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그 영향으로 야기된 세계경제위기가 가져온 경제침체, 경기불황은 대한민국경제를 지속적인 저성장 늪에 빠뜨리고 실업과 비정규직의 상승, 그리고 가계소득축소로 이어지면서 일반국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한국경제위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걱정을 높인 결과 과거에 비해 지갑을 닫아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됨으로 인하여 경기불황과 경제침체를 가속하여 한국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침체, 경기불황상황과 다른 현상, 즉 수 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의 졸업,입학,새학기 시즌에 밸런타인데이까지 겹친 2월에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고소득층의 고가명품소비시장이 계속 커져왔다는 소식을 언론이 보도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고가브랜드명품회사들은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기부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평가에서 비판을 받고 있으나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 전체매출은 수 년째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전혀 다른 소비시장이며 서민들이 감히 꿈도 못 꿀 고가의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는 호황이라는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중적인 대한민국사회를 살펴보자. 대한민국사회는 고소득층이 재력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돋보이게 포장하는 과시적 소비가 심한 대표적인 사회로서 자주 갑질논란이 끊이질 않는 비정상의 국가, 사회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은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종족보존의 욕구만큼이나 강렬하다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를 부를 통해 고가상품·서비스로 충족하며 외부에 과시하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현상이 매우 심한 대표적인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00만원이 넘는 구찌키즈의 책가방(백팩)과 도시락 가방(런치백), 2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몽클레르의 아동판인 몽클레르 앙팡, 100만원에 가까운 호텔의 럭셔리 프로포즈패키지, 138만원의 한우 L-No.9세트, 200만원의 프리미엄 참굴비, 3대명품이라는 1천400만~7천만원의 에르메스, 400만~1천만원대의 샤넬, 100만~500만원대의 루이뷔통 등의 소비와 서비스가 그 대표적이며 경기불황, 그리고 더 비쌀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린다고 한다.

경제불황,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국가경제는 어려워지고 가처분소득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서민가계의 주름과 걱정이 깊어지고 있지만 핸드백 한 개당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사치품브랜드, 명품브랜드의 매출은 2016년에도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경제불황이라고 해도 상위 1% 계층의 여유로운 삶은 어느 국가와 사회에도 다 존재하며 이들은 일반 대중들과는 차별화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해서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브랜드를 상위 1% 계층의 차별화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브랜드로 등장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나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사는 세상은 높고 낮음이 없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함께 더불어 잘 살아야 행복한 인간세상이라 할 것이기에 이러한 인간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재물에 대한 욕구는 인간에게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사회는 재물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재물을 통해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황금만능주의현상이 두드러진 왜곡된 비정상의 사회이다. 그럼 왜 한국인들은 다른 사회와 비교될 정도로 지나치리만큼 물질을 숭배하는 황금만능현상을 나타내는 어떤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의문을 일반적으로 불행한 한국사회, 불행한 한국인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해 보자.

첫째,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니라 대기업과 외국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6년 경제성장률은 2.7%라고 하나 2016년 가계의 실질 소득은 2015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층 소득은 많이 감소한 반면 부유층 소득은 늘면서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고 경제침체의 지속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은 지갑을 닫으며 가계지출까지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차이가 극심한 미국보다 더 빈부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국가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 전체의 행복도 또한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하고 특히 청소년의 행복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최하위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자살률도 단연 세계 1위이며, 이혼율도 미국과 1~2위를 다투고 직장인 스트레스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율도 세계 1위 등 대한민국사회의 현실은 모든 영역에서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정부주도의 경제중심정책으로 급속한 성장으로 물질적 홍수에 의한 물질숭배에 의한 정신세계의 추락에 의한 결과였다. 외형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노예상태에서 해방된 194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국가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고 1인당 GDP 2만 불을 훌쩍 넘어섰으며 올림픽과 월드컵대회를 비롯한 세계적인 스포츠행사를 모두 유치하고 성공했다. 또 2030클럽을 넘어 3050클럽(국민소득3만$과 인구5천만)을 바라보고 있고 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계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국가적 위상까지 높아졌고 K-POP을 비롯한 한류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등 국가발전에 성공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셋째, 국가가 경제적으로 번영하면 자동으로 국민은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일했고 소득이 증가하면 당연히 행복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믿었으나 결과와 배반이었다. 지금 한국인들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수준이 지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빈곤을 벗어나는 수준까지는 소득이 행복에 이바지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증가는 행복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인당 소득이 약 15,000달러를 넘으면 소득이 아닌 다른 요인들이 행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인의 물질주의 성향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가장 가난했던 국가, 사회로부터 온 역사적 현상이다. 물질주의(materialism)는 물질적 부(富)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삶의 태도로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돈 제일주의 즉, 황금만능주의는 여러 연구에서 돈과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행복수준이 저하되는 것으로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며 인간관계의 갈등과 스트레스가 증폭되기 때문에 결국 돈으로 이러한 부작용을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해소하는 경향이다.

다섯째, 한국인은 과도하게 경쟁적이며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수준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물질주의성향이 높은 사람은 막대한 부를 지닌 사람과 상향적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자신의 재산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돈에 대한 허기를 느끼며 만성적인 불만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 한국인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믿음이 낮았다. 이는 정부로부터 국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전혀 보호받지 못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국민들은 불안하여 지나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물질적 재화에 집착하게 되면 제한된 재화를 얻기 위한 경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과 비교를 유발함으로써 끊임없는 긴장을 유발하고 인간관계를 황폐화하여 필연적으로 정신적 가치를 소홀히 여겨 결국 사람을 믿지 못하고 그 대신으로 돈을 믿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도는 낮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 가난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이제는 물질적 집착과 탐욕으로 변질하여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고 서로 경쟁하고 불신하며 소비 중심적인 공허한 삶을 사느라 한국인의 삶은 늘 바쁘고 분주하다. 가족과 편안하게 여가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늘 바빠서 심리적인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안하고 초조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짜증스럽게 반응하며 공격적이다. 인간관계는 계산적이고 피상적이며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심지어 가족과 친척 간에도 돈 문제로 갈등과 불화를 만들어낼 정도다.

물질주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이어져 사회의 공동체의식을 파괴한다. 이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천박한 상업주의가 성행하고 과소비 풍조가 만연하며 정신적 가치와 도덕은 소홀하게 여겨 돈을 위한 다양한 범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부정부패가 확산된다. 특히 권력을 지닌 자들의 비리에는 여지없이 돈이 관련되어 있고 돈을 위해서는 양심과 영혼까지 파는 돈 세상이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 놓여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정신적 성숙과 행복으로 잘 승화시켜 우리나라를 진정한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인간중심의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광장촛불집회의 국가개조를 외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인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진정한 선진일류국가는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국민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사는 행복이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정부가 법과 제도, 정책을 통해 그 역할을 다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성찰과 성숙한 의식도 함께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살기 좋은 행복한 국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 나서야 할 때다.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든 그 방법의 하나를 제기하면 바로 무소유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무소유의 의식화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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