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땅을 샀는데 땅 속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땅 속에 있다 보니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이 대부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은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매매를 통해 땅을 샀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 민법 제580조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규정이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됩니다. 매립된 폐기물 등으로 인해 계약목적달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계약 해제,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권리행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또 상인간의 매매인 경우에는 상법 제69조가 적용됩니다. 이 규정은, 민법상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대한 특칙으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신속한 검사와 통지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상거래를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가 있으므로 토지 매매 당사자가 상인일 경우에는 특히 시간제한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상인끼리 토지를 거래한 뒤 6개월이 지나 담보책임을 더 이상 물을 수 없게 됐더라도 민법상 채무불이행 법리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사는 2005년 11월 아파트 건설을 위해 부산 사상구 일대 부지를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공사 진행 중에 토지가 유류와 중금속 등에 오염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A사는 2010년 5월 토지의 전 주인인 B사를 상대로 기름과 중금속 등에 오염된 토지를 팔아넘긴 것은 특정물매매에서 채무를 불완전 이행한 것이므로 "토지 정화비용 15억여 원을 물어내라"며 구상금 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하지만 B사는 "토지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설령 토지가 오염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A사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6개월이 훨씬 지난 후에야 토양 오염 등의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통지해 왔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1심은 "상법상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을 넘겨 소송을 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액 15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고, 이에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사가 토지의 전 주인인 B사를 상대로 "토지 정화비용 15억여 원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소송의 상고심(2013다52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인 간의 매매에 있어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검사해 하자 또는 수량 부족을 발견한 때에는 즉시,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 때에는 6개월 내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9조 1항은 민법상의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특칙으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B사가 애초에 불량한 토지를 넘긴 것은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6개월이 지났어도 A사는 B사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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