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혼인신고가 수리되면 일응 혼인이 성립합니다. 그러나 일정한 하자가 있는 경우 혼인이 무효이거나 혼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무효혼의 경우에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부정됨에 반하여, 취소혼에서는 취소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취소된 날부터 혼인의 효력이 부정됩니다.

혼인무효사유에는 ⓛ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②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 ③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때 또는 ④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에 있었던 때가 있습니다.(민법 제815조)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로는 ① 가장혼인, ② 혼인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③ 혼인신고 없이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한 것으로 기재된 경우, ④ 당사자가 혼인신고의 수리 전에 혼인의사를 철회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혼인신고서 작성해주고 나중에 장난이었다고 한다면 혼인무효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과 을은 2012년 7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간 교제하였습니다. 갑은 교제 중이던 같은 해 8월께 을에게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주었고, 을은 그 혼인신고서로 갑과 혼인 신고를 하였습니다.

갑은 "혼인신고서는 교제하던 사이에 장난으로 작성해준 것일 뿐 진정한 혼인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을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으나, 1심은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하여,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인 의정부지법 가사1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혼인신고로써 혼인이 성립되는 법률혼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서는, 일단 혼인신고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뤄진 경우,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추정된다"며, 이어 “비록 피고가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답변하기는 했지만, 혼인무효소송의 경우 법원은 피고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혼인신고서는 구체적 기재 내용이나 전체적인 형식 등에 비춰 보면 장난삼아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가 혼인신고와 관련해 사문서위조죄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등의 형사처벌을 받은 바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혼인신고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혼인신고서 형식에 맞춰 구체적으로 내용이 기재돼 있고, 을이 혼인신고와 관련해 사문서위조죄 등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없는 점을 볼 때 갑과 을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혼인무효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 의정부지법의 판단은 적법절차에 따라 혼인신고가 이뤄졌으면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추정을 번복할만한 사정이 없으면 혼인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효혼의 당사자는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되므로, 부부임을 전제로 한 법률관계(가령 상속, 일상가사대리권 또는 권리변동)는 모두 무효가 됩니다. 혼인무효가 인정되면 혼인관계증명서 등에 혼인이나 이혼 경력도 남지 않습니다.

위 의정부지법의 판단은 민법이 법률혼주의를 택하여 혼인신고를 그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으므로 혼인신고를 하여야 혼인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는데, 혼인신고서 작성자가 스스로 형식에 맞게 작성하였고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상대방이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형사처벌 받은 게 아니라면 함부로 혼인의사가 결여된 신고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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