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산행>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여름용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 NEW 배급)이 20일 개봉되자마자 흥행과 화제 두 가지를 몰아치고 있다. 개봉 전 진행한 유료 시사회로 56만5618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뒤 20일 32만9598명의 예매관객을 기록하며 첫날부터 100만 명을 무사히 돌파하는 흥행의 청신호를 켰다. 화제성도 높다. 국내 최초의 좀비영화라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가운데 영화의 스케일과 특수효과 그리고 개인적이거나 국내 상황을 연상케 하는 메시지 등으로 관객들의 토론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화제가 보태졌다. 바로 스포일러 논쟁이다.

이날 몇 매체는 ‘NEW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는 영화의 결론 공개로 인해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는 글을 올렸다. 누가 봐도 배급사의 ‘릴리즈’가 의심되는 상황. 매체들은 하나같이 NEW가 스포일러 삭제 및 유포자 처벌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며 스포일러 전파를 자제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웅변하고 있다. 물론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영화산업을 보호하고 미 관람 관객들의 즐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배급사와 언론의 몸짓이다. 하지만 처벌 운운하는 것은 법질서를 무너뜨리거나 사법부의 직능에 간섭하는 한편 스포일러 유포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과한 반응이란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 영화 <부산행> 스틸 이미지

스포일러 유포자들은 유료시사회를 통해 정식 개봉 전에 미리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중의 일부다. 보통 시사회라고 하면 정상적인 개봉 전에 화면이나 사운드의 결점은 없는지, 편집이 가장 합리적으로 잘 됐는지를 전문가들과 함께 살펴보기 위한 게 첫 번째다. 그리곤 해당 영화의 직계 관계자 및 업계 관계자 그리고 언론과 배급사들을 불러 모아 영화의 흥행전망과 마케팅 포인트 등을 점검해보는 시사회가 있다. 마지막으론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다. 전문가적 시각이 아니라 아주 보편타당한 다수의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평가받을 필요성의 산물이다. 앞선 두 종류의 시사회는 당연히 무료다. 그리고 관행상 일반시사회도 무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흥행몰이를 위한 바람잡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변칙적 개봉방법이 생겨났으니 그게 바로 유료시사회란 어엿한 명칭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부산행’의 개봉 전 주의 유료시사회가 얄팍한 상술이건 팬서비스건 의도를 떠나 정식 개봉 전에 영화를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맞다. 그렇다면 입과 SNS를 통해 영화의 결말이 나돌 것은 충분한 예상이 가능한 결과다. 그건 관객들의 지적인 수준과 타인을 배려하는 양심의 문제지 법적인 처벌 운운할 사안이 아니다. 영화인들의 스포일러와의 전쟁은 이미 오래 전 할리우드에서부터 있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그래서 배우와 스태프에게 시나리오의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한 계약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그 제어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일반인들의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촬영장의 보안을 철저히 하기로 유명하다.​

▲ 영화 <부산행> 스틸 이미지

하지만 일단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되고 나면 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누가 봐도 악의적인 의도로 언론매체를 통해 영화의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을 흘리지 않는 한 일반인의 영화감상은 무죄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섹션은 이미 언론매체로 인정받고 있지만 SNS는 아직 개인의 대화공간이다. 기 관람객 중 문화적 수준이 낮거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해 마치 무용담인 양 흥행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개인공간에 올리는 것은 몰상식하다고 비난할 순 있지만 그걸 법의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마치 영화산업이 국가의 보안문제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침소봉대하는 일이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20세기와 현재의 전파속도는 많이 다르긴 하다. 고전동화에서 임금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산에 올라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쳐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몰랐고, 현대에 ‘유주얼 서스펙트’를 관람한 관객이 “범인은 절름발이”라고 외쳐도 이너서클에 속한 사람밖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 진출한 메이저스튜디오 직접배급사들은 특정 영화의 언론시사회 때 기자들에게 프리뷰에 대한 엠바고 계약서에 사인을 요구한다. 기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기에 자필서명을 한다. 영화 개봉 전 시사가 한 나라의 안보나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차대한 일은 아니다. 원하는 날짜에 앞서 프리뷰가 실리는 게 싫다면 그 스케줄에 맞춰 시사회를 열든가, 아니면 아예 안하면 될 일이다. 기 관람객의 스포일러도 마찬가지다. 각 배급사와 극장체인이 연합해 미리 언론을 통해 전체 관객을 계몽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 것이며, 영화 티켓이나 극장의 게시물 공간에 그러한 예의를 지켜줄 것을 부탁하는 문구를 수시로 노출한다면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될 것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돈이 아까웠는지, 아니면 게을렀는지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으면서 스포일러 유포자만 탓한다. 유료시사회란 있지도 않았던 걸 강행군한 뒤에야 스포일러를 막느라 어수선한 건 사후약방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런 시간과 노력과 돈을 소가 도망간 뒤 들이지 말고 미리 썼더라면 수고도 돈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이미지

한편 이정재는 KBS 뉴스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 때문인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영화의 주조연 배우들은 개봉 전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유력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마련이다. 각 매체와 인터뷰도 한다. 그건 할리우드의 두터운 계약서 ‘책’에도 포함된 ‘옵션’이다. 그런데 요즘 일부 배우들이 JTBC ‘뉴스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 뉴스의 절반도 안 되는 3%대의 시청률에 불과하지만 출연 후 각 매체가 이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히려 홍보효과는 2배가 넘기 때문이다. 이는 진행자인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의 언론인으로서의 신뢰도가 절대적인 이유다.

로맨틱코미디나 코미디 장르인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홍보에 안성맞춤이다. 진지하지 않은 오락물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각각의 배우들의 성향이다.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황정민 원빈 강동원 등 적지 않은 ‘영화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건 그들이 맡은 배역이나 작품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성향이 예능 프로그램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는 굳이 예능에 출연하지 않아도 각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이 그 영화에 어떤 역할로 출연한다는 내용이 스트레이트 및 인터뷰 기사로 도배가 됐기 때문에 관객들이 믿고 찾아줄 것을 의심해마지 않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이미지

요즘 이정재가 그렇다. 1990년대말 충무로의 최고 기대주였지만 그와 달리 2000년대 흥행성적은 형편없었다. 특히 ‘태풍’(2005)과 ‘1724 기방난동사건’(2008)의 참패는 그를 완전하게 위축시켰다. 그러나 ‘하녀’(2010)를 계기로 살아난 그는 2년 뒤 ‘도둑들’과 ‘신세계’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빅 매치’로 약간 위기를 맞긴 했지만 이듬해 ‘암살’로 절정의 신세계를 맞은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예능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나이도 찰 만큼 찼다. 평소 TV에 안 나오는 영화배우가 금기를 깨는 이유는 곧 개봉될 영화를 알리고 자신의 값어치와 희소가치를 새삼스레 일깨움으로써 영화에 대한 관심도와 호감도를 높이게 하기 위함이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판도를 바꾼 역사적 사건을 다룬 블록버스터고 할리우드 액션스타 리암 니슨까지 출연했다. 예능에 잘못 출연한다면 영화의 진지한 메시지와 장엄한 분위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쯤은 관객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 프로그램이 유명 영화배우를 인터뷰하는 이유와 그 내용이다. 배급사가 뒤늦게 스포일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위법 운운하는 것과 전혀 다른 사안이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점에선 동일선상에 올려도 무방할 듯하다. 지상파 방송사엔 연예 전문 프로그램부터 각 교양 프로그램의 연예뉴스 코너가 넘쳐난다. 만약 뉴스가 이정재를 불러 영화 얘기나 연기인생 얘기만 물어보려고 했다면 그건 시청자에 대한 무례다. 배우니까 직업에 관련된 얘기가 없을 수 없겠지만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내용을 다뤄야 뉴스에 끌어낸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시청자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만드는 방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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