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가족남녀M&B] 각계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운동이 활발하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의 유력지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집중취재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관행화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취재해 밝혀낸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신임 편집장인 유태인 마티 배런은 무관심 속에 소송이 진행 중이던 일부 가톨릭 성직자의 성 스캔들을 파헤치도록 지시한다.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관행화하고 구조적인 악습이라는 점에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담당 기자들은 변호사와 피해자 등 관련자들을 만나면서 법원 등의 관련 자료를 조사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대한 가톨릭의 막강한 영향력과 협력 분위기로 인해 자료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취재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난다. 신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남녀 어린이와 부모들이 항의하면 푼돈을 줘가며 적당히 입막음하고 해당 신부는 병가나 전출 등 조치에 그치는 등 상층부도 알면서 쉬쉬 해 온 게 현실이었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 이미지

“저는 11살 때 기도하러 갔다가 신부에게 강간당했죠. 성직자가 직위로 아동을 강간한 일입니다. 가난한 집 아이라면 종교에 크게 의지해요 신부가 관심을 가져주면 너무나 좋죠. 심부름이라도 시키시면 특별해진 기분이에요. 하나님이 도움을 청하신 것처럼. 추잡한 농담을 들으면 조금 이상해지다가도. 그게 둘만의 비밀이 되는 거죠. 그렇게 가까워져요. … 이건 신체적 학대를 넘어 영적인 학대예요. 성직자에게 당하면 믿음까지 뺏기는 거예요. 그래서 술이나 약에 빠지고 그것도 안 되면 자살을 하죠. 그래서 생존자라고 부르는 겁니다.”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해 신부 13명을 찾아낸다. 한 전문가로부터 “평균적으로 신부의 6%가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한다,”는 말을 듣고 보스턴에 적용하니 90명이 나왔다. 병가자 명단 확인 등 추가 취재 결과 88명까지 추적했다. 한 가해 신부는 뻔뻔하게도 “사과 몇 개 썩었다고 사과상자를 통째로 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가해자들이 궁지에 몰리면 흔히 쓰는 말이다. 취재를 도운 변호사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한다. 마침내 2002년 초 보스턴 글로브 1면 톱기사 등으로 성직자의 성범죄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이를 계기로 피해자들의 제보가 봇물 터지듯 이어진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 이미지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자막을 보여주며 끝난다. ‘보스턴대교구 성직자 249명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 보스턴의 생존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2002년 12월 로 추기경은 보스턴대교구에서 사임한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 기사로 200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2016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호주의 가톨릭교회 아동 성범죄 조사 특별위원회가 최근 청문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80~2015년 어린이로서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신고한 사람은 모두 4444명이었다. 피해자의 95%는 남자아이였고, 학대 당시 평균 나이는 남아 11세, 여아 10세였다. 이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까지는 평균 33년이 걸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1880명의 혐의가 확인됐고 이 중 32%는 수사, 30%는 신부, 29%는 평신도였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 이미지

종교계의 성폭력 문제는 가톨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와 불교에서도 심각하다. 국내 유명 목사 등이 성폭력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실족했고, 선학원 최고 책임자인 스님과 조계종 중진 스님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성폭력은 강자가 약자에게 힘을 남용하고, 남녀관계가 불평등하며, 예방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종교계도 우선 예방교육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등 예방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남녀평등한 방향으로 교리 해석과 제도 및 인적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강자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도록 조직의 민주화도 필요하다.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한 조직일수록 더 많은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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