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최근 국제투명성기구가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176개 나라 중 52위를 차지했다. OECD국가만 보면 35국가 중에 29위인 수치로 매우 부끄러운 기록이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 왜 나왔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의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국가일수록 국가의 부패정도가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위권은 아니었지만 30-40위 선에 있었는데 이번에 큰 폭으로 수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9월 이전에 발생한 부정부패의 비리만 넣은 수치로 이후 벌어진 최순실사건이 포함된다면 보다 큰 폭의 낙차를 예상해 볼 수가 있다.

작은 나라가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각개전투로는 겨룰 수 없으니 뭉쳐서 상대하자는 전략으로 국가가 산업 동력을 뒷받침하여 발전을 이루어 내게 된다. 우리 역시 국가주도 산업발전정책으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특혜의 존재와 특수라인을 통한 검은 돈이 권력과 야합하는 비리를 키웠다. 덕분에 경제계와 정치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는 명언이 생겼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정치계에 라인이 있어야 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 아직까지 이러한 라인의 파워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술과 실력 위에 있는 것이 라인이었다. 정부에서 우선권을 주면 해당 기업은 황금동아줄을 잡고 거대기업으로 커지는 것이 시간문제 였다.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라인으로 이렇게 끈끈한 관계는 검은 돈을 주고받으며 부패가 시작된다. 또한 한번 이러한 검은 돈의 맛을 본 정치는 정상적인 라인을 만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정경유착이 심해지면 마땅히 커야할 기업이 크지 못하고 인위적인 조정이 되므로 시장경제의 생태를 파괴하며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방해하게 된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지원을 하게 되고 지원을 통해 수익창출은 하지 못한 채 수혈만 받으며 엄청난 혈세를 퍼붓게 되는 기업도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기업들은 이제 기업의 운영을 위해 더 많은 검은 돈을 만들어 정가에 줄을 대는 것이 기반작업이 되어 버렸다. 때문에 정국이 바뀔 때마다 기업의 총수들은 국회에 출석하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되었다. 최근 벌어진 국정농단 역시 권력을 등에 업고 기업들을 조여대며 엄청난 규모의 돈을 갹출했다. 서로의 존재를 위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한쪽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말도 못하고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그러다 한번 터져버리면 기업 총수는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도 잠시 여론이 조용해지면 또 라인을 가동시켜 특사로 풀려나니 돌고 도는 것이다.

권력과 재력, 어느 것이든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상황이 어찌되었건 서로의 결탁으로 못 이룰 것이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개 개인이 대통령부터 그 휘하 기관과 조직을 초월한 행동과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정경유착의 화룡점정이 된다. 부정과 비리가 붙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러한 불합리함은 아예 싹도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투명한 조직 투명한 기관을 강조하는 것이다. 최소한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에게는 의무로 청렴을 강조하지만 권력이 주어지면 따라오는 파워에 검은돈이 자석처럼 붙어오니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권력을 가진 자는 대를 이어 권력자가 되어 부정과 부패는 끊기지 못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먹고 살기위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이제 그것의 잘못을 알았으니 변해야 산다. 부정과 부패의 비리가 경제의 생태를 엇나게 하고 비효율을 가져오며 선의의 경쟁을 막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 버리게 만들고 있다. 장차 나라의 동력이 될 젊은이들의 희망 포기는 바로 나라의 존폐가 달린 문제이다. 따라서 부정, 부패를 단순한 문제로 보지 말아야 한다. 국정 수반까지 흔들어 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으니 이를 반드시 없애야 하는 문제로 보고 국가나 기업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간구하여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희망을 가진 젊은이를 만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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