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자국의 생산 물건을 국내 보다 좋은 조건에 거래할 수 있고 국내 시장보다 더 큰 시장에서 상품어필을 할 수 있는 국가 간 물건의 거래는 파는 나라도 좋고 국내보다 싸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어 사는 나라도 좋다며 무역거래가 이루어진다. 또한 서로 만족하는 거래로 문을 열어 물건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만큼 양국 간의 정치 사회적 거래도 활발해져 서로가 좋은 파트너로 상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전체적 교역의 효율과 자연스러운 생태를 뒤로 하고 눈에 보이는 면의 단적인 시시비비로 일방적인 거래 중단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거래를 중단한 나라나 중단당한 나라의 시민들의 불만이 늘어날 것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생활비가 적게 들었는데 문을 닫아걸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을 구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방 선언을 한 나라가 작은 국가였다면 국제 사회는 이를 무시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소비규모가 상당하기에 이에 얽혀 있는 국제 생태계가 흔들린다. 새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때문에 미국 국내는 물론 인접국가 및 그들과 거래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방에 숨을 졸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거래가 상당한 규모가 되는 나라들은 더 그렇다.

당장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의 경우 국경에 장벽을 쌓고 멕시코산 상품들에 관세를 20%나 부과한다고 하자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입장을 달리한 양국의 정상부터 양국 국민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국경은 있지만 한나라처럼 상호 왕래가 자유로웠던지라 갑작스러운 조치는 상당한 배신감으로 다가 선다. 사실 어느 나라고 고른 부존자원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는 나라와의 인적·물적 거래는 자원의 효율적인 면에서 이상적인 것이다. 때문에 나라와 나라의 무역이 이루어졌고 상호 서로 편리한 거래를 위해 국제적인 기구와 협력체를 만들었다.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자신만을 위한 행정을 선언해 버리는 것은 그 만큼 힘을 가진 나라임을 과시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왜곡한 체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게 된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여러 나라가 연합하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순리를 엇나간 시스템들이 불러오는 비효율을 오래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현실감 희박한 공약에 모두들 저것들이 실제 이루어지려나 했지만 대통령 직무에 들어서자마자 벌이는 그의 행보는 파격이었다. 혹시나 하고 한 표를 주었지만 그 혹시 나가 사람들의 머리를 쥐어 싸매게 만들고 있다. 마치 유일한 독재자인 냥 명령하고 듣지 않으면 장관도 가차 없는 해고 사인을 하는 그를 보면 조만간의 결말이 눈에 보인다.

기업과 나라는 다르다. 제멋대로 운영할 수 있었던 기업과 달리 나라는 자신의 의사보다 국민과 나라의 발전과 안위가 우선된다. 때문에 어떠한 안건이라도 관련 전문가들과 담당자들의 의사를 타진하고 이들을 감싸고 있는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다음 수순은 제도권에서 퇴출일 뿐이다. 세계 제일의 부국이 이처럼 강력한 시도를 하는 것은 어려워진 경제 때문이다. 경사도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릴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까지 신경을 날카로이 세우면서 계산기를 두들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이 본인들의 체질이다. 미국은 소비지향 국가이다. 주변국에 압력을 넣어 관세를 높이면 자국내 생산품의 판매가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당할 생산기능의 부재는 결국 자국의 화폐가치의 절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거의 완전고용 수준의 현재의 모습으로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해 낼 수도 없다. 자신의 체질도 모른 상태에서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 퍼붓는 꼴이다. 결국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쳐 놓은 높은 담장은 독이 되어 돌아오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높아진 자국의 화폐가치는 자국경제를 숨쉬기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29년 수입품의 관세를 평균 20% 올려 자국경제를 살리려는 시도를 했었다. 결과는 각국의 보복관세 덕분에 무역량이 반 토막이 나고 경제는 이전보다 더 힘들어 졌다. 세계가 길어진 경기침체로 장기적 저성장 추이를 보이며 경제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경제와 국민을 우선하는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체질을 무시한 우선주의는 지양해야 한다. 분명 문명은 진화하고 있고 경제 역시 더 나은 것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간 툴을 가지고 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을뿐더러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꺼려하는 3D 일자리를 늘린다고 환영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그들은 지금 90여 년 전 과거에 서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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