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의 각본가 겸 감독으로, 2009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의 제작자 겸 감독으로 성공하며 확실하게 할리우드의 실력자로 자리 잡은 J. J. 에이브럼스는 영악하게 주제파악을 할 줄 아는 장사꾼임이 분명하다.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 ‘스타 트렉 비욘드’의 메가폰을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저스틴 린 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작에만 충실했던 게 그 첫째 증거고, 새 리바이벌 시리즈 중 가장 간단명료하고 재미있다는 게 둘째 증거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그냥 돈 벌어서 우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인생을 즐기자’가 모토다. 범죄행위에 대한 자책감 따윈 없다. 경찰 출신이란 양심의 가책도 없다. 아내와 친구를 위해,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차를 달려 돈만 벌면 된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운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줄 정도의 비현실적인 드라이빙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가운데 썩 세련된 유머들이 가득하다.

‘스타 트렉 비욘드’가 바로 그렇다. 영화 초반, 엔터프라이즈 호 함장 커크는 험악한 외모의 티낙스 족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는 티낙스 족을 설득하고 오래된 유물을 선물로 내놓지만 왠지 티낙스 족은 분기탱천해 집단으로 그를 폭행하려 한다. 로우 앵글로 잡아 무척 거대해보이던 티낙스 족이 커크에게 접근했을 때 의외로 매우 귀여우리만치 작은 종족이어서 웃음을 유발한다. 순간이동 기능에 의해 함대로 되돌아온 커크는 “또 셔츠가 찢어졌다”며 허탈해한다.​

▲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이미지

함대는 점검 및 휴식을 위해 우주 한 가운데 건설된 유토피아적 인공행성 요크타운에 정박한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아브로나스 행성의 씰 소위를 돕기 위해 미지의 행성 알타미드로 향한다. 씰은 임무수행 중 정체불명의 적들을 만나 함선을 빼앗기고 대원들을 잃은 것. 그러나 적들은 엔터프라이즈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었고 결국 무지막지한 적 전투기의 공격에 엔터프라이즈는 무기력하게 알타미드에 추락한다. 커크 일행은 여기서 베일에 싸인 종족의 여전사 제이라를 만나 도움을 받아 수십 년 전에 활약한 엔터프라이즈의 앞선 모델 프랭클린 호를 만난다.

적은 매우 폭력적인 성향의 크롤이 이끄는 정체불명의 종족이고 제이라는 크롤의 심복에게 부모를 잃은 알타미드의 토착종족이다. 요크타운은 물론 행성연합 전체를 궤멸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크롤은 그 목적을 수행할 무기를 완성할 수 있는 문제의 유물을 빼앗으려 씰을 이용해 커크를 이 전투에 끌어들인 것. 유물을 손에 쥔 크롤은 모든 전투기를 출동시켜 요크타운으로 향하고 수석 엔지니어 스코티와 제이라의 노력으로 프랭클린을 수리한 커크 일행도 그들의 뒤를 쫓는다.

▲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이미지

리부팅 시리즈는 각 캐릭터의 트라우마 혹은 딜레마를 다룬 바 있다. 특히 마지막 벌칸족 스팍의 현재와 미래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등장시킴으로써 꽤 진지한 삶의 의미를 메시지로 내세우며 ‘로스트 인 스페이스’와 유사한 철학을 설파했지만 이번엔 그런 진지함은 크롤의 단순한 분노 하나로 단순화됐다. 대신 본즈와 스팍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각별하게 챙기는 전우애, 스팍과 우후라의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과 종족보존이라는 생명체가 지닌 본능 때문에 생긴 갈등 등을 소재로 소소한 유머를 곳곳에 장착함으로써 수시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는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란 타이틀과 달리 오히려 아날로그적 정서를 많이 담고 있어 친근하다. 행성을 잃고 동족이 몇 안 남은 스팍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곤 종족보존을 위해 종족과의 결혼에 강렬한 책임감을 느끼고 사랑하는 우후라와 거리를 두지만 사실상 그녀의 위치추적기인 벌칸 족 운석 보카야로 만든 목걸이는 되돌려 받으려 하지 않는다. 연애에 관한 남자의 이기심을 살짝 유머로 비틀었다.

▲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이미지

제이라의 무기는 봉에 불과하고 그녀의 가장 큰 전투능력은 분신술이다. 뿐만 아니라 크롤은 다른 사람(종족)의 에너지를 흡수해 죽임으로써 생명력을 연장하고 힘을 보강한다. 그렇다. 그건 중국 무협지의 흡성대법이다. 분신술 역시 손오공의 전매특허다. 크롤의 모기떼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작은 전투기 군단의 전투력은 다름 아닌 크롤의 초능력에서 비롯된다. 이 역시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게다가 그 조종사들을 조종하는 초능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동원한 기능이 바로 음악인데 장르가 헤비메틀이다. 엔터프라이즈의 승무원들은 이 강렬한 록을 “클래식음악이냐?”고 묻는다.

115분 동안 한눈팔 겨를이 전혀 없을 정도로 스토리는 스피디하고 화면은 화려하다. 두바이에서 촬영해 CG를 통해 완성한 요크타운은 ‘투모로우 랜드’나 ‘엘리시움’이 보여준 인공적이고 우주적인 새 유토피아와 비교해도 가장 화려하다. 린 감독의 명성답게 모든 액션에 군더더기가 없이 매번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데 특히 초반의 엔터프라이즈가 크롤의 전투기 군단에 의해 파괴되는 시퀀스는 웅장하고 장엄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소재는 커크의 진급이다. 초반에 커크는 상관으로부터 진급 명령을 받고 후임 함장 적임자로 스팍을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이미지

마지막 장면에서 상관이 진급을 받아들이는 데 변함이 없냐고 묻자, 커크는 ‘그러면 엔터프라이즈에 승선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뻔한 질문을 던진 뒤 ‘그럴 수 없다’고 진급을 거부한다. 이 역시 출세 혹은 안정보다 현역과 동지애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날로그 정서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악당 밸런타인의 비서 가젤 역을 맡아 날카로운 의족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피아 부텔라가 맡은 제이라가 매우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12살 이상 관람 가.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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