착각하거나 자연스레 믿기 마련이고 그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예인을 어느새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심화되면 거의 신격화하게 된다. 이렇게 대중은 연예스타는 쉽게 범접하기 힘든 사람, 일반인과 다른 뭔가 특별한 재능과 정신세계, 그리고 피지컬적인 매력도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차원이 높은 사람 위의 사람으로 환상을 품기 마련이다.

다수의 연예인이 보편타당한 사람들보다 외모가 뛰어난 것은 맞다. 각 기획사나 방송사 영화사 등은 굉장히 우월한 외모를 지닌 신인들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게 공통의 목표고, 그래서 캐스팅한 연예인 지망생이 최대한 대중에게 어필하게끔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데 온힘을 쏟는다. 정치인이 유세현장에서 옷의 디자인과 색깔은 물론 넥타이와 헤어스타일까지 각별한 신경을 쓰는가 하면 대중목욕탕에서 유권자와 스킨십을 하는 것과 유사한 차원이다.

탤런트 남상미는 한양대학교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생들은 물론 인근에 근거지를 둔 남자들로부터 ‘한양대 얼짱 알바생’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연예계의 콜을 받고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런 예에서 보듯 대중은 기획사와 대중매체의 상술에 의해서도 그렇지만 스스로도 마음 속의 신 혹은 신적인 영혼의 연인을 만든 뒤 그 환상 속에서 사는 것을 즐기곤 한다. 그 대상이 꼭 연예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매체에만 노출됨으로써 대중의 실생활과 멀기는 하지만 가상의 만남이 손쉬운 연예인은 그런 자신만의 정신세계 속의 연인으로 설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직접적인 만남은 거의 불가능하고 대신 대중매체로만 접하다보면 만들어진 이미지와 항상 아름답게 포장된 외모에 푹 빠져 신성시하는 마음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 영화 <해무> 스틸 이미지

정상급 배우들이 배역의 캐릭터에 민감한 이유는 그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성폭행 혐의가 무죄로 드러난 박유천이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이진욱에 대해 대중이 실망을 느끼다 못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가 그렇다. 그들은 무죄거나 무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중은 그런 법적인 잣대를 내던지고 마냥 순수하게만 봤던 그들도 성행위를 하고, 웬일인지 상대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거나 혹은 비인간적인 행위에 깜짝 놀란 것이다. 왜냐면 대중의 눈에 그들은 지고지순한 신이었으니까. 박유천은 동방신기의 멤버로서 거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노예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한 뒤 전속계약 분쟁 법정다툼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통해 마치 독립투사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 뒤에도 특정 지상파 방송사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동정표까지 얻으며 반듯한 이미지를 세울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 속 배역 역시 그 이미지의 경화에 한몫 단단히 했다.

이진욱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지적인 외모로 수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한 그는 작품 속 배역마저도 그 이미지에 걸맞은 캐릭터를 고름으로써 불법이나 부도덕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천사 같은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를 쌓았다. 그래서 대중의 놀라움이 크고 그게 연예계 전체를 싸잡아 부정적으로 보게끔 만든 것이다. 지구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일란성쌍둥이마저도 외모와 성격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현대 법과 정서는 모든 사람의 인격을 동등하게 취급한다. 미국의 대통령과 시리아의 난민의 인격이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죽기 마련이고, 사는 동안의 생활은 다를지언정 행복의 가치관이 같진 않다. 극빈국인 네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지만 최강국 미국인의 그것은 국력과는 좀 다르다.

영화와 TV가 발명되기 전까지 연예인들은 객석과 가까운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보디가드나 매니저나 승용차가 없던 당시 대중은 그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광대는 서민의 코앞에서 소리를 하고 줄을 탔다. 근현대 과학과 대중문화의 발달과 발전은 연예인의 지위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자본주의가 지구촌의 이데올로기를 지배하고 생활이 글로벌화가 되면서 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음에 따라 자연스레 신격화 작업이 완성됐다.

▲ 영화 <익스포즈> 스틸 이미지

그 수많은 한국의 노숙자들의 애환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던 국내 언론은 머나먼 할리우드의 스타 키애누 리브스가 노속생활을 한다는 게 대단한 사건인 것처럼 대서특필하며 호들갑을 떤 바 있다. 물론 영화 한 편 출연에 서민이 평생 안 쓰고 모아도 턱도 없을 거액을 받는 그가 수염 덥수룩한 얼굴에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전전한다는 사실은 뉴스임에는 맞다. 하지만 대중은 그런 뉴스적 값어치보다는 ‘나와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 노숙을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끼고 그 이유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치 올림푸스에서 호화로운 금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제우스가 인간이 사는 지하철 역사에서 새우잠을 자는 걸로 착각한 것이다.

물론 한 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벌고, 어딜 가든지 VVIP 대접을 받는 연예인의 지위는 오로지 대중의 지지로 인해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가 초래한 일탈에 빠지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중이 연예인을 신격화하는 만큼 스타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착각해 과도한 우월감에 사로잡힐 위험에 항상 노출돼있다. 그래서 대중의 지극히 객관적인 감시의 눈초리와 연예인을 동격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냉정한 판단력이 중요한 것이다.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을 스스로 국부라 불렀다.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라는 대표 심부름꾼으로 뽑아놨더니 마치 고대 이집트의 왕처럼 신의 아들 노릇을 하려 했다. 그는 아버지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희생해야 하는 존재란 것조차 모른 채 오로지 군림하는 신적인 존재라고 착각한 듯하다. 왕조였던 조선시대에도 왕은 조정 대신들의 정치적 감시와 간섭을 받아야 했고, 나라에 자연재해가 닥치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늘에 제를 올리며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 빌었다. 대한민국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건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된다’는 지상파 방송사부터 관객의 쌈짓돈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씩 버는 영화사와 그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우러러보는 순간 대중의 주권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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