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해도, 처벌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해도, 처벌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합니다.

국가형벌권 행사의 절대성과 권위만을 고집함으로써 나타나는 형식적 획일성과 비형평성을 완화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반의사불벌죄 관련 고소가 피해배상의 확보 도구로 악용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여 고소를 취소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받는 제도를 성년후견제도라고 합니다.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성년후견인이라고 하고,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해 재산관리 등 법률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도 처벌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8년 11월 저녁 9시경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자전거로 60대 남성 B를 들이받아 뇌손상 등 중상해를 입혔고, 결국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B는 이듬해 6월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B의 배우자 C가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C는 A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한 후 1심 판결 선고 전 A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A에 대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A는 "교통사고특례법위반(치상) 혐의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하였지만, 2심 법원 역시 C가 한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의 상고심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21도11126).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돼 있거나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고,

나아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문언상 처벌 여부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있음이 명백하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나 형법, 형사소송법에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에 관해 대리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의사불벌죄는 일부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특별히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를 소극적 소송조건으로 규정함으로써 형사사법절차에 관한 사인의 개입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 그 예외를 명시적 근거 없이 확대하게 되면 형사사법의 보호적 기능이 약화되고 국가형벌권이 불공평하게 행사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기한 것이어야 하는 만큼 피해자가 의사무능력인 경우 성년후견인의 대리에 의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그것이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민법상의 성년후견인이 형사소송절차에서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피해자 본인을 위한 후견적 역할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비롯한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보호적 기능의 구현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에 역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성년후견인에 의한 처벌불원의사에 소극적 소송조건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이나 새로 도입된 형사공탁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한 형사합의를 소극적 소송조건이 아닌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현행 형사사법 체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만 가능하고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는 허용되지 않지만, 성년후견인의 처벌불원의 의사를 양형요소로 고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원칙적 부정이지만 양형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다소 중간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반면 전원합의체 소수의견은, "피해자가 의사능력을 결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26조의 유추적용과 성년후견제도의 활용을 통해 가정법원이 선임한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 성년후견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여 의사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사람을 지원·보완하려는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라고 보아 원칙적 긍정의 반대입장을 내었습니다.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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